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왜 세균 수업을 VR로 해야 할까?
“세균이 있는 곳은 대체로 냄새가 난다”라는 말에 대부분 학생은 흥미를 보인다.
교과서에는 세균의 모양, 크기, 종류에 대해 설명되어 있지만, 학생들에게 세균은 여전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세균은 매우 작아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현미경 없이는 관찰이 불가능하다.
현미경으로 세균을 관찰하려면, 다양한 종류의 한천 배지에 세균을 배양해 콜로니(세균의 덩어리)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시간과 위생 관리가 필요하고, 몇 주가 지나면 과학실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불쾌한 냄새가 스며들기 마련이다.

수업 중 한 학생이 교과서에 나온 포도상구균과 곰팡이 포자의 그림을 보며 “둘 중에 누가 더 커요?”라고 물었다. 또 다른 학생은 손, 바이러스, 세균의 크기를 비교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학생들이 ‘크기’라는 감각을 바탕으로 과학 개념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세균 하나를 1cm 크기로 관찰하려면 약 1만배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은 최대 1천배 정도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세균을 그만큼 크게 보기 위해서는 전자현미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가의 전자현미경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구비하기 어렵다. 이처럼 직접 배양하거나 관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학생들은 세균이 ‘생물’이라는 사실조차 실감 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이러스의 크기를 1이라고 할 때 세균은 약 15배, 곰팡이 포자는 약 75배, 손은 약 100만 배 크다. 이런 수치를 글이나 그림만으로는 쉽게 전달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VR을 통해 마치 눈앞에서 세균을 확대해 관찰하는 수업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교육적으로 강력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세균의 모양을 외우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보고, 스케일의 차이에서 오는 ‘압도감’을 느끼고, 탐구하고, 표현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세균의 크기와 생김새, 역할을 XR 기술과 AI를 통해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게 되었다.
세균 XR 수업과 콘텐츠는 어떻게 구성했나?
이 수업은 학생들이 세균이라는 미시세계를 보다 생생하게 탐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XR 및 AI 기반 도구를 결합하여 구성한 융합형 수업이다.
과학 교과의 성취기준을 기반으로, 필자가 직접 수업 전 과정을 설계하고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구현하였다. 이 수업에서 활용된 주요 도구는 다음과 같다.

세균 XR 수업은 어떻게 적용되었는가?
실제 수업은 초등학교 5학년 과학 교과의 ‘다양한 생물과 우리 생활’ 단원(2022 개정 교육과정 기준 4학년 과학 교과로 이동함)에서 진행되었다.
수업은 8차시 분량으로 구성되었으며, 학생들은 각 차시마다 XR 및 AI 기술을 활용하여 세균에 대한 탐구와 표현 활동에 참여하였다.
학생들은 VR 유튜브를 통해 피부에 서식하는 세균을 360도로 관찰하고, AI를 활용해 세균의 특징을 노래로 표현하며, 텍스트를 입력해 3D 세균 모델을 생성하였다.
또한, 세균의 크기를 직접 비교하거나 Multibrush, Gravity Sketch 같은 3D 도구를 이용해 세균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에도 참여하였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학생들이 세균의 입장이 되어 관찰하고 감각하며 표현하는 경험으로 연결되었다.
수업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구성되었다.
1~2차시: 세균의 생물적 특징 탐색 및 긍정적·부정적 역할 토의 3차시: Suno AI를 활용한 세균송 만들기 4차시: VR 콘텐츠로 세균의 생김새 몰입 관찰 5~6차시: 세균의 크기 비교 및 크롬북을 통한 시각적 정리 7~8차시: Luma AI로 세균 생성, Gravity Sketch로 크기 조절 및 표현 |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XR과 AI 기술이 융합된 몰입형 수업 안에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구성하고, 설명하고, 표현하는 자기 주도적 탐구 경험을 하게 되었다. 또한 수업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사후 진단, 활동 결과물, 수업 중 인터뷰와 관찰 자료도 함께 수집하였다.
학생들은 XR을 통해 과학 실험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세균 관찰’과 ‘3D 표현’을 실현하며 깊이 있는 개념 이해와 창의적 표현 능력까지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XR 기반 세균 수업을 통해 작지만 중요한 생명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와 몰입을 함께 경험하게 된 것이다.

“기억에 남았어요. 이해가 됐어요”...아이들의 반응
수업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XR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단순히 세균의 특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세균을 직접 관찰하고 표현하며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사고의 폭을 확장했다.
수업 전후 비교 결과, 학생들은 공간적 사고(세균 크기 비교, 구조 인식), 추상적 사고(기능 이해, 역할 분석), 표현적 사고(노래, 그림, 3D 모델링) 전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보였다.
한 학생은 VR 콘텐츠를 체험한 뒤 이렇게 말했다.
“세균이 이렇게 생긴 줄 몰랐어요. 그냥 더러운 점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진짜 생명체처럼 느껴졌어요.”
3D 그리기 활동 후에는 이런 반응도 있었다.
“제가 만든 세균이 친구 거랑 다르게 생겼는데, 둘 다 실제로 있을 수 있다니까 신기했어요. 크기 비교도 해보면서 손에 비해서 세균이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었어요.”
이처럼 XR 기반 세균 수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크기에서 오는 ‘압도감’이라는 감정과 사고를 동시에 동반한 몰입적 학습 경험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체험은 학생들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고, 세균이라는 주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에필로그: 모든 교실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VR 수업이 가능하길 바라며
이 수업은 단일 수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수업 지도안과 학습지를 함께 개발하여 다른 교사들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예산이나 기기 환경만 갖추어진다면, 누구든지 이 수업을 재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세균 XR 수업’은 단순히 미생물을 배우는 과학 수업을 넘어, 학생들에게 과학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보이지 않던 세상을 직접 체험하고 표현하며, 아이들은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경험이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디딤돌이 되었음을 확신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깊이 있는 교육과 XR 기술이 융합된 수업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후에는 ‘감염병과 우리 생활에서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수업’, ‘사막에 사는 식물이 되어보기’ 등 학생이 주체가 되어 생명 현상을 체험하는 새로운 수업들을 구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교실에서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최섭 = 현직 초등교사이자 XR메타버스교사협회 대표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VR·XR을 활용한 과학교육 콘텐츠 개발과 수업 혁신에 지속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VR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한 과학적 모형 구성 수업의 개발과 효과」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유니티 기반 VR 콘텐츠 개발, 생물 수업 적용 방안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ICER 국제학회, KELS 학회 등을 통해 글로벌 과학교육 커뮤니티와도 소통하였으며, 성북 강북 에듀테크 선도단, 수업 전성기 교사, 배움의 공동체 운영진 등 현장 중심의 실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AI 교육 이슈리포트 기고, 수업자료 공유, AI, VR 교사 연수 등 다양한 전문가 활동을 통해 과학 수업의 질적 개선과 과학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