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
과학 수업은 즐겁다. 다른 교과에 비해 직접 경험하고 탐구하는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단순히 설명을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몸으로 느끼는 배움에 훨씬 더 큰 흥미를 느낀다.
특히, 6학년 2학기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단원은 아이들의 관심이 높은 주제다. 심장, 폐, 위, 간 같은 기관의 이름은 학생들이 많이 들어본 익숙한 대상이고,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 기관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어떤 형태를 하고 있으며, 어떻게 연결되어 기능하는지를 묻는 순간, 학생들은 자신이 막연한 이미지에 의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단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눈으로 보며 탐구할 수 없는’ 내용을 다룬다는 점이다.
우리 몸속 기관은 직접 관찰할 수 없어서, 교사는 그림이나 영상 같은 시각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개념이 생기기 쉽고, 학생들의 이해도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결국, 이 단원에서 교사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을까?’로 귀결된다.

생각을 꺼내 보는 시간
학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점검하며 ‘우리 몸’에 대한 수업을 시작했다.
“심장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익숙하게 가슴 왼쪽을 가리켰다. 이어서 활동지를 나눠주고, 심장, 폐, 간, 위, 뇌, 큰창자, 작은창자 같은 주요 기관을 자유롭게 그려 보게 했다.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실제로는 불완전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을 점검하고 앞으로 무엇을 더 배워야 할지를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
학생들은 친구의 그림과 자신의 그림을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질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과서 사진에서 현실감 있는 공간으로
“팔은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다음 차시는 뼈와 근육에 관한 시간이었다. ‘해부학 3D 아틀라스 앱’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뼈를 얇은 판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뼈가 스스로 구부러져 움직인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런 오개념은 몸을 평면으로만 배워서 생긴다.
3D 인체 앱으로 뼈대를 살짝 돌려본 것만으로도 “갈비뼈가 둥글게 폐를 감싸네!”, “작은 뼈들이 목걸이처럼 이어져서 척추가 휘어질 수 있네!” 하고 깨닫게 된다. 3D를 활용한 수업은 아이들이 근육과 뼈의 관계를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화면 속에 입체적으로 표현된 뼈와 근육의 연결 구조는 교과서의 평면 삽화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움직임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뼈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근육이 뼈를 당겨 움직인다.’라는 개념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발견으로 다가왔다.
3D 앱을 통해 근육 모드로 전환한 화면에서 붉은 근육이 뼈를 감싸듯 붙어 있는 장면을 본 학생들은 그 구조와 기능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이해해 나갔다.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 수업은 교실에서 직접 모형을 만들어 보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빨대와 비닐봉지, 고무줄, 실 등을 이용해 팔의 뼈와 근육 구조를 구현했다.
빨대는 뼈, 실과 고무줄은 수축하는 근육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한 학생은 빨대를 당기며 “근육이 움직여서 뼈가 이렇게 움직이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책으로 배운 개념이 손을 통해 구체적으로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들고, 스스로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인체의 움직임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3D 앱에서 시작된 탐구는 교실 속 구체물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과학 수업을 살아 있는 경험으로 바꾸어 놓았다.

입체로 보는 뼈, 입체로 이해하는 몸
다음 차시에는 메타퀘스트3 기기를 착용하고 ‘Human Anatomy’ VR 앱을 실행했다.
교실에는 실제 크기에 가까운 인체 골격 구조가 정교하게 펼쳐졌다. 척추뼈 하나하나의 방향, 갈비뼈가 폐를 감싸는 방식, 팔과 다리의 뼈가 어떻게 관절을 형성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VR은 회전과 확대가 자유로워, 학생들은 뼈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며 구조의 입체감을 실감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들이 관찰 도중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뼈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연결 부위의 뼈 모양은 어떻게 생겼나?”, “척추뼈는 왜 다 같은 모양이 아니지?” 같은 질문은 교사가 유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VR을 통해 구조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직접 본 경험은 학생들에게 탐구적 사고를 자극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뼈는 단순히 틀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붙고, 신경이 지나고, 기관과 연결되는 정교한 구조물이라는 점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점차 학생들은 뼈를 단순히 외우는 개념이 아닌, 살아 있는 구조로 기억하게 되었다.
Human Anatomy 앱은 무료 버전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콘텐츠가 제공된다. 장기를 회전하거나 확대하는 기능은 물론, 위치와 크기를 비교하며 실제 인체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 저장된 단어 중심의 지식이 아니라, 공간에 떠 있는 구조를 직접 탐색하며 배우는 경험은 기존의 교과서나 영상 자료보다 훨씬 깊이 있는 학습으로 이어졌다.

몰입 뒤에 숨은 수업 설계의 힘
VR 수업이 가진 한계도 분명하다. 대부분의 인체 해부 앱은 국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며, 초등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설계된 것도 아니다. 인터페이스나 용어, 시각적 표현이 학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고, 일부 콘텐츠는 교육적으로 조절이 필요하다.
메타퀘스트 3 장비의 가격과 기기 수량의 제한, 기술적 오류나 네트워크 문제 등도 수업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이 수업은 대표 수업 형태로 진행되었다. 교사의 통제 아래 학생들이 차례로 VR 기기를 체험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화면 공유를 통해 함께 관찰하며 의견을 나눴다. 기기 사용 시에는 여러 번 안전 수칙을 안내하였으나, 어지럼증이나 기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일부 있었다.
사실 이러한 수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은 교사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적절한 앱을 탐색하고, 기기의 안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수업 전에는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런 고단함에도 이 수업을 설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몸속 모습을 어떻게 꺼내 보여줄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그만큼 단단하게 남는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꺼이 고단함을 선택할 예정이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허유리= 충북 청주에 있는 만수초등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17년 차 초등교사다. 교직 10년 차 무렵, 수업에 대한 고민과 교실 안팎에서 마주한 다양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교사로서 방황의 시간을 겪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의미 있게 배울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끈질기게 묻고, 수업을 더 깊이 바라보기 위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맛있는 틴커캐드》, 《학교에서 만난 갤럭시 탭과 친해지기》 등 다양한 교육서를 집필하며 교사와 학생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