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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송미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성공을 위한 '다섯 가지' 제언

우려되는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귤이 탱자가 되지 않으려면?

 

더에듀 |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은 학생들의 정서적 발달과 학업 성취를 조화롭게 지원하며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특정 국가나 지역의 교육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학습적 접근법이다.

 

사회정서학습의 철학은 학생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협력적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 학업과 정서 발달을 상호보완적으로 통합하는 데 있다. 그러나 올해 2025년부터 도입 예정인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학습적 접근법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속담처럼, 사회정서교육이 사회정서학습의 본질적 의미를 잃고 형식적·정책적 차원에서만 도입된다면, 그 교육적 가치와 효과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특히, 학습자의 균형 잡힌 성장을 지원하기보다 정서 편향 프로그램과 행정적 성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회정서학습의 ‘학습 중심’ 철학은 훼손될 수 있다.

 

이는 사회정서학습이 단순히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제도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과 설계가 필요하다.

 


연수 참여로 본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도입의 현실


필자는 최근 교육부가 주최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선도교사단 연수에 직접 참여해, 1박 2일 동안 새롭게 도입될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연수는 강사단의 전문성과 열정, 그리고 운영진의 세심한 준비 덕분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특히 SEL의 이론적 배경과 실행 방향을 탐색하며 우리교육 현장에서 SEL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수에 참여한 필자와 교사들은 프로그램과 정책의 긍정적인 면 외에도,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시스템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감했다.

 

이 제언은 연수를 운영한 강사단의 전문성과 운영진의 세심한 노력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하며, 그들의 헌신과 열정에도 높은 평가를 보낸다. 다만, 연수 참여를 통해 얻은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사회정서교육 도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는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SEL 본래의 취지와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미리 밝힌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주요 문제점 ①용어와 개념의 왜곡


교육부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모태가 된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은 학생들의 정서적 역량과 학업 성취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이론과 실행 지침을 제공한다.

 

그러나 번역 과정에서 ‘협력체(Collaborative)’가 ‘협회(Association)’로, ‘학습(Learning)’이 ‘교육(Education)’으로 변환되면서 본래의 협력적 거버넌스와 학습 중심 접근의 의미가 약화 되었다.

 

이로 인해 사회정서교육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통해 실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흐려지고, 학교와 교사에게 실행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교육’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정당성을 확보하지만, 정책이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교사와 학생의 본업인 ‘학습(Learning)’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습 지원자’이며, 학생은 ‘학습의 주체’이다. 그러나 사회정서교육을 비롯해 학교로 도입되는 우리나라 교육정책 대부분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학습’의 의미 축소이다. 학습이라는 본질적 역할을 간과하다 보니 사회정서교육 또한 교사들에게 학생의 감정을 관리하는 행정적 프로그램 수행자라는 역할이 강요되는 구조다.

 

이처럼 ‘학습’과 ‘교육’의 본질적 관계가 왜곡되다 보니, 정책이 현장과 괴리된 채 겉돌고 있고 교사와 학생의 본업인 ‘학습’은 제도적 요구 속에 묻혀버린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현장에서 교사의 행정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도 단순히 교사들에게 추가 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는 사회정서교육이 특정 유형으로 프로그램화 되면서 다양한 교육적 주체(정부, 교육청, 지자체, 지역사회 등)와의 협력은 소외되거나 배제된채 학교와 교사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주요 문제점 ②교과와의 통합 부족 및 총론 개발에 따른 문제점


사회정서학습인 SEL은 학업과 정서적 발달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총론이 개발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독립 프로그램으로 설계되면서 교과와의 연계성이 약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교과목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총론이 개발되어 왔으며, 범교과 학습 주제나 기타 교육활동에 대해 별도의 총론이 개발된 사례는 없다.

 

범교과 학습 주제는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포함한 교육 활동 전반에서 통합적으로 다루도록 설계되었으며, 지역사회 및 가정과 연계해 학교의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되도록 권장되고 있다.

 

특히, 법으로 제정된 인성교육조차 총론 없이 범교과 주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정서교육에서 ‘총론’을 통한 제도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인성교육은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나, 현장에서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실행되고 있다. 이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현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학습 중심으로 실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회정서교육 역시 총론이라는 형식적 제도화보다, 학습 중심 접근법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총론 개발에 치중할 경우, 정책이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수행되거나 교사들에게 행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이는 사회정서학습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학습자 중심의 정서적·사회적 성장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총론 개발과 독립 프로그램 설계가 내포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정서교육이 기존의 범교과 학습 주제처럼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에 통합되지 않고 독립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경우, 교사와 학생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학업과 연계되지 못한 채 단순 행정적 요구로 전락하여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둘째, 총론을 통해 사회정서교육을 독립 프로그램으로 규정한 것은 사회정서학습의 본래 철학인 통합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사회정서학습은 학업과 정서적 발달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독립적인 프로그램 형태는 사회정서교육을 학업과 분리된 활동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그 취지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셋째, 사회정서교육이 총론에 기반한 독립적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자(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한 실행구조가 약화되고, 실행 책임이 학교와 교사에게 과도하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SEL의 핵심인 협력적 생태계 구축과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총론 개발과 독립 프로그램 설계는 교과 통합의 원칙에서 벗어나 교육 현장에서 실효성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정서교육은 기존 교육과정과 통합적으로 설계되어, 학업과 정서적 발달을 동시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주요 문제점 ③책임 있는 의사결정 역량의 부재


사회정서학습의 핵심은 학생들이 선택의 결과를 인식하고, 공동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실질적 학습과 훈련보다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마음’ 영역과 ‘정신건강’ 관리에 치우쳐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현실적인 문제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을 충분히 기를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는 프로그램이 학습과 행동 중심의 균형을 잃고, 현실적 문제 해결 능력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설계되어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주요 문제점 ④학업과 사회정서교육 간 균형 상실


사회정서학습은 학업 성취와 정서적 발달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정서적 발달에 편중된 접근을 취하며, 학업 성취가 소외되고 있다. 이는 사회정서교육이 학업과 상충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식보다 역량이 중요하다’는 슬로건이 지식과 역량을 이항 대립 구조로 왜곡하면서, 현장에서 지식이 결여된 기형적 수업이 활성화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기초학력, 학업성취, 그리고 학습 태도 형성이 전반적으로 약화한 사례는 사회정서교육과 학업 간 균형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귤이 탱자가 되지 않으려면


사회정서학습인 SEL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교육적 접근법이자 학습 프레임워크다. 그러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왜곡된 방식으로 도입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2024년 교육부 연수를 통해 사회정서교육이 학생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시스템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용어의 국제 기준 재정립이다. ‘협회’나 ‘교육’이라는 용어를 ‘협력’과 ‘학습’으로 대체해 사회정서학습의 본래 의미인 학습 중심 접근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교과와의 통합적 접근이다. 사회정서교육을 교과 학습과 통합하여 학업과 정서 발달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정서학습이 학업적 성공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셋째, 학업과 사회정서교육 간 균형 유지다. 사회정서교육은 학업 성취를 지원하면서 정서 발달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학업과 대립한다는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넷째,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과 교사의 부담 완화다. 정부, 교육청, 학교, 지역사회,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회정서교육 실행을 지원하고, 교사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다섯째,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평가 시스템 도입이다. 단위학교와 교사가 사회정서교육의 효과성을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증거 기반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모니터링하며 질을 관리해야 한다. 이때, 사회정서교육이 학생 개별 성장보다 성과 중심 정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교육정책을 설계할 때는 귤이 회수를 건너도 본래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한 설계와 실행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형’이라는 용어는 한국의 문화적 맥락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인식을 주지 않도록 신중히 사용되어야 한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귤이 아닌 탱자로 변질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모든 교육정책은 한국적 맥락에 맞게 변형되되, 본질적인 가치를 잃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평가 체계를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하고 지속해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이 뒷받침될 때,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학생의 학업과 정서 발달을 조화롭게 지원하며, 본래의 취지를 살린 교육 혁신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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