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VR, 교실을 넘어 도서관으로
청주시립도서관의 한 강의실, 테이블마다 메타퀘스트3 기기들을 나란히 준비해 놓고 학생들을 기다렸다. 강의실로 들어서는 학생들의 표정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나도 긴장되고 설렜다.
‘VR의 미래와 메타퀘스트3’ 실습 체험 수업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2주에 걸쳐 충청북도 청주시립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이 체험 수업은 XR 교육을 연구하는 초등교사들의 모임인 ‘XR Teachers 협회’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교육 기부 프로그램이었다. 참가비는 물론, 강사비도 없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순수한 교육 나눔 시간이었다.
XR Teachers 협회는 전국 단위의 교사 모임이다. 그래서 함께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역별 교육 격차를 느낄 때가 많다. 체험 기회가 많은 지역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VR 체험이 더 필요한 지역일수록, 오히려 기회가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고, 그 부분이 늘 아쉬웠다.
이번 체험 수업의 핵심은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도 VR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었다. 책을 펴고 이론을 설명하기보다, 가상 세계를 직접 탐색하고 몸으로 느끼며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가도록 수업을 구성했다. 이를 위해 여러 교사가 사전 모임을 통해 체험 주제를 함께 연구하고, 현장에서 수업을 직접 진행했다.
학교가 아닌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VR 수업은 기기와 공간, 그리고 체험 시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있다. 학교 안에서 대규모로 운영하기 어려운 수업을 공공기관과 협력으로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보람됐다.
참여 인원이 제한적이긴 했지만, 지방에서 VR 체험의 기회를 더욱 넓게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회차마다 신청 인원이 정원을 훌쩍 넘겼다. 제한된 인원에 대해 도서관에 민원이 들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VR 체험 수업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 선발된 학생들이 1인 1기기를 착용하고 가상 공간 속으로 한 걸음 들어섰다. 앞으로도 이런 개방된 공간에서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다.
체험 수업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교사가 교육적 판단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직접 선정하고 설계했다는 점이다.
외부 업체가 주도하는 체험형 VR 수업은 종종 교육적 맥락과 분리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실제로 운영하는 교사가 아니다 보니 재미 위주나 게임 형태의 체험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VR체험 수업은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 분석을 바탕으로 교과와 연결된 콘텐츠를 선별하고, 학생들이 단순한 시청각 체험을 넘어서 실제 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체험 수업을 구성했다. VR이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이끄는 도구가 되도록 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미래, VR
체험 수업 시작 전, 학생들에게 VR 기기 착용 경험을 확인했다. 역시 경험이 적었다. 또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대부분 놀이 형태로 5분 남짓 체험 행사를 즐긴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은 VR 기기의 명칭부터 사용 방법, 교육적 활용까지 하나씩 익혀나갔다. 차근차근 VR 세계로 안내했다. 학생들은 마치 낯선 세계의 문을 연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마에 고정된 기기를 통해 펼쳐지는 생생한 가상 공간은, 익숙한 현실을 금세 잊게 할 만큼 몰입감이 컸다.

이번에 사용한 메타퀘스트3는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개선된 시야각과 입체감 덕분에 아이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웠다.
체험이 끝난 후, 1회 수업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다음 기회에 대한 기대를 담은 질문이 쏟아졌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기술의 힘과 배움의 즐거움을 동시에 경험했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새로운 기술에 대해 ‘한 번쯤의 체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첫 경험이 사고방식과 진로,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술을 처음 접하는 이 시기의 경험은 오래 남고, 깊이 각인된다.
수업을 마친 후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준비 과정에서의 피로와 긴장은,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앞에서 모두 사라졌다.
이 학생들이 단발적인 VR 체험 수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VR 프로젝트 수업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공간과 장비, 그리고 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후기를 받아 보면서 더욱 간절해졌다.

VR 체험 수업, 열정만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이번 수업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VR 기기’ 자체가 아니라, 그 ‘기기를 통해 무엇을 배우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최신 기술을 수업에 도입했다 해도, 그 안에 배움이 없다면 결국은 놀이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 학년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교과서 내용과 연결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보고, 듣고, 움직이며 체득한 개념이 이후 실제 수업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었다.
VR 체험 수업은 ‘교육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학생들에게 첨단 기술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 출발했다.
기술 기반의 교육 격차는 공간과 환경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VR은 오히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물리적 거리를 초월해 아이들에게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지 특별한 경험을 넘어 교육의 평등성과 기회의 확장을 실현하는 작은 실천이 됐다.
이번에 진행된 VR 체험 수업은 어느 기관의 공식 후원도, 기업의 장비 지원도 없이 교사들의 주머니와 체력으로만 운영됐다. 만족스러운 체험 수업을 진행하였지만, 또 하나의 씁쓸한 사실은 ‘교사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라는 것이다.
VR 수업이 ‘교과 내용을 확장하고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은 누구나 체감하지만, 지속성을 담보하려면 현실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도서관·박물관·과학관 등 지역 기반 시설과 MOU를 체결해 주말·방학 기간에 공간과 네트워크를 상시 제공받는다면 큰 장벽을 하나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교사니까 해냈다”라고 자부하면서도 “교사만으로는 안 된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더 많은 학생이 VR 수업을 통해 우주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교사는 기기와 장소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느냐’라는 고민보다는 수업 후 평가와 활동 정리에 집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XR Teachers 협회는 전국의 초등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XR 교육 실천 공동체로,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농어촌, 소외계층 등 기술 접근성이 낮은 곳에 VR, AR, 메타버스 등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획부터 강의안 작성, 장비 운반, 실제 수업 진행까지 전 과정을 교사들이 스스로 수행했다. 그 바탕에는 ‘교육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더 많은 곳에서 뜻을 함께하여, 더 많은 아이의 미래를 함께 일궈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허유리= 충북 청주에 있는 만수초등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17년 차 초등교사다. 교직 10년 차 무렵, 수업에 대한 고민과 교실 안팎에서 마주한 다양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교사로서 방황의 시간을 겪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의미 있게 배울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끈질기게 묻고, 수업을 더 깊이 바라보기 위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맛있는 틴커캐드》, 《학교에서 만난 갤럭시 탭과 친해지기》 등 다양한 교육서를 집필하며 교사와 학생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