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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썹쌤일기] ⑪보결 교사를 위한 개별화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얘들아, 보결 교사가 왔다고 함부로 행동하면 안 돼! 참, 쌤 이름이랑 전공이 어떻게 돼요?”

“정은수입니다. 미술이랑 수학이고 곧 사회나 역사 부전공도 딸 거예요.”

“얘들아, 정 선생님은 조리 전공이 아니라서 실습은 안 하겠다고 해도 되는데 일부러 너희를 위해 하고 있는 거야. 잘 따르도록 해. 내가 바로 옆 교실에 있다가 한 번씩 와 볼 거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여러 해 동안 보결을 해 봐서 어떤지 알아요. 근데 진짜 불편하시면 실기 수업은 안 하셔도 돼요.”

“괜찮아요. 저도 집에서 아이들이랑 요리는 종종 하니까 별 문제 없을 거예요.”

 

가르치고 있는 교실 학생들이 복도에서 지나가면서 떠들자, 옆 교실에 있던 사회과 부장 선생님이 들어와서 몇몇 아이들이 지시에 바로 따르지 않는 걸 보고는 잠깐 거들어주셨다.

 

상지고에는 선택 과목으로 식문화 수업이 있는데, 이 수업에는 종종 실제 음식 조리 활동이 있다. 식문화나 조리 실기 전공이 아닌 교사는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 것이다. 실제로 다른 교사는 종종 하지 않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정말 여기서는 이런 경우가 아니라도 언제든 보결 교사가 불편하면 수업 계획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실기 수업은 안전 때문에 더 그렇지만, 실기 수업이 아니라도 개인의 특성대로 수업하는 걸 존중하기 때문이다.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 보결 교사의 선택에 맡겨


이곳에서 처음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일 중 하나가 첫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 묻는 질문에 지도교사인 군포고 황미영 선생님이 “선생님 성격대로 하세요”라고 대답한 일이었다. 처음 담임을 맡았을 때 교장선생님도 학급 운영에 대해 똑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곳 문화가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개별화 수업도 그래서 더 발전한 것일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수업 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개인의 성격대로 일하는 걸 허용하거나 심지어 더 좋게 생각하기도 한다. 사회 규범과 업무에서 지켜야 할 분명한 선에 대해서는 철저한 편이지만, 그 안에서 선택의 폭은 넓은 편이다. 업무 규정도 담당자의 해석의 여지가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관리자가 교사의 교육과정 계획이나 수업 계획을 굳이 보지 않는 이유도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곳 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보결 수업도 교사가 자신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은 안 따라도 되고, 심지어는 계획 자체를 안 따르더라도 학생들을 관리·감독만 잘한다면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기 하고 싶은대로 보결 수업을 하는 교사도 있다.

 

하긴 어떤 교사는 역사 수업을 하는 데 자신이 원래 관심 있고 자신 있는 분야라서 한 학기 내내 이집트 고대사만 가르쳤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차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역사적 개념은 가르쳤다는 명분이 진짜 대강화가 된 이곳 교육과정 덕에 있기도 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방식을 존중하기 떄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가이 든다.


자유로운 보결 교사의 선택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물론 긴급 보결 교사는 매번 그러면 특히 자기 수업 계획을 그대로 제공한 교사들에게는 선호도가 떨어지니 그렇게까지는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정규 보결이라면 얼마든지 그러기도 한다. 

 

물론 이런 자유도가 꼭 좋은 건 아니다. 학생들이 보결교사가 오면 놀려고 하고, 특히 체육 수업에 자기들이 하고 싶은 놀이를 하자고 끝없이 조르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체육 시간에 학생들이 원하는 놀이를 하게 두는 보결 교사나 분명 수업 계획이 있는데도 자습을 시키고 감독만 하는 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지난 화에서 말한 것처럼 보결 교사가 하기 편하고 자신도 신경 안 쓰이는 쉬운 수업이나 자습 계획을 보결 교사에게 맡기는 교사도 있지만, 수업 계획 자체에 선택지를 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을 가르치는 허진희 선생님은 개념 설명은 수학 전공이면 교사가 하고 수학 전공이 아니거나 본인이 자신이 없으면 구글 클래스룸에 자신이 올려놓은 영상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보결을 위해 따로 만들어놓은 영상은 아니고 학생들이 언제든 다시 개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스스로 찍은 핵심 개념 설명 영상이다. 실제로 자신의 수업 시간에도 보는 것을 허용한다. 학생에 따라 시끄러워 설명을 못 듣거나, 놓친 경우, 천천히 진행하고 싶은 경우 보기도 해서 학생들도 익숙하다.


원래 수업 계획 그대로 맡기는 선생님도


그리고 어차피 할 사람은 하고 못할 사람은 안 할 테니 자신의 원래 수업 계획 그대로 보결 교사에게 맡기는 교사도 있다. 물론 교과 전문성을 덜 걱정하거나, 자신의 수업 게획은 어떤 교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심지어 해당 과정에서 처음으로 하는 활동인데도 주로 교사들이 해본 경험 있는 활동일 경우 보결 교사에게 그 활동의 소개와 첫 시도를 부탁기도 한다.

 

수업 전체가 학생 중심 수업 활동이어서 강의가 필요 없고 학생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는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좀 더 이런 자신감을 가지기 쉽다. 교실에 계속 같이 수업을 따라온 특수교육보조 선생님이 있거나 교과 내용을 알고 적극적을 참여하는 또래 학습 도우미(peer tutor)가 있을 경우도 그렇다. 또래 학습 도우미는 보통 해당 과정을 이미 이수한 상급생이 맡는데, 봉사 시간을 인정받거나 경우에 따라 산학협력 실습 시간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극 보결 수업을 할 때는 평소 일정대로 수업을 했는데, 수업 도입부에 매일 하는 드라마 게임은 학습 도우미가 진행하고, 새로운 개념 설명은 영상으로 설명하고, 추가 설명이 필요하면 학습 도우미에게 맡기도록 했다. 그 외에는 학생들이 조별로 기존에 작업하던 대본을 분석하고 연습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관련 경험과 지식이 있는 분야여서 개념 설명도 조금 하고, 조별로 약간의 지도를 해주기는 했지만, 하지 않았어도 무방한 수업 계획이었다.   


교사의 보람은 학생 가르치는 일에 있지만…


그런데 이런 경우 간혹 열심이 넘치는 또래 학습 도우미나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이 강한 특수교육보조 선생님과 생각이 다를 때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서 가능하면 수업은 스스로 진행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야기의 시작에 언급했던 식문화 수업도 그랬다. 조리 실습은 제외하고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빠진 선생님에게도 나으니까 매번 빼지 않고 했다.

 

이렇게 그동안은 쉬운 선택이 있더라도 직접 가르치는 선택을 처음에는 특히 많이 했다. 그런데 마지막 학기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시도를 해서 잘 안 될 경우에는 오히려 교실도 더 어수선하게 학생들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를 몇 번 경험하고 나서다.

 

간혹 전공이 아닌 교과를 만만하게 보다가 생소한 영어 용어를 헷갈리거나 잘못된 내용을 알려주는 실수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내용에 자신이 있는 교과만 강의와 지도를 하는 수업을 하고 다른 수업은 가급적이면 대안을 선택하고 관리·감독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여전히 학생들이 뭐라도 배워가는 수업을 하는 날이 보람 있지만, 정말 학생의 학습에 무엇이 보탬이 될지 생각하면 좀 더 겸손하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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