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ㅣ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왜, 소화기관을 VR로 수업해야 할까?
과학 교과서에는 소화기관의 구조와 기능이 나열되어 있지만, 이 개념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여전히 추상적이고 어렵다. 왜냐하면 교과서는 2D이지만 우리의 소화기관은 3D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의 차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오개념을 가지게 만든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이 위와 창자를 지나며 소화된다는 흐름은 글과 그림으로는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고, 실제로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필자는 프리즐 선생님의 ‘신기한 스쿨버스’처럼 아이들이 직접 몸속을 여행할 수 있는 수업이 있다면 얼마나 강력한 교육적 도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신기한 스쿨버스’를 타고 몸속을 여행하던 상상을 현실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수업처럼 교사가 판서하고, 아이들이 그림을 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적·추상적 사고를 자극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소화기관의 내부’를 스스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VR 기반 소화기관 앱인 ‘Digestion’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이었다.
Digestion 앱 개발과 이 수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 앱은 박사과정 중 필자가 Unity를 활용해 직접 설계하고, 3D Future라는 콘텐츠 회사와 협력해 완성한 교육용 VR 앱이다.
‘Digestion’이라는 이름으로 SideQuest 앱스토어에도 등록되어 있으며, 메타 퀘스트 2·3 기기를 통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Digestion 앱은 단순히 몸 밖에서 소화기관을 관찰하며 영상을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사용자가 음식물이 되어 소화기관 속을 여행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입→식도→위→작은창자→큰창자의 흐름 속에서, 사용자는 자유롭게 시점을 조절하고 기관의 내부 구조를 실감나게 탐색할 수 있다.
콘텐츠는 VR의 세 가지 교육적 특성인 조작성, 감각화,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만들었고, 학생들은 이를 통해 실제 과학 실험에서는 불가능한 ‘몸속 탐험’을 경험하게 된다.

Digestion 앱 기반 수업은 어떻게 적용되었는가?
실제 수업은 초등학교 6학년 과학 교과의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단원에서 진행했다.
학생들은 2인 1조로 HMD(VR 기기)를 착용하고 3차시 동안 수업에 참여했다. VR로 Digestion 앱 체험 이후 직접 과학적 모형을 그리거나 글로 구성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수업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구성되었다.
- 1차시: 소화기관에 대한 배경지식 탐색 및 Digestion VR 프로그램 앱 소개 - 2차시: Digestion 콘텐츠 체험 – 기관별 소화 과정 몰입 탐색 - 3차시: 과학적 모형 그리기 및 토의 – 구조, 기능, 흐름 표현 |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단지 ‘보는 것’을 넘어, VR 체험을 바탕으로 직접 설명하고 표현하는 활동에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또한, 수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사전·사후 평가, 모형 분석, 인터뷰 자료도 수집됐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활용됐으며, 전 학령 수준에서 실감형 체험을 통한 과학 개념의 깊이 있는 이해를 이끌어 냈다. 모든 연령의 학생들이 Digestion 콘텐츠를 통해 몸속을 여행하며 과학을 즐겁고 깊이 있게 배운 경험을 갖게 된 것이다.

“기억에 남았어요. 이해가 됐어요”...아이들의 반응
수업 이후 분석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VR 수업에 참여한 실험 집단은 공간적 사고(구조, 표지), 추상적 사고(기능, 시스템), 반영적 사고(시각화) 등 모든 영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보였다.
한 학생은 “저는 소장이 짧은 줄 알았는데, VR에서 보니 훨씬 길었어요. 안 시점과 밖 시점을 왔다 갔다 하면서 구조가 확실히 기억에 남았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소화기관 순서를 언급하며, “음식물이 작아지니까 작은창자가 나중에 오는 줄 알았는데, 좁은 통로를 먼저 지나고 나중에 큰창자가 나오는 걸 보고 완전히 이해됐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서, VR 체험을 통해 감정을 동반한 몰입감 있는 학습을 경험했고, 이는 아이들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러한 기억은 과학 개념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에필로그: 모든 교실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VR 수업이 가능하길 바라며
이 수업은 교과 연계 수업으로 확산 가능하도록 수업지도안과 학습지를 함께 준비했다. 예산이나 기기 문제가 해결된다면, 더 많은 교사가 손쉽게 이 수업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Digestion’ 프로젝트는 하나의 수업이지만, 아이들에게 과학을 사랑하게 만드는 강력한 디딤돌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앞으로도 이처럼 깊이있는 교육과 XR기술이 융합된 수업 사례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다음으로 ‘혈액이 되어 온몸을 순환하는 앱’, ‘공기가 되어 우리 몸에 들어와 호흡기관을 체험하는 앱’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섭 = 현직 초등교사이자 XR메타버스교사협회 대표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VR·XR을 활용한 과학교육 콘텐츠 개발과 수업 혁신에 지속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VR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한 과학적 모형 구성 수업의 개발과 효과」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유니티 기반 VR 콘텐츠 개발, 생물 수업 적용 방안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ICER 국제학회, KELS 학회 등을 통해 글로벌 과학교육 커뮤니티와도 소통하였으며, 성북강북 에듀테크 선도단, 수업 전성기 교사, 배움의 공동체 운영진 등 현장 중심의 실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AI 교육 이슈리포트 기고, 수업자료 공유, AI, VR 교사 연수 등 다양한 전문가 활동을 통해 과학 수업의 질적 개선과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