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사의 눈] "학위 과정은 자기계발일 뿐?"...교원의 전문성 꺽는 교육부의 경직된 인식

  • 등록 2026.01.08 10: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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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대 학위 이수는 직무연수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교육부의 답변에 관해

 

더에듀 | 교실의 변화는 교사의 ‘공부’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전문성은 공교육의 신뢰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급변하는 미래 교육 환경 속에서, 교사들은 기존의 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재교육하며 전문성을 갈고닦는다.

 

필자 역시 중등교사로서 25년 전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를 통해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통계학부터 영문학까지, 전공 지식을 심화학습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지적 유희를 넘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지식의 깊이를 바꾸는 ‘실천적 행위’였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은 차가운 법규의 벽이라는 현실을 마주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는 최근 필자가 제기한 ‘방통대 수강 학점의 직무연수 인정’ 민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냈다.

 

“직무연수는 교육감이 연수기관으로 지정하거나 승인한 기관에서 실시하는 능력 배양 연수를 지칭합니다. 대학(원)의 학위 과정은 ‘학위 취득’과 ‘자기계발’의 내용으로 직무연수와는 별개의 사항인 바, 대학에서 수강한 학점을 직무연수 실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행정 편의주의에 갇힌 ‘직무연수’의 정의


교육부의 논리는 명확하다. ‘연수원’이라는 간판을 단 곳에서만 연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형식주의적 사고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며, 현장의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한 원론적 거부에 불과하다.

 

실제 학습의 질과 양을 따져보자. 보통 일선 학교에서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연수 이수 시간은 연간 60시간 내외다.

 

방통대에서 1년에 12과목을 이수하면 온라인 강의 시청 시간만 180시간에 달하며, 출석 수업과 과제물 작성, 시험 준비 시간을 포함하면 연간 230시간을 훌쩍 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일반적인 직무연수 만점 기준의 3배가 넘는, 강도 높은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러한 노력을 ‘학위 취득을 위한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며, 방통대 수강 단 1시간도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사가 통계학을 공부해 수학·과학 데이터 문해력과 표현력을 키우고, 영문학을 공부하여 원서 독해 능력을 높이는 것이 어떻게 단순한 ‘자기계발’로만 치부될 수 있는가? 이는 교과 지도 역량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직무 수행의 연장선이다.

 

즉, 내용의 전문성보다 기관이 연수원에 속하는지 여부를 우선시하는 현행 제도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자기계발’이라는 말로 폄하된 교사의 헌신


교육부 답변 중 가장 뼈아픈 대목은 학위 과정을 직무연수와 ‘별개의 사항’으로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가 스스로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대학 수준의 전공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를 국가가 장려하기는커녕, 교육의 공적인 가치를 박탈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교사가 승진이나 성과급 점수를 채우기 위해 ‘단기 온라인 직무연수’에 의존한다. 15시간, 30시간짜리 단기 연수들은 접근성은 높으나 수료를 통한 학위 과정만큼 깊이 있는 학문적 성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국가가 그 연수를 지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훨씬 더 고통스럽고 전문적인 대학 교육과정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교육 행정인가? 이러한 구조는 교사들을 깊이 있는 탐구보다 쉬운 ‘점수 따기’식 연수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대적 요구: 학습 경험의 다양성과 유연성


교육부 또한 답변 말미에서 “다양한 학습경험을 연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 ‘다양한 학습경험’ 속에 왜 가장 검증된 고등교육 기관 중 하나인 방통대의 학위 과정은 제외되는가?

 

대학원 과정의 경우 연구 실적으로 인정받거나 가산점을 받는 경로가 존재하나, 방통대의 학사 편입을 통한 전공 심화 과정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제는 ‘연수원’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지정’이라는 행정적 절차를 넘어, 학습의 내용과 질을 바탕으로 연수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후배 교사들을 위한 제언: 배움이 보상받는 학교


정년까지 이제 3년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방통대에서 한 공부를 연수로 소급해서 적용받지 못하더라도, 이제라도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후배 교사들이 전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방통대에 입학했을 때 국가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첫째, 전공 관련 학점의 직무연수 전환 인정이 필요하다.

 

교과와 관련된 대학 전공과목 이수 시, 1학점당 최소 15시간 이상의 직무연수 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의 실질화는 필수적이다.

 

교육부는 연수비 지원 확대를 시도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했으나, 지원 확대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출석 수업 시 공가를 인정해 주는 등 학습권을 보장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셋째, 성과평가 체계의 유연화가 적용되어야 한다.

 

자기주도적으로 전공 역량을 강화한 교사에게 다면평가 및 연수 실적에서 충분한 가점을 부여하여 배움의 동기를 고취해야 한다.

 

교육부의 답변은 법규 뒤에 숨은 방어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 혁신은 교사의 자발적인 성장을 국가가 인정하고 독려할 때 가능하다.

 

방통대에서 흘린 교사들의 땀방울을 ‘자기계발’이라는 단어 속에 가두지 마라. 그 시간은 더 나은 수업을 향한 치열한 고뇌였으며, 대한민국 교육의 질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투자였다.

 

교육 당국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형식적인 연수 시스템의 틀을 깨고, 대학 교육을 포함한 폭넓은 학습 경험을 교원 연수 체계로 포용하라. 교사가 공부하는 학교, 공부가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 또한 밝아질 것이다.

김병호 대구 대서중 수학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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