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매년 10월의 마지막 주가 다가오면 거리마다, 특히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핼러윈 축제의 분위기가 익어간다.
10월 31일 핼러윈 데이를 정점으로 평소에 보기 어려운 독특한 복장과 가면, 보기에 따라서는 끔찍한 모습으로 분장한 젊은이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양한 기업과 유통업체들은 청소년들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아 기발한 상술과 전략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맞아 약 10만명이 좁은 골목에 몰리면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로, 대한민국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정부 최종 발표 159명) 사고를 당한 이태원 참사를 잊을 수 없다.
이제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대회를 맞이하면서 그날의 참사가 준 교훈을 기반으로 청소년에게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날이 되도록 설계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나’를 찾는 MZ세대의 축제 놀이터
▲ 자기표현과 일상 탈출의 공간
한국의 젊은이들, 특히 MZ세대는 축제 속에서 평소에는 시도하기 어려운 ‘또 다른 나’를 연출하는 데 매력을 느낀다.
서울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를 경험한 한 20대 여성은 “평소 감히 못 해보던 분장과 메이크업을 하고, 낯선 사람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기 표현 욕구가 큰 MZ세대가 코스튬(costume)이나 파티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축제가 본격적인 청년문화로 변모했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평범한 일상’을 벗어난 탈일상적 경험, 즉 복장·분장·변신을 통해 일시적으로 다른 존재가 되어본다는 색다른 경험도 중요하다. 이는 스트레스 해소, 새로운 관계 경험, 동료감 형성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소속감·공유된 문화 경험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즐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다른 많은 또래들과 함께 즐긴다”는 집단적 경험이다.
예컨대 중국의 홍콩 및 상하이에서 젊은이들이 헬로윈 복장을 입고 거리를 누비며 하나의 ‘서브컬처(sub-culture) 이벤트’로 즐기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이처럼 축제를 통해 형성되는 일시적 공동체 의식과 ‘나도 지금 여기에 속해 있다’는 감각은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동인이라 할 수 있다.
▲ 문화적 유희성과 마케팅적 매력
핼러윈은 역사적으로 고대 켈트인의 축제 Samhain에서 유래되며, ‘죽음·영혼·변신’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에는 이 상징들이 호러 메이크업, 코스튬, 펌프킨 카빙 등으로 재해석되어 ‘즐겁고 유쾌한 이벤트’로 자리 잡았으며, 기업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핼러윈은 상업·브랜드가 자리 잡은 시즌 이벤트로 활발하게 기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핼러윈 이벤트가 유치원·놀이공원·유흥가 중심으로 확산된 배경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날이 되도록 하는 방법
젊은이들의 헬로윈 축제 참여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지만, 단순히 소비·파티에 그치지 않고 이를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하루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그에 대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이다.
▲ 역사·문화적 뿌리 탐구 활동
핼러윈의 기원을 살펴보면 켈트인의 사윈 축제, 중세의 ‘souling’ 전통 등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는 핼러윈이 단순 외래문화가 아니라 ‘시간을 넘어온 문화 접촉과 해석의 산물’임을 탐구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학생들에게 핼러윈 상징인 ‘펌프킨’, ‘코스튬’,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의 유래를 조사하게 하고, 각 상징이 지닌 의미(탈변신, 영혼과의 경계, 수확의 유종의 미 등)를 발표하게 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현상을 접할 때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비판적 수용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창의적 표현을 통한 참여 기회 제공
핼러윈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변신과 표현이다. 이를 교육적으로 의미를 살리려면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표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①나만의 캐릭터 만들기 활동으로 복장이나 소품을 직접 설계하게 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하게 할 수 있다.
②다문화 핼러윈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문화나 가족 역사 중 ‘변신’ 혹은 ‘축제’ 요소를 찾아 복장이나 연극으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기이한 복장 입고 즐기기에서 기발하게 생각하고 표현하기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 사회적·윤리적 성찰 연결
핼러윈은 소비 문화, 과시 문화, 안전 문제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한국 이태원 핼러윈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몰려 안전사고로 이어진 것이 그 대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교육적으로 축제의 즐거움 이면에 있는 책임과 공동체 의식을 함께 다루면 좋을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축제에 몰리는가?”, “축제 속에서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복장이나 분장이 표현의 자유인가, 아니면 타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소비와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타인 존중’, ‘안전’, ‘문화적 감수성’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학교·가정 연계 이벤트 설계
축제를 교육적 맥락 안에 내포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의 협력이 중요하다.
예컨대, 학교에서는 핼러윈을 맞아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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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복장대회+표현활동: 학생들이 직접 만든 소품이나 의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발표회 ② 문화탐방 부스: 헬로윈의 역사, 세계의 유사 축제(예: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등)를 소개 ③가족 참여 활동: 가정에서 ‘수확(추수)과 변신’이라는 테마로 가족이 함께 꾸민 집안을 사진 찍고 이야기 나누기 등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
실제로 공산국가인 중국조차 유치원에서 핼러윈 파티를 통해 “외국 축제를 배우고 문화 다양성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 적도 있다. 이런 방식은 단지 재미로 끝나는 축제가 아니라 배움이 되는 축제로 탈바꿈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핼러윈 “단순히 축제로 넘긴 것인가, 의미 있는 교육의 날로 만들 것인가”
젊은이들이 핼러윈에 열광하는 이유는 ‘변신의 즐거움’, ‘집단의 즐거움’, ‘문화적 소비 및 놀이’가 결합된 복합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축제의 날로 넘길 것인가, 아니면 더욱 의미 있는 교육의 날로 만들 것인가는 우리 교육 주체들의 설계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여기에는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탐구하고, 창의적 참여를 설계하며, 책임 있는 태도와 공동체 의식을 키울 때, 헬로윈은 젊은이들에게 즐거움 이상의 울림을 주는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10월 31일, 젊은이들은 단순한 분장을 넘어서 “나는 누구이고, 왜 나를 표현하며, 나는 어떤 공동체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도록 교육하길 기대한다. 이제 헬로윈 축제는 즐거운 파티 문화를 넘어서 청소년들이 배우고 성장·발전할 수 있는 유의미한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