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법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법을 작동시키는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교통 혼잡 완화 대책은 대통령의 한마디로 움직였다. 반면 법으로 도입된 수석교사 제도는 15년째 부처 사이를 떠돌며 멈춰 있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임이 없어서이다.
최근 대중교통 무료 이용 출퇴근 시간 혼잡 완화 대책을 둘러싸고 관계 부처 간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책 방향은 제시됐지만 이를 실제로 추진할 주체가 특정되지 않으면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인지, 복지 관련 부처인지, 혹은 다른 부처가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사이 정책은 검토 단계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정책의 타당성 부족이 아니라 누구의 업무인가에 대한 책임 구조의 부재였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의 개입으로 정리되었다. 정책의 성격을 교통 정책으로 규정하고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일임하자, 그 순간 정책은 실행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법적 근거가 아니라, 책임의 특정이 정책을 움직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 시간대와 그 소관 부처를 명시한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지시 하나로 국토교통부의 책임으로 귀속되었고, 이를 두고 법적 근거 부재를 이유로 거부했다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의 실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법적 근거가 아니라, 단 하나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특정된 책임이었다.
규정 안 만들고 “없어서 못 한다”...법적 근거 있는데도 책임지는 곳 없어
이 지점에서 수석교사 제도와의 대비는 더욱 선명해진다. 수석교사 제도는 4년간의 시범운영을 통해 도입 필요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2011년 6월 29일 법률로 도입된 국가공무원 교원 자격이다.
다시 말해, 수석교사 제도는 대중교통 정책과 달리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를 완성하기 위한 책임은 어디에도 귀속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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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문제를 제기하면 행정안전부의 권한이라고 하고, 보수와 연구활동비·수당 부재 문제를 제기하면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의 소관이라고 한다. 국회를 찾아가면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사항이며 그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수석교사 배치를 시도교육감에게 요구하면 교육부에 가서 정원을 확보하라는 답이 돌아온다. 헌법재판소와 국민권익위원회, 교육감협의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 시행을 위해 법률이 위임한 대통령령에 규정이 필요함에도 이를 마련하지 않은 채 근거 조항이 없다고 말한다.
그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요구하면, 오히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
한마디로, 규정을 만들지 않은 채 ‘없어서 못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이 동시에 참(眞)이 되는 순간, 단 하나의 사실이 드러난다. 문제는 반복되고, 책임은 유보되거나 결국 사라진다. 결국 이 구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식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분명하다. 이 제도는 아무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 출퇴근 시간 정책은 법적 근거가 없어도 대통령의 지시로 책임이 특정돼 작동했다. 반면 수석교사 제도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정원이라는 핵심 요소에 대한 책임이 부처마다 분산된 채 서로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법은 도입되었으나, 제도 시행에 필요한 책임은 15년째 부처와 기관 사이를 떠도는 ‘핑퐁식 책임 배분 구조’에 갇혀 있다.
인사체계 또한 분절...=동일한 기준과 책임 구조 안에서 이뤄져야
이러한 책임의 부재는 인사체계에서도 반복된다. 수석교사의 업적평가와 재심사는 자격 유지와 직결된 하나의 인사행위다. 그럼에도 시도교육청은 이를 교육과정과와 인사과로 나누어 운영한다.
이는 단순한 업무 분장이 아니라, 하나의 인사행위를 성격이 전혀 다른 부서에 분할 배치한 것이다.
일반공무원의 업적평가는 총무과나 인사과 등 인사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평가와 심사는 하나의 인사 흐름이며, 동일한 기준과 책임 구조 안에서 이루어질 때만 인사체계로 성립한다.
그럼에도 수석교사 제도에서는 동일한 인사행위가 분절된 채 운영된다. 이는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특정하지 않은 구조가 인사체계까지 침투한 결과이다. 수석교사의 업적평가와 재심사가 동일한 인사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인사 전문성의 결여이며, 인지하고도 분리 운영하고 있다면 명백한 책임 회피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시정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의 업무분장이 교육감의 재량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재량은 자유가 아니다. 업무의 성격과 제도적 정합성에 따라 행사되어야 할 문제이다. 업적평가와 재심사는 인사행위이며, 이를 인사과의 업무로 일임하는 것은 재량이 아니라 교육감의 책임이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교육부의 태도 역시 동일한 모순을 드러낸다.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협조 여부를 평가하고 이를 점수화하면서도, 수석교사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교육감 재량’과 ‘내정간섭’을 이유로 개입을 회피한다.
심지어 교육과 직접적 관련성이 낮은 사회복지 정책의 집행에는 강하게 개입하면서, 정작 교원정책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이 이중적 태도는 책임 있는 정책 운영이라 보기 어렵다.
교육감 역시 다르지 않다. 수석교사의 보수체계는 대통령령이 아닌 교육부 훈령에 근거해 연구활동비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재원은 시도교육청의 정책사업비로 충당되고 있다. 이는 법적 수당이 아니라 행정적 사업비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어느 시도교육감도 이 문제를 교육부에 시정 요구하지 않는다.
교원 전문성 신장을 강조하면서도, 그 전문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교육부는 교육감에게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교육감 역시 교육부에 묻지 않는다. 왜 수석교사의 수당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지, 왜 국가가 이를 책임지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조차 제기되지 않는다.
이 침묵은 우연이 아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모두 교원 전문성 신장 제도를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업 혁신을 말하면서도, 그 혁신을 담보할 전문성 지원 인력은 제도 밖에 방치되어 있다.
수석교사 제도의 문제는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와 교육감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책임을 유보하고 있는 공동의 문제이다.
최근 정치권은 법왜곡죄를 도입하며, 관련 법령을 정비해 사법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말한다. 법은 도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과의 정합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인식이다.
법왜곡죄 도입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다만, 이미 도입된 법이라면 그 취지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동일한 기준을 수석교사 제도에도 적용해야 한다.
수석교사 제도, 15년째 '미완성'...교사 전문성 신장 자체에 대한 '무관심' 때문
수석교사 제도는 이미 법으로 도입된 자격이다. 그러나 그 자격을 실제 제도로 작동시키기 위한 법령 정비는 15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원도, 보수도, 인사체계도 여전히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이는 법을 도입해 놓고도 완성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법왜곡죄와 비교해 보면, 법률만 통과시켜 놓고 그 취지에 맞게 하위 법령을 정합적으로 정비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왜곡은 법을 어기는 데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법을 도입해 놓고도 그 법이 작동하지 않도록 방치하는 구조에서도 왜곡은 발생한다. 법왜곡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법원조직법, 헌법과의 정합성을 함께 확보하지 않는 한, 그 법은 제도로 작동할 수 없다.
하위 법령이 법의 취지에 맞게 정비되지 않으면, 법은 법치에 기반해 일관되게 집행되는 규범이 아니라 정권의 필요와 해석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행정적 정책 수단으로 전락한다. 법이 기준이 아니라 해석과 운영이 기준이 된다.
현재 수석교사 제도가 바로 그 상태다. 법은 존재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제도적 기반은 완성되지 않았고, 그 결과 제도는 정책적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지는 불완전한 정책 수단으로 남아 있다.
법은 하나의 조항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체 체계 속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법이 된다. 그렇다면 다시 묻게 된다. 왜 수석교사 제도는 15년째 완성되지 못했는가. 문제는 단순한 제도 미비를 넘어 정부 정책의 방향에 있다.
교원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면서도, 교원정책에는 정치가 강하게 작동한다. 교육은 헌법과 교육법 체계에 의해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교육이라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으로서 교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설계된 영역이다. 그러나 현실의 정책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교수·학습 전문성과 직결된 교원정책은 배제된 채, 교사의 업무는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사업 중심으로 관리되고, 행정·복지·사법·돌봄과 같은 비전문 영역은 ‘학생과 학교’라는 명분을 달고 교원의 업무로 무차별적으로 유입된다.
그 결과 교원은 교육과정과 수업이라는 본래의 직무를 넘어 다양한 사회정책을 수행하는 주체로 재편되고,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행정과 복지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변형된다. 수업은 중심에서 이탈하고, 교사의 전문성은 점차 주변화된다.
이러한 정책 환경 속에서 수석교사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제는 수석교사의 전문성이 아니라, 교사 전문성 신장 자체가 국가 정책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교사의 핵심 직무인 교수·연구 활동은 제도적으로 강화되지 않는 반면, 비전문 영역의 업무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현실은 공교육의 질을 책임져야 할 교사 전문성 신장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수석교사의 법적 직무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원의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교수·학습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수석교사의 역할 역시 성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한 정책 기반이 부재한 상태에서 수석교사에게 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도의 미작동 책임을 수석교사 개인에게 환원하는 것은 원인을 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수석교사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근본적인 오류를 드러낸다. 지원 대상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의 원인을 거꾸로 해석한 것이다.
이는 지원 체계를 없앨 것이 아니라, 교사 전문성 신장 환경을 먼저 복원해야 할 문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주장은 단순한 제도 비판을 넘어선다.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중심으로 한 전문성 자체가 정책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석교사 제도 폐지 주장은 곧 교원을 전문직으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결국 지난 15년간의 제도 미작동은 수석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 전문성을 정책의 중심에 두지 않은 국가 정책의 방향에서 비롯된 결과다. 전문성을 주변으로 밀어낸 정책 환경 속에서는, 그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어떤 제도도 작동할 수 없다.
분명한 결론...“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책임이다”
지난 15년 동안 방치된 수석교사 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더 이상 분산될 수 없다. 정부 부처가 ‘핑퐁식 책임 구조’에 갇혀 이 제도가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원인 역시 명확하다. 대통령령의 공백을 방치해 온 데 있다. 대통령령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령이다. 해결해야 할 주체는 대통령이다.
대중교통 혼잡 완화 대책이 대통령의 지시로 정리되었듯이, 교원정책인 수석교사 제도의 정원과 연구활동비, 인사체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부처 간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법으로 도입된 제도를 국가가 완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를 다수와 소수, 또는 이념의 문제로 구분하려 한다. 그러나 정책의 기준은 규모나 이념이 아니라 원칙에 있다. 법치에 기반한 제도 운영은 대상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방법은 이미 확인됐다. 이제 결단만 남았다. 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분명하다. 법왜곡죄를 도입한 정부라면, 수석교사 제도의 미완성을 더 이상 방치할 명분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