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0 (월)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울릉도 17.5℃
  • 수원 17.3℃
  • 청주 18.2℃
  • 흐림대전 19.4℃
  • 안동 16.9℃
  • 포항 18.9℃
  • 흐림군산 20.4℃
  • 흐림대구 19.1℃
  • 흐림전주 23.2℃
  • 흐림울산 19.5℃
  • 흐림창원 20.9℃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맑음목포 22.9℃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흐림천안 17.6℃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김해시 21.3℃
  • 흐림강진군 23.0℃
  • 맑음해남 24.8℃
  • 흐림광양시 20.4℃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전재학의 THE교육] “배움 이전에 사랑”...조벽 교수의 말을 되새기며

아이 하나, 사람 하나로 여긴 진정한 사랑의 교육

 

 

더에듀 | 우리는 생전(生前)에 누군가가 아무리 공로가 뚜렷하고 위대한 궤적(軌跡)을 남겼어도 그를 영웅시하거나 추앙하는 것을 회피하거나 금기시하는 것을 겸손의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가치관과 철학이 부재하거나 혼돈의 시대일수록 그런 인물을 부각해 그 시대의 방향을 잡고 어둠을 밝히는 지혜를 구하는 행위는 용기 있는 일이자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혼돈의 시대, 교육의 나침반이 된 스승: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


이런 기준에서 어느 누구보다 부합한 인물이 있다. 그는 이 혼돈의 시대에 교사들의 멘토라 불리는 조벽 교수이다.

 

그는 “가르친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온몸으로 ‘실천궁행(實踐躬行)’해 온 교육자라 할 수 있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공학자이자 교육학자이다. 하지만, 정작 그를 대한민국 교육계의 사표로 기억하게 하는 것은 그가 이 땅에 심어 놓은 그의 ‘교육 철학’과 ‘아이에 대한 절대적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조벽 교수는 미국 미시간공대에서 20년 가까이 교수로 재직하며 ‘최고의 교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공학자로서 치열한 연구를 이어가면서도, 그는 언제나 “학생을 사람으로 대하는 교수”로 불렸다. 그의 수업에서는 시험 점수보다 학생의 이름과 삶의 이야기를 먼저 외우는 교수로 기억되었다.

 

그는 수업 중에 학생이 우는 걸 보면 조용히 다가가 등을 두드려 주었고, 학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의 철학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지식은 가르칠 수 있지만, 사람은 사랑으로만 성장한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청소년 정책 자문, 교육부 자문위원, 대학 강단 등을 거치며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는 선구자가 되었다.

 

특히 2011년 그의 책 《행복한 교사》, 《인성이 실력이다》는 수많은 교사와 학부모에게 깊은 감동과 방향성을 선물했다.


아이에게 깨달음을 주는 진짜 교육법


조벽 교수는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기 이전에, 아이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공간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강조한 ‘인성교육’은 단순한 도덕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존중받고, 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드는 전인 교육이었다.

 

그는 교육의 가장 큰 위기는 “교사들이 지쳐간다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지친 교사는 사랑할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교사의 행복이 먼저입니다”라고 말하며 수많은 강연과 컨설팅에서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이 교실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치유받고 있어요.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다그치지 마세요.”

 

이러한 조벽 교수의 교육 철학은 많은 학교와 교사들에게 실천의 변화를 불러왔다.

 

2019년 경기도교육청의 인성자료에 의하면 한 중학교에서는 ‘조벽식 인성수업’을 도입한 뒤, 교사의 수업 방식이 바뀌고 교실 내 갈등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수업 시작 전 5분간 ‘칭찬 노트’를 작성하거나, 한 주에 한 번씩 ‘서로의 좋은 점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을 뿐인데, 학습 분위기 자체가 따뜻하게 변화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배움 이전에, 먼저 사랑받아야 한다”는 조 교수의 철학이 학교 문화를 바꿔낸 사례라 할 것이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은 그의 자문을 바탕으로 인성 중심 교육 정책을 확대하며 ‘학력’이 아니라 ‘삶력’을 기르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그의 삶은 단지 좋은 강의, 좋은 글을 남긴 것을 넘어, 수많은 교육자와 학부모가 ‘아이를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한 교육 혁신의 씨앗이었다.

 

 

우리는 흔히 교사의 역할을 지식 전달자로 국한하지만, 조벽 교수는 교사는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해 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아이가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진짜 교육이며, 그 출발점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실에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집에서 상처받고, 세상에서 무시당하고, 꿈을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선생님의 눈빛 하나로, 말 한마디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게 교육의 전부 아닐까요?”

 

우리 모두는 이런 스승 한 명 쯤은 각자의 기억 속에 간직하길 바라고 있다.

 

성적이 나쁘다고 야단치기보단, 왜 힘들었는지를 먼저 물어봐 주던 선생님, 교실 뒤에서 조용히 울고 있을 때, 말없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준 그 손길, 그런 사랑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 줄 수 있다. 아니, 한 세상을 바꾸어 줄 수 있다.

 

아이를 향한 사랑은 구호가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조벽 교수처럼, 오늘도 한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다면, 우리는 교사와 학생 즉 사제간의 관계와 인연에 많은 갈등을 안고 있는 이 시대에 이미 가장 위대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1명
100%
싫어요
0명
0%

총 1명 참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