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중등 교사들은 학생 평가가 교육적 성취보다 행정적 형식과 민원 대응에 매몰된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과도한 평가계획서 작성이 문제로 제기됐으며, 교육부가 최근 내놓은 인공지능(AI) 활용 수행평가 지침은 ‘실현 불가능’으로 평가했다.
중등교사노조는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등 평가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 3월 6~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중등교사 2262명이 참여했다.
우선 현재의 교수학습·평가계획서 구성과 분량이 과도하다는 응답은 93%(지나치게 과도 1518명/ 다소 과도 587명)나 됐다.
응답자들은 “형식적 문서 작성에 치우쳐 실제 수업과 평가 운영에 괴리가 발생한다”,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질 업무에 지장을 준다” 등으로 평가했다.
실제 “바쁜 학기초 과도한 문서 작업에 시달려 정작 수업과 학생 상담에 지장을 받는다”, “이번 학기 5과목인데 한 과목당 30쪽이 넘어가서 총 150쪽인 넘게 썼다” 등 교사 본연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부가 내놓은 인공지능(AI) 활용 수행평가 지침은 교육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수행평가 중 발생한 AI 활용 부정행위 반복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인공지능(AI) 활용 범위 설정 ▲인공지능(AI) 활용 과정 표기 지도 ▲학생 유의 사항 안내 및 사전교육 ▲평가 설계 방향 ▲개인정보 보호 등 5가지 영역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설문 결과 93%의 교사들은 현재 지침이 학교의 실제 학습 과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으며, 63%는 교육 철학과 교육적 논의 없이 기술 도입과 정책 유행에만 매몰돼 있다고 답했다. 특히 73%는 실현 불가능한 지침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75%는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된다고 답변해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71%의 교사들은 사교육 업체가 학교 평가 문항을 무단 게시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 평가 문항 저작권 보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사들은 AI 시대를 맞아 ‘사유와 질문의 힘’, ‘비판적 문해력’을 학교 교육에서 집중해야 할 역량으로 뽑았다.
그러면서 암기식 수행평가 규제에는 36%가 기초 지식 약화로 인한 학력 저하를, 34%는 명확한 기준 없이 교사의 평가권만 위축 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한 주관식 답변에는 “기초지식 없이 사고력도 없다”, “서논술형 강제는 탁상공론이며 오히려 교육격차를 불러일으킨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평가 계획서가 수업과 평가 설계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행정 점검을 위한 문서로 기능하는 있음을 보여준다”며 “공교육 평가의 위기를 드러낸다”고 우려했다.
이어 “AI 활용 교육 필요설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수업과 평가가 이뤄지는 교실의 조건과 운영 방식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제는 평가의 방향을 말하는 것을 넘어 학교에서 실제로 가능한 평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올해 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 개최 계획을 알렸다.
토론회는 릴레이로 열리며 ▲수행평가와 학생 부담 문제 ▲AI 시대 교육과 평가 ▲고교학점제와 대입 제도의 충돌 등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