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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 교육] 교사의 진정한 '책임교육'을 위하여

 

더에듀 | “선생님은 아이의 성적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몇 해 전 교장단 연수에서 한 강사가 한 말이 오래도록 필자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교육이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 한 명 한 명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것임을 다소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교실을 돌아보면, 교사들이 그 숭고한 사명을 실천하기에는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2023)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2%가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교육부 ‘2024 교원 인식 실태조사’에서는 교사의 10명 중 6명이 “문제행동 학생 지도를 주저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교권 침해 사례는 2022년 3000여건에서 2024년 6000건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수치는 교사들이 책임교육의 본질인 ‘학생 지도와 성장 지원’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한 중학교 교사의 사례가 주요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수업 중 한 학생이 친구에게 폭언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일이 발생해 교사가 이를 제지하자 학부모는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몰았다”며 항의했고, 결국 교사는 공식 사과를 해야 했다. 이후 그 교사는 “다음엔 그냥 모른 척하겠다”는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책임을 다하려 한 교사가 오히려 상처를 입는 현실, 그 속에서 교육의 본질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책임교육’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학업 성취나 규율을 관리하는 책임이 아니라, 학생의 인간적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마음과 자세에서 출발한다. 교사는 학생이 실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을 때 손을 내밀며, 잘못된 길로 갈 때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멈춰 세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즉, 책임교육은 ‘성적’이 아니라 ‘삶’을 함께 짊어지는 교육이라야 한다.

 

그러나 이 이상은 개인의 헌신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다. 교사가 책임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여기 몇 가지 필요한 사항을 제언해 본다.

 

 

첫째, 교사의 교육적 판단을 존중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생활지도가 학생의 인권 침해, 아동 학대로 곡해되지 않도록 명확한 지침과 보호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2025년 현재 ‘교권보호 5법’이 통과되어 일정 부분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실질적 현장 적용은 여전히 미미하다. 진정한 보호는 교사가 두려움 없이 교육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생·학부모·교사 간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서울교육청의 ‘학교 신뢰도 조사’(2024)에 따르면, 학부모의 58%만이 “교사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동양의 고전 『논어』에서 국가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듯이 교육 역시 신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하여 아이의 성장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교육공동체’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교사를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함께 돕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문화가 필요하다.

 

셋째, 교사의 전문성과 돌봄 역량을 함께 키우는 연수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단순한 행정 교육이 아니라, 학생 이해·심리 상담·갈등 조정 등 실질적인 인간 이해 중심의 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교사에게 높은 자율성과 함께 ‘전문적 돌봄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문화가 정착된 이유다. 우리도 교사를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전문적 인간 교육자’로 성장시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 초등학교의 감동적인 사례가 있다. 과거 KBS 뉴스에 따르면, 인천의 한 교사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주 결석하던 학생을 찾아가 상담하며 지역 복지센터와 연계해 도움을 받게 했다. 그 학생은 이후 학교생활에 적응했고, “선생님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책임교육의 본모습이다. 교사는 교실 안팎에서 아이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책임교육은 교사의 개인적 사명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사회 전체의 약속으로 완성될 수 있다. 교육이 단지 성적 경쟁의 장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성장시키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교사의 책임’을 함께 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오늘도 수많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 속에는 단순한 업무가 아닌,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내려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 진심이 꺾이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문화, 그것이 바로 진정한 ‘책임교육’의 시작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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