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헌법은 살아있는 약속이다.”
최근 계엄에 대한 역사적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이미선 대법관이 한 말이다.
이미선 대법관은 이 말을 통해 헌법은 단지 책 속의 문장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현재 삶과 선택을 지탱하는 기준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렇기에 헌법교육은 성인이 된 후에야 비로소 접하는 어려운 법 지식이 아니라, 배움의 길에 있는 어린 세대들에게 가능한 빨리,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할 약속의 언어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민주국가의 헌법은 최고 규범이자 민주주의의 설계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각 교실의 헌법교육은 종종 시험 범위의 일부, 혹은 암기해야 할 조항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은 자신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헌법의 주체라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한다. 헌법교육이 초·중·고 교육 현장에 뿌리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021년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계획’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학생자치, 토론 수업, 학교 규칙 만들기를 헌법 가치와 연결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교칙 개정에 참여하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 책임과 권리의 균형을 토론하는 과정은 ‘헌법 제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와 ‘헌법 제37조 2항(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을 삶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있다.
즉, 학생들은 헌법이 “나와 무관한 국가의 규칙”이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약속”임을 몸으로 배우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해외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초등학교 단계부터 ‘기본법(Grundgesetz)’의 핵심 가치를 생활 중심으로 가르친다. 교과서보다 토론과 역할극을 통해 민주주의와 기본권을 익힌다. 이는 과거 나치 시대에 대한 반성과 헌법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출발했고, 헌법을 잊었을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역사로 기억하는 교육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도 역시 헌법교육을 지식 전달이 아닌 경험과 참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초등학교에서는 ‘왜 차별하면 안 되는가’를 이야기하며 평등권을, 중학교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문제를 토론하며 국민주권을, 고등학교에서는 실제 판례와 헌법재판 사례를 통해 법치주의를 배우게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헌법교실’과 모의헌법재판 프로그램은 이러한 방향의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우리는 전임 대통령을 파면케 한 역사적 비극에 대한 헌번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헌법교육의 필요성이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5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대통령의 오찬에서도 그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 바 있다.
그러나 헌법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면 교실에서 존엄과 자유, 민주주의를 배운 아이들이 언젠가 사회의 갈림길에서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기에는 그만큼 긴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은 그렇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 약속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출발점은 바로 오늘의 교실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는 12·3 계엄과 같은 권력 유지 욕망에 의한,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정치적 퇴행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철저히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헌법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를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강력한 헌법 재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상명하복식 지휘체계라 할지라도, 현재 우리 군 엘리트 지휘관 중 비정상적이고 불법이자 위헌인 명령에는 단호하게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한 사례가 있어 역사적 참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라 할 것이다. 이는 헌법교육에 의한 민주의식이 잠재된 결과이다.
이제 우리는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 것처럼 소중한 역사적 교훈을 거울삼아, 교실에서부터 헌법교육을 강화해 민주주의의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내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