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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
“혹시 제경희, 김기선 선생님 어디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쪽 사무실 두 개를 각각 쓰고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
“제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 마희선 쌤 대타예요?”
“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오늘은 학생 면담이나 지도가 없어서 딱히 할 건 없는데...아, 맞아요! 그럼, 행정업무 좀 대신해 주시겠어요? 마 선생님이 고마워할 거예요.”
그렇게 현장실습 담당 교사의 행정 업무를 하게 됐다. 원래 마 선생님은 공연예술 전공인데 1교시에는 성악 수업을 하고, 2교시에 현장실습 담당 업무, 4교시에는 연극 수업을 했다. 그중 현장실습 담당 업무를 하는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학생 생활 지원을 하는 원스톱 서비스 센터
현장실습 담당 업무는 학생지원실(Student Service)에서 하게 돼 있었는데, 온타리오주의 모든 고교에 있는 이곳과 유사한 학생들의 학점 조정, 진로 상담, 심리 상담, 장애 학생 보조 인력의 연결부터 심지어는 스포츠 대회 참여나 수학여행 안내와 통학 버스 관리까지 모든 학생 ‘생활’에 관련된 지원을 하는 곳이다. 장애 학생이나 학습 부진 학생 등의 ‘학업’에 관련한 지원은 별도로 학생 성공(Student Success) 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워낙 통합된 기능과 일하는 인력이 여럿이다 보니 학생지원실로 가서 누구에게 지시를 받으라는 말만 있는 상황에서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결국 현장실습 부장인 제 선생님의 지시를 받고 처음으로 학교 행정업무를 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아무래도 하루 대타로 오는 사람에게 맡기는 업무라 학생들의 실습 관련 서류를 모아둔 서류철들을 정리하고 인적 사항과 현재 실습 시간을 목록으로 작성하는 정도의 일이었다.
누구나 현장실습으로 학점 취득 가능
온타리오주 고교 11~12학년 학생은 누구나 현장실습으로 학점을 대체할 수 있기에 현장실습에 한 명의 교사가 아닌 세 명의 교사로 구성된 부서가 필요하다.
특히 필수 학점 18학점 중 2학점을 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선택 학점은 딱히 제한이 없이 실습으로 채울 수 있어 여러 학기에 걸쳐 실습을 하는 학생도 있다.
물론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 교육을 받고, 근로자 안전 관련 연수를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데다, 원하는 실습처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한 학기에 실습을 하는 학생은 상지고에서 500여 명의 11~12학년생 중 수십 명 정도이긴 하다.
실습처의 범위는 청소업체나 카페 같은 비숙련 노동부터 기술이 필요한 회사의 견습생, 극단의 배우나 무대 담당 등 다양하다.
단순한 경험을 넘어 한발 먼저 시작하는 진로 개척
실습은 대부분 무급이지만 (일부 유급도 있다, 특히 직종과 사업주에 따라 방학 때 시간제 근무나 야간 근무를 실습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비숙련 직종처럼 현장실습을 단순히 사회 경험이나 직업 경험을 쌓기 위해서 하는 경우보다는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의 진로를 앞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고교 전문 기술 전공(Specialist High School Major)’ 과정이라고 해서 특정 산업 분야의 기술에 맞춘 교육을 받는 방식이 있다.
이름이 ‘기술’이라고 해서 꼭 기술 분야만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술, 경영, 관광, 교육, 비영리기관, 치안 등의 분야도 있고 다양하다. 물론 세부 분야 심화 과목이 운영돼야 하는 만큼 모든 과정이 학교마다, 교육청마다 있지는 않다. 상지고에는 예술·문화, 경영, 건축, 보건 분야가 개설돼 있다.
전공 관련 학점 8~10개를 이수하는데 이 중 4학점은 전공 필수로 보통 심화 과목을, 2학점 이상은 실습, 그리고 나머지는 관련 일반 교과를 연계 학습 학점으로 취득한다.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해야 하고, 졸업 후 진학이나 관련 외부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그만큼 진학에 가점이나 관련 업종 자격 취득과 취업에 이점이 있다. 성적표에도 별도로 표시가 된다.
고졸 기술직을 희망한다면 온타리오 청소년 견습 과정(Ontario Youth Apprenticeship Program)이 있다. 고교에서 실습으로 채운 시간이 이후 자격증 취득을 위한 견습 시간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격 취득을 단축하게 해준다. 직종에 따라서는 전문 기술 전공에 청소년 견습 과정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그 외에 전문대 학점과 고교 학점을 동시에 따는 이중 학점 취득 제도(Dual Credit)에도 실습을 활용할 수 있으며, 실습을 위해서 취득하는 자격증 관련 비용은 학교에서 지원한다는 이점도 있다.
현장실습 지원은 당연히 ‘전공 교사’의 업무
이런 현장실습 담당 교사는 아무나 학교에서 담당 업무로 받아서 하지는 않는다. 별도로 ‘현장실습’ 지도 자격증이 있어, 이를 연수를 통해 취득해야 한다.
자격 체계는 특수교육이나 영어 학습자 지도처럼 세 단계로 나눠진 자격증이다. 초급 연수는 일단 교사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중급은 교육장이 인정하는 교실 수업 경험이 1년 이상 있는 교사에 한한다. 최종 자격인 ‘전문’ 자격은 2년 이상의 경험과 1년 이상의 현장실습 지도 경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초급만 가지고 지도 교사를 하기도 한다. 상지고의 전담 교사 두 분도 초급 자격증만 갖고 있기는 하다. 다만, 제 선생님은 진로지도 전문가 자격증을 김 선생님은 진로지도 중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마 선생님은 전담은 아니라 현장실습 초급 자격만 갖고 있다.
실생활 속 체험 학습의 매력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자료까지 찾아보고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현장실습 교사의 역할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찾아봤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는 실습처와 학생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행정적 부분이 많지만, 교사로서 실제 생활 속의 교육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도 항상 실제 학생들의 삶과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사례를 가지고 수업을 하기에 역사 수업을 할 때도 꼭 이웃 동네의 건축사도 공동묘지의 전몰장병 묘비도 보러 가고 지인을 인터뷰하는 숙제도 내줬다.
그렇기에 실제로 직접 해당 직종에서 경험을 쌓는 학습을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연계하고, 학점까지 딸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가치 있게 느껴졌다. 심지어 안내 책자를 집에 들고 와서 얼마 뒤 고등학교에 진학할 딸에게까지 보여줄 정도였다.
특히 단순히 기술직을 위한 현장실습이야 어느 나라나 다 있지만,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도 일찍 현장실습을 포함해 특정 진로에 집중하는 과정이 있고 이것이 또 진학에까지 도움이 된다는 점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장점으로 여겨졌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