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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썹쌤일기] ⑯아이들이 알아보는 사람이 된다는 것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꺄아!” 짝짝짝!

 

앞 반과 뒤 반 아이들이 오가는 비는 시간 5분 동안 농구 골대에서 혼자 슛을 하고 있는데, 골이 들어가자 갑자기 박수와 환호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위쪽을 돌아보니 체육관 2층 헬스장에서 고등학생 무리가 손을 흔들었다. 작년에 중학교에서 가르쳤던 8학년 학생들이 이제 9학년 고등학생이 돼서 수업받던 중 나를 알아본 것이었다.


새 학기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나도 반가워 손을 흔들어줬지만, 민망해서 더 이상 농구를 계속하지는 못하고 얼른 수업 준비로 바쁜 척을 했다.

 

지난 학년도 첫 보결 수업의 풍경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젊은 보결 교사들이 하는 여름방학 문해 캠프 강사 일도 못 해 소득이 줄어드는 춘궁기, 아니 하궁기인 기나긴 여름방학이 지난 날이기도 했다.

 

갑작스레 상을 당하신 체육 전담 교사의 체육 수업을 할 보결 교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간 학교에서 수업 계획을 받고 복도를 나가니 반겨주며 하이 파이브를 해달라는 아이들이 지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 첫 수업을 마치고 이제 고교생이 된 학생들까지 이렇게 만났다. 아무래도 보결 교사를 계속할수록 알아보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보결 교사는 여러 교사의 수업을 들어가다 보니 대략 60~80명 정도의 학생을 한 학기에 만나는 고교 정규 교사보다 꽤 많은 학생을 만나게 된다.

 

물론 하루만 만나고 마는 학생들이 알아보는 일은 없지만, 주로 출근이 쉬운 학교에만 보결을 가다 보니 같은 반을 서너 번 맡게 되면 학생들이 기억하게 된다.


고등학생이 돼도 까불이들은 까불이들


문제는 수업 시간 중 정신을 딴 데 파는 녀석들은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0분간 준비운동을 시키고 아이들하고 피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녀석들이 별안간 우리 체육관으로 내려왔다.

 

“우리도 끼워줘요!”

“야, 니들 선생님한테 허락은 받았냐.”

“아, 우리 쌤 신경 안 써요. 봐요, 보이지도 않죠?”

 

당황스럽게도 이 선생님, 애들 셋이 지금 교실을 이탈했는데 관심도 없다. 동료 교사를 신뢰하는 건지, 이제 곧 명퇴하실 생각인 건지.

 

“우리 해도 되죠?”

“마, 안 돼. 올라가서 니들 거 해.”

“아, 왜요왜요왜요.”

“야, 니들이 끼면 7학년 애들하고 급이 맞겠냐.”

“에이, 우린 안 던질게요.”

“그래도 안 돼. 안 해 줘. 해줄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

 

나도 교사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해 보는 애들이랑 좀 구르고 나니 예전보다는 많이 엄해졌다. 그러고 보면 애들 요구를 이렇게 잘라내지 못해 곤혹스러워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경험이 쌓이긴 쌓이나 보다. 애들은 그러고 났더니 군말 없이 올라갔다.

 

그래도 이전 해에 가끔 오던 보결 교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못 해 아쉽긴 했다. 그 고마움은 또 앞으로 만날 애들한테 더 좋은 교사가 되어주는 걸로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도시 보결 교사는 반쯤은 공인


하지만 항상 고마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서 집 근처 학교에 보결하러 다니다 보면 학교 밖에서 그 학교 학생을 만나게 되는 일도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회암교육청이 있는 온타리오주 군포시는 캐나다 통계청 기준으로는 턱걸이로 ‘대도시’ 분류에 들기는 하지만, 인구는 경북 안동시보다도 적은 13만 명 수준이다. 여기서도 턱걸이로 공식 분류가 대도시권이지 일반적으로는 중소도시라고 본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 살다 보니 아는 사람을 어디서든 마주치기는 쉽다.

 

어느 날에는 나름 온타리오주 동남부 최대 쇼핑몰이지만, 서울시내 아무 백화점이나 들이대도 초라한 쇼핑몰에서 둘째 아이의 첫 해 유치원 교실에 있던 특수교육 보조 선생님을 만났다.

 

그런데 그런 동네에서 매년 수백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면 그렇게 마주치는 일이 너무 자주 생긴다. 사실 그 선생님 집 아이들 둘도 옥토중에서 자주 만났던 아이들이었다. 어찌나 어색하던지.

 

게다가 학생들에게는 상지고에는 단 세 명 오는 동양인 아저씨 보결 교사니까 바로 알아보기 더 쉽다.

 

물론 단 두 명 있는 동양인 선생님을 헷갈리는 아이들도 있다. 옥토중에 오랜만에 가면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똑같이 수학을 가르쳤던 중국인 수학 선생님 이름이다.

 

가끔은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하자고 조르기도 한다. 이 역시 그 선생님이 주로 아이들에게 남는 시간에 활용하는 활동이다.

 

그래도 둘 중 하나니까 아이들이 쉽게 알아는 본다. 이에 비해 서양 아이들 얼굴을 잘 구별하기도 힘들고,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워 가끔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저녁에 급히 이웃 아이 생일 선물을 사러 마트에 갔다가 옥토중 시절부터 만나온 상지고 아이들 7~8명을 만났다. 처음에는 ‘쟤들이 왜 날 쳐다보지?’ 했는데, 아이들의 인사에 학생들인 줄 알아봤다. 문제는 마트에서 애들이 단체로 “정쌤!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를 지르니까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는 하교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도 상지고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 다니는 학교에 동생을 데리러 오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면, 군포시에서는 가을 축제를 한다. 놀이공원이 없는 소도시 아이들이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놀이기구를 타러 온다. 아이들을 데리고 저녁에 갔더니 동네 고교생들은 다 온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마트에서 봤던 일행도 만나고, 그렇게 한 스무 번은 아는 아이들을 마주치게 된다. 다행히 이날은 다들 자기들끼리 즐긴다고 바빠서 그렇게 어색하게 넘어가는 일은 없었지만, 형편이 이렇다 보니 항상 밖에 가면 약간의 긴장을 하게 된다. 언제나 학생들을 마주칠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알아보는 아이들이 반갑고 고마울 때도 있고, 어색하고 난감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갈수록 알아보는 아이들이 많아지니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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