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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썹쌤일기] ②프랑스어를 가르치라고?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처음 전화를 받은 날, 2교시부터 시작하는 수학과 프랑스어 수업이 있는데 괜찮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중학교 수학 정도야 괜찮지만,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에서도 배워본 적도 없는 프랑스어를 가르치라니. 

 

조금의 여행 회화와 프랑스 영화를 봤던 경험이 내 프랑스어의 전부지만, 학교에 긴급 보결 강사 등록을 하고도 한 달 동안 연락을 전혀 못 받다가 처음 온 연락이라 담당 교사의 수업 계획을 믿고 뭐든 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수업 계획을 받아보고 나서 그나마 안심했다. 아직 7학년 프랑스어라 수업 내용이 한두 문장의 품사를 분석하는 활동을 하고 나서 답을 가르쳐주는 정도인 데다가 수업 계획이 답안까지 상세하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가 읽어야 할 부분만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미리 들어보고 따라하는 정도로 대처할 수 있었다. 

 

예비 미술 교사가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일은 우리나라에선 낯선 풍경이다. 상치교사라는 용어까지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강의보다 활동 위주 수업이라 가능


전에도 언급했지만, 여기선 교과 전문성보다는 교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다 대부분의 수업이 강의식이 아니라 학생 활동 중심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보결의 경우는 전공 교과를 가진 교사가 만들어놓은 수업 계획을 수행만 하는 것이기에 더 그렇다.


지금까지 보결로 가르쳐본 교과를 꼽아보자면 영어, 프랑스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지리, 진로, 시민, 보건, 체육, 기술, 음악, 미술, 연극, 비즈니스, 목공, 디자인, 특수직업교육 등 웬만한 과목은 다 가르쳐본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원주민 미술과 산업 디자인을 가르쳐야 했다. 다행히 미술이 전공 교과이고 이곳 대학에서 자격증 전환 교육을 받을 때 원주민 문화에 대한 연수를 많이 들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알려도 줄 수 있는 보람찬 하루였다.

 

물론 앞서 말한 모든 과목을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업 준비 시간이 일찍 있는 날엔 그 시간을 활용해 급히 찾아보고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개념과 용어를 익혀놓는다.

 

그러나 매번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전에는 아침부터 대학 함수와 대학 선이수 미적분을 가르치는 날이 있었다. 한 번 학습지를 보고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찾아본다고 내가 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25년 전 대학 때 통계 과목을 들을 때 이후로 이런 수학은 해 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을 보여줘야 할 때도


이렇듯 아무 과목이나 가르친다는 일이 매번 수월한 것은 아니다. 특히 고교 고학년에서 장문의 프랑스어 지문을 강독하면서 해설해야 하거나, 악기가 한둘이 아닌 기악 합주를 지도한다든지, 대학 선이수 수학 과목을 가르친다든지 등의 경우는 아무래도 비전공자가 수업 계획을 따라가기도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런 날에는 그냥 활동을 시키고 감독을 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보결 보고서에 담당 교사한테 애들이 어떤 부분은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든지 특별한 사안이 있었다든지 알려주는 것까지가 보결 교사의 몫일 때는 조금 더 전공 교과를 정해서 가르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정식 보결 명단에 있는 교사야 교과를 미리 지정하니까 프랑스어, 음악, 고교 수학은 보통 기피 대상이다. 그 덕에 긴급 보결 교사의 몫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긴급 보결 교사가 이런 기회를 잡으려면 교과를 안 가리고 무엇이든 가르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일부 보결 교사들은 그래서 고교에서는 애초에 감독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 마음이 어디 그런가. 하려는 의지가 있는데 방법을 몰라서 헤매는 학생이 보이면 도와주고 싶은 게 교사다. 그럴 때는 능력만 된다면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을 때가 있는데, 같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자”면서 도와주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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