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사의 눈] 학교 인력구조 병폐 '교육전문직'①

  • 등록 2026.01.24 11: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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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직 고착화의 종언과 대한민국 초·중등 교육계 교사-교육 전문직 업무 순환을 위해

 

더에듀 | 인간의 영혼은 추상적인 관념이나 행정의 칸막이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대지의 햇살을 받고 자라는 나무처럼,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과 직접적인 손길 속에서만 온전한 생명으로 피어난다.

 

나는 그동안 실천해 온 ‘글쓰기 수학 수업’을 통해 죽어있던 공식을 아이들의 살아있는 언어로 되살리는 과정을 목격해 왔다. 그러나 경이로운 생명의 분출이 일어나는 교실의 뒤편에서, 우리 교육의 골격은 여전히 차가운 행정의 비대증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서류가 지배하는 상부 조직을 걷어내고, 학생과 매일 마주하는 교과지도교사, 생활지도교사, 상담교사 등 아이들과 마주하는 ‘최전선’의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인력구조의 대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우리 교육 현장은 기이하고도 서글픈 분열의 장이다. 한쪽에는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와 연필 깎는 소리가 들리는 교실 안 ‘교사’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숫자와 서류, 그리고 ‘승진 점수’라는 철옹성 속에 갇힌 ‘교육전문직’이 있다.

 

그 중간지대에는 수업과 학생들을 대면하는 일은 적게 하고 각종 승진 점수와 성과금은 많이 가져가는, 소수의 ‘교육전문직 예비교사’가 있다. 이러한 경계를 보며, 교육전문직 제도가 품은 병폐와 그 해소 방안을 언급하고자 한다.

 

교육은 정지된 화석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이어야 하며, 그 강물을 관리하는 이들 또한 결코 강물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계적 행정의 비대화와 교실의 빈혈 상태


그동안 실천해 온 ‘글쓰기 수학 수업’은 수학을 차가운 기호의 나열이 아닌, 아이들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살아있는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기초부진 학생이 지필 100점 학생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정답이라는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글로 쓰며 존재의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배움은 이렇듯 직접 부딪치고, 읽고, 쓰는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행위다.

 

그러나 지금 교육전문직을 꿈꾸는 일부 교사들을 보라. 그들에게 교육은 더 이상 ‘아이와의 마주함’이 아니다.

 

교육전문직 점수가 인정되는 수업연구대회 출품 수업에만 집중하는, 수업 말고도 챙겨야 할 점수가 많은 그들은 교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계산하며 자신의 생명력을 도구화한다. 성과상여금이라는 금전적 보상까지 가져가려는 탐욕 또한 드러내고 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교육 경험은 승진에 반영되는 ‘점수화된 경력’으로 박제된다. 이들은 아이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대신 승진 가산점을 채우기 위한 서류 작업에만 몰두한다.

 

전문직이 고정직군인 이상, 교육은 교실이라는 생명의 현장을 떠나 행정의 기계적 수치에 매몰되고 있다. 이것이 살아있는 감각을 죽이는 기계적 관행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인가?

 


제도가 문제인가, 인간이 문제인가


교육전문직은 교사에서 교감으로, 장학사에서 교장으로 또는 장학관 또는 교육청의 상위 관료로 가는, 일방향적인 ‘승진 코스’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유유상종하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교육전문직은 학교 운영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교무 업무 중간 관리 및 실무를 조정해 소속 교직원의 업무분장 및 근무 성적 평정, 교무 분장 초안 작성 및 실무 지도하는 인사권을 가진다.

 

교사는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수동적인 지위에 있기 때문에, 수업을 많이 진행할 것, 혹은 담임교사를 맡을 것과 같은 교육전문직의 지시를 변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주당 20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와 10시간만 수업하는 교사가 동시에 존재하는 주요 원인이다. 1년에 39주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390시간의 수업 노동 시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390시간의 수업 노동 시간의 차이가 있는데도, 참으로 이상한 관행 때문에 주당 20시간 수업하는 교사가 10시간 진행하는 교사보다 성과금도 1년에 적게는 100여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가까이 적게 받고, 인사상 불이익을 더 크게 당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교육전문직은 인사 및 연수 관리자로서 교육공무원의 임용, 전직, 연수 운영 등에 관한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며, 교육감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인사 관리 권한을 행사한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하더라도 390시간에 1만 320원을 곱하면 402만 4800원이 된다. 즉, 400만원 넘는 노동을 하고도 그 대가를 받기는커녕 상대적으로 더 적은 상여금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그 결과 최소 500만원 이상, 최대 700만원 이하의 차별이 발생한다.

 

교사의 방과후 수업수당을 시간당 3만원에서 5만원으로 환산하면 최소 1500만원 이상, 최대 3500만원 이하의 차별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수천만 원의 부당한 차별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교육전문직으로 목표를 정한 교육전문직 예비 교사들 중 상당수가 수천만 원의 부당한 이익을 누리며, 성과금까지 최고등급으로 받는 사례가 대다수이다.

 

즉, 교육전문직을 노리는 교사들은 영원히 수업도 진행하지 않고, 학생 지도와 관리에 골머리를 썩이지 않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교육은 정지된 화석이 아닌 흐르는 강물이어야


이 글은 학교 현장의 비정상적인 인력 구조와 경직된 교육전문직 제도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의 본질인 '아이와의 마주함'이 행정적 수치와 승진 점수에 매몰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교사들이 차별을 겪게 되는 문제를 지적하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서류 중심의 상부 행정 조직을 걷어내고, 학생들을 직접 대면하는 최전선의 교사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쓰였다.

 

교육은 정지된 화석이 아닌 '흐르는 강물'이어야 하므로, 교육 정책과 행정을 담당하는 모든 인력이 교실 현장과 유리되지 않고 순환하며, 교사의 수업 및 생활지도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교를 고립된 섬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강물로 변화시키기 위한 인력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한다.<계속>

김병호 대구 대서중 수학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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