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법원이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 사망 사고로 법정에 선 초등교사에게 선고유예를 선고, 1심보다 감형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유죄 인정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며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학교안전법에서 규정한 안전조치 의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지방법원은 14일 열린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 관련 항소심에서 인솔교사에게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1심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감형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해당 교사는 2년의 선고유예 기간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면소돼 교직 유지가 가능하다.
보조 인솔교사에게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초등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 차량에서 하차한 후 이동 중 발생했으며, 최소 9m 이상 이동한 버스에 한 학생이 깔리면서 사망했다. 이동 시간은 약 20여초 수준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솔교사가 학생 이동 중 뒤를 돌아 보지 않은 것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교원단체들, 유죄 판결 유감...“예측 가능성 벗어난 사고”
2심에서 감형 판결이 나오면서 교직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열렸지만,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유감을 표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우선, 강원교사노조는 “버스 주변에서 사고를 목격한 동료 기사가 버스를 두드려 세웠음에도 막지 못한 사고”라며 “선두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던 교사가 뛰어가서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인지 재판부에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앞에서 교사는 언제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절망감을 남겨주었다”라며 “교사의 책임을 벗어난 영역까지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그 어떤 교사도 학생과 함께 학교 밖 교육활동을 위해 나설 용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 원인은 교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라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이라며 “재판부의 명백한 사실 오인과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당한 판단이다.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은 인솔한 담임교사에게 책임이 쏠린 것도 문제 삼았다.
초등노조는 “담임교사가 직접 교외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수립했는가, 이를 승인한 교장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예산 사용을 심의하고 승인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책임은 어디에 있냐”며 “모든 책임이 단지 계획을 실행한 담임교사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교사 개인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관행의 심각한 문제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사노조연맹도 또한 “교사의 주의의무를 불가항력적 상황까지 적용한다면 교육활동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교사에게 매우 과도한 책임을 묻는 판결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강원교원단체총연합회(강원교총) 등은 이날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사가 수백 쪽에 달하는 매뉴얼을 준수해도 예기기 못한 돌발 상황에 대한 형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교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불안감이 교육현장에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장체험학습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라며 “교원 동의 없이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체험학습은 그 누구도 절대 강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유죄 인정 결과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실효성 있는 교원 면책기준과 국가 책임제 도입 ▲현장체험학습 결정에 대한 학교 자율성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학교안전법, 면책조항 있지만...“한계 뚜렷, 보완해야”
한편, 이번 판결로 교원단체들은 학교안전법의 면책 조항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학교안전법에서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고 후 조치에 대한 내용이다.
교총은 “사후조치 중심 규정만으로 실제 면책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교원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분명한 면책 요건과 기준이 반드시 법령에 담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이 자체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원 81.8%가 현장체험학습 ‘중단·폐지’를 요구했으며, 72.7%가 개정 학교안전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강원교사노조도 “‘교직원의 안전조치 의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예측할 수 없는 사고의 책임까지 교사 개인이 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