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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도시 가족의 ‘농어촌 체험 교육’을 권장하며

감각을 열고, 관계를 이어가며, 실체와 사회를 배우고,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교육적 배움의 현장

 

더에듀 | 가을은 변화와 성찰의 계절이다. 나뭇잎이 물들고, 들녘은 누렇게 익어가며, 바람은 선선해지고 하늘은 투명해진다. 이를 완곡하게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이 계절에 도시의 청소년과 그 가족이 농어촌으로 활동 반경을 옮겨 함께 배우고 느끼는 시간을 갖는 일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교육적 의미를 지닌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시는 편리하고 풍요롭지만, 동시에 균질화되고 단조로운 삶의 리듬이 자리 잡기 쉽다. 반면 농어촌은 계절이 생생히 흐르고, 땅과 바다의 리듬이 느껴지고, 세대와 세대 간, 사람과 자연 간의 만남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청소년들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는 ‘도시 삶’에서는 놓치기 쉬운 감각과 가치를 회복시키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청소년 가족의 농어촌 행사를 왜 권장하는지 그 의미와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감각과 실체로 배우는 교육이 가능하다.

 

종이 위 교과서나 화면 속 지식만으로는 땅의 질감, 바다의 냄새, 곡식이 익어가며 흔들리는 소리, 조개가 박혀 있는 갯벌의 점토 감촉, 손끝으로 문지르는 흙의 온기 같은 것은 알 수 없다.

 

농촌 행사에서는 벼 베기, 탈곡, 농작물 수확, 가공, 조개 줍기, 어업 보조 활동, 가공·발효 체험 등 오감 중심의 실체 경험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연계시키고, 지식이 ‘내 몸’과 ‘기억’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둘째, 세대와 세대가 마주 앉는 시간이 생긴다.

 

도시의 일상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간혹 있더라도 스마트폰이나 영상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농어촌 행사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현장에서 손을 맞대고, 일의 과정과 고단함을 함께 겪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은 공감의 대화, 공동 과업 수행, 책임 분담을 통해 가족 간 정서를 회복하고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농어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오늘날 농어촌은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 소멸 위기라는 현실 앞에 있다. 많은 청소년과 도시민은 농어촌을 ‘풍경’이나 ‘관광지’ 또는 ‘전원 배경’ 정도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 농사와 어업은 기후 변화, 시장 경쟁, 후계 인력 부족, 기술 변화 등 복합적인 도전에 놓여 있다. 가족 단위로 현장에 머물며 생산 과정과 삶의 조건을 경험하면, 청소년은 농어촌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의 현장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농업 정책, 환경 보존, 귀농·귀촌 등의 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감을 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 지역 공동체와의 교감 및 상생 경험을 가질 수 있다.

 

농어촌 행사는 대개 마을, 농가, 어촌 공동체가 기획하거나 협력한다.

 

도시 가족이 참여함으로써 마을 주민들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지역 자원과 문화가 서로 소통한다. 이 과정은 도시와 농어촌 사이의 단절을 좁히며, 사회적 연대와 상생의 감각을 형성할 수 있다.

 

예컨대, 지역 특산물 가공체험 또는 마을 장터 참여 같은 활동은 마을 경제와 교육 공동체를 연결시키는 실천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

 

다섯 째, 정서적 치유와 휴식의 역할도 한다.

 

현대 도시 청소년들은 학업·경쟁·디지털 피로 등 여러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땅을 밟고, 바람을 맞고, 별빛 아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정서적 안정과 치유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활용 사례 발표에서 농촌 체험이 치유농업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가족이 함께 느끼는 휴식과 재충전의 경험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관계 회복과 삶의 균형을 되살리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정책과 흐름: 이미 시작된 변화


정부와 지역 단위에서도 농업·농촌 교육과 체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제4차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에서 지역 농업·농촌 체험을 통한 교육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초등 돌봄프로그램인 ‘늘봄학교’에 농업·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체험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등도 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농업과 생태, 지역 문화 등을 교육과정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와 실천이 조금씩 맞물리면서, 농어촌 체험이 특정 계층의 관광이 아니라 공교육적 자원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점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참여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① 지자체·교육청 협업과 프로그램 연결을 통해서 도시 학교와 농촌 지자체가 사전에 연계하여 일정과 콘텐츠를 조정할 수 있다.

 

② 가족 중심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형제까지 역할이 분화된 활동을 배치해 ‘공동체 과업’ 경험을 살릴 수 있다.

 

③ 지속성과 회차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단회 체험보다는 계절별·단계별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농촌과 맺는 밀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

 

④ 안전과 준비를 철저히 하되 현장 안전 매뉴얼, 보험, 응급 대응 체계, 사전 교육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⑤ 사후 확장 및 반성을 통해 행사 뒤 가족 간 경험 나누기, 기록 공유, 지역 주민과의 교류 등으로 효과를 배가할 필요가 있다.

 


도시와 농어촌이 손을 잡고 자라는 미래


도시 청소년과 그 가족이 가을철 농어촌에서 함께 경험하는 시간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다. 그것은 감각을 열고, 관계를 이어가며, 실체와 사회를 배우고,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교육적 배움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도시와 농어촌, 교육과 삶, 세대와 세대 사이에 있었던 거리와 경계가, 도시인들과 농어촌 주민들이 함께 밟은 흙길 위에서 조금씩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하게 무덥고 폭염으로 이어지던 여름이 어느새 본격적인 가을이 우리를 손짓해 부르고 있다. 들녘을 걷고 물결을 보고 흙을 만지고 이야기를 나눌 그 시간을 말이다.

 

도시의 청소년과 가족이 손잡고 농어촌으로 향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자 한다. 왜냐면 그 속에야말로 배우지 않으면 잃게 될 소중한 것들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부모와 어른들의 현명하고 슬기로운 지혜와 행동은 청소년 자녀들에게 이 가을에 값을 계산할 수 없는 매우 귀한 선물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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