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 즉, 끊임없이 흘러가며 머무르지 않는 세태를 반영하는 표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니다. 올해 한국 사회가 겪은 격렬한 진동을 정직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특히 교육 분야는 그 변동의 중심에서 정치 못지않은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초 한 대학에서는 AI가 작성한 학위논문이 심사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돼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학생은 “AI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절박함을 토로했고, 교수들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올해 초부터 실시한 인공지능(AI) 교과서 채택은 제동이 걸려 교과서의 지위를 잃고 참고 자료로 전락했다.
2025년 전격 의무적 시행에 들어간 고교학점제는 현재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사건들은 변화의 파도를 타고 귀추가 주목되고 규정 위반은 아닐지라도 배우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한 학년 전체가 ‘10명 이하’ 로 떨어졌다. 교사는 “이 아이들이 서로 경쟁 상대조차 없어 성취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수도권의 대형 학교에서는 급격한 전입 증가로 교실이 포화 상태가 되어, 학생들이 복도에서 조별 과제를 하고 교사는 수업 대신 관리 업무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교육 불균형이 양극단에서 동시에 폭발하는 현실, 이 모든 것이 바로 ‘변동불거’의 잔혹한 현재다.
이처럼 변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위험한 것은 변화보다 느린 우리의 대응이다. 교육 정책은 여전히 ‘몇 년 뒤 적용’을 전제로 설계되고, 대학은 위험을 우려해 새로운 실험을 미루기 일쑤다. 하지만 기술과 사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10년 뒤를 준비해야 할 학교가 10년 전의 기준에 붙들려 있다면, 그 사이의 ‘잃어버린 세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길은 무엇인가?
첫째, 변화를 따라가는 교육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단지 AI를 수업 보조 도구로 쓰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해외에서는 고등학생이 AI 모델을 직접 수정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업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AI 사용 여부’만 따지고 있다. 기술을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창조의 재료로 보아야 한다.
둘째, 교육 의사결정 구조의 ‘속도 혁신’이 필요하다.
정책 하나가 현장에 도달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구조로는 미래를 따라잡을 수 없다. 실험적 학교 제도, 모듈형 학사제 등 빠른 시범 운영과 즉각적 피드백 체계를 확립해, 변화에 ‘적응’이 아니라 ‘추진’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교육의 중심을 다시 ‘사람’에 놓는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기술 도입과 제도 개편이 아무리 급해도, 결국 변화의 충격을 견디는 건 학생과 교사다. 그들의 피로를 외면한 혁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학생의 학습 경험, 교사의 수업 자율성, 학부모의 신뢰, 이 세 가지가 단단히 서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이제 ‘변동불거’의 해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은 내년이라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역사학자이지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변화는 미래의 유일한 상수(常數)”라 했다. 세상은 이미 새로운 속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고, 교육이 따라오지 못하면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 몫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변화의 파고가 밀려올 때마다 뒤로 밀려날 것인가? 아니면 그 파도 위에 올라타 새로운 길을 열 것인가?
지금처럼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어떤 변동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교육의 방향,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용기, 폐쇄가 아니라 개방, 과거의 답안지가 아니라 미래의 질문지를 선택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변동불거’는 우리에게 “변화 속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지는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한다. 그 결정을 미루지 않는 용기, 그것이 다음 시대를 밝히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