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ㅣ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 손으로, 우리 지구를 구해보자!”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배움은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영상 속 빙하가 녹아내리는 장면을 보며 북극의 현실을 짐작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다의 모습을 사진으로 바라보며 경각심을 느껴보려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짜 배움은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확장될 때 완성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기후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루는 환경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현실 세계의 문제를 자기 삶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교육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공간이 바로 ‘메타버스’다.

“가상공간에서 지구를 구하는 설계자가 되다”
이번 수업은 영재 사사과정의 한 활동으로, 학생들이 직접 메타버스 맵을 설계하고 제작하며 지구 환경 문제를 탐구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이었다.
‘코스페이시스(CoSpaces Edu)’라는 VR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된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실제처럼 구성된 가상의 지구 위에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담은 공간을 만들었다.
쓰레기 더미가 넘쳐나는 해변, 산불로 검게 타버린 산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된 도심…. 학생들은 각자가 선택한 환경 문제를 조사한 후, 그 문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가상 공간을 설계하고, 체험형 퀴즈와 스토리를 추가해 다른 친구들도 함께 문제의식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맵을 만들었다.

“학생이 만든 환경 문제 맵,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학생들은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수준의 환경 맵을 넘어 먼 지구 밖 화성까지도 체험할 수 있는, 또 환경 오염의 원인을 퀴즈로 제시하며, 정답을 맞혀야만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체험형 게임을 제작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환경 문제에 대한 자기만의 시각을 바탕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이를 코딩과 디자인을 통해 표현 해내는 ‘환경 디자이너’이자 ‘디지털 메이커’가 되어 있었다.
그 결과, 수업은 점점 더 깊은 몰입으로 이어졌고, 발표회 때에는 각자 자신의 맵을 소개하며 지구를 위한 실천을 호소하는 작은 환경운동가가 되어 있었다.

메타버스는 ‘공간’이 아니라 ‘확장된 교실’
이번 프로젝트 속 메타버스는 단순히 기술 체험의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의적 도구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공간이었으며,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이었다.
특히 환경 문제처럼 추상적이고도 거대한 주제를 다룰 때, 메타버스는 학생들의 상상을 구체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력을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학생들은 코딩과 공간 구성 능력뿐만 아니라, 문제 인식 → 원인 분석 → 해결 방안 설계 → 공유 및 행동 촉구로 이어지는 탐구의 흐름 속에서 ‘시민성’과 ‘실천력’을 함께 키워나갔다.
또래의 친구들이 만든 공간을 직접 체험하면서, ‘같은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음’을 깨닫고, 함께 지구를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모습에서 교육의 확장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학생의 마음”
돌이켜보면 이 수업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메타버스도, 코딩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지구를 지키고 싶다’는 학생들의 마음이었다.
기술은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였고, 교사는 그 도구를 선택하고 방향을 안내하는 ‘설계자’였다.
학생들은 이번 수업을 통해 문제의식을 넘어서 행동의 주체로 성장해 나갔다. 가상 공간 속에서 만들어 낸 메시지가 단지 픽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세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그리고 이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더 큰 환경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은서 = 천안 쌍정초등학교 교사이자 XR메타버스교사협회 홍보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깊이 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교실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 신규 교사 연수, 교실혁명 컨퍼런스 나눔 연수 강사, 충청남도 온수업 한마당 및 AI 정보교육 콘서트에서 에듀테크 활용 초등 대표 수업을 운영하며 디지털 기반 수업의 실천 모델을 제시해왔다. 교실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협력적 문제 해결력과 자기 주도성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