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토론회를 주재하고 ‘과학기술인 존중·도전 문화 정착’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연구자 여러분께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주겠다”는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상징적 메시지가 아니라, 연구개발(R&D)의 본질적 속성인 ‘시도→실패→교훈→재시도’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맥락에서 매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실패 발표 대회’(실패연구소 CAF 주최) 사례를 통해, 연구개발 현장에서 실패를 촉진제로 바꾸는 교육적·제도적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실패 공유의 문화 조성
KAIST는 근래 몇 년에 걸쳐 ‘실패 주간(Failure Week)’이라는 이벤트를 열어, 학생들이 연구·학습·일상 속에서 겪은 실패 경험을 사진전, 발표, 에세이 등을 통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또 중요한 이유는, 연구개발에서 실패가 비밀스럽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학습의 기록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이나 R&D 현장에서도 “실패했다” 혹은 “잘 안됐다”는 고백이 곧 후퇴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자산임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 발표의 제도화
KAIST의 대회 형식은 단순히 실패담을 나누는 장을 뛰어넘어, ‘실패를 분석하고 다음 전략을 공유하는 발표회’로 설계되어 있다.
이를 확대하면 R&D 조직이나 대학 연구실 차원에서도 정기적으로 실패 발표회를 제도화할 수 있다.
예컨대 분기마다 ‘시도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안 나왔던 프로젝트’ 1~2건을 선정해 연구팀이 발표하고, 실패 원인, 대안, 향후 재시도 계획을 동료와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실패가 은폐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학습의 재료로 전환될 수 있다.
실패용 인센티브 설계
대통령이 강조한 ‘실패를 용인하겠다’는 말은, 단순히 벌칙을 주지 않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실패가 가치 있는 시도였음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교육·연구기관에서는 ‘실패 발표 대회 우수상’, ‘가장 의미 있는 실패’ 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KAIST의 경우 실패 발표회에서 관객 투표를 통해 인기·공감·해결 지향성 측면의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처럼 실패에도 ‘좋은 시도였다’는 인정이 주어지면, 연구자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기보다 과감한 탐색을 할 용기를 얻게 되고, 이는 결국 혁신 촉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실패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공유
연구개발에서 실패는 흔하지만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않고 사라지기 쉬운 자원이다. KAIST 실패연구소 CAF는 사진·에세이 등을 모아 공유하고 있다.
이를 확장하면 연구기관이나 기업 R&D 부문에서 실패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어떤 조건에서 시도가 실패했는지, 어떤 조치가 개선을 가져왔는지 기록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공유는 동일한 오류의 반복을 막고, 다음 프로젝트 설계 시 참고자료로 활용되어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효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교육과정 설계에 반영
대학원이나 연구과정에서는 ‘성공사례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실패사례 분석’은 그만큼 자주 다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KAIST의 ‘실패 세미나’, ‘사진전’ 등은 실패를 교육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 측면에서 실패 경험을 필수적인 학습모듈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내 연구실 실패 5선’, ‘실패에서 배운 3가지’, ‘다음 도전 설계하기’ 등의 워크숍을 도입하면 연구자·학생들이 실패를 숨기지 않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맺으며
대통령의 발언처럼, 연구자는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좋은 소식은, KAIST라는 구체적 연구 현장에서 이미 ‘실패를 나누고 배움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실천’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이 경험을 R&D 생태계 전반에 확산한다면, 실패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혁신의 연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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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실패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고 ②정기적인 발표 제도를 마련하고 ③실패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④실패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지식화하고 ⑤실패를 교육과정에 적극 포함시키는 것. |
이 다섯 가지 방안이 R&D 현장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연구개발이 단지 ‘성공률 높이기’의 게임이 아니라 ‘미지에 도전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학습하는 길’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연구개발의 촉진제는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려는 태도이다. 이제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K-과학’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