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실] W 선생님의 교실

  • 등록 2026.02.27 13: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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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학창시절을 돌아보자. 교실은 늘 새로운 구성원으로 채워졌고, 그곳에서 다양한 역사가 만들어져 왔으며, 어른이 된 오늘도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 한 가지 색이 아닌 셀 수 없는 무수한 빛깔로 가득 찬 곳에서 수없이 많은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더에듀>는 ‘꿈몽글 교사들’과 함께 교실에 펼쳐진 다양한 색을 찾아가는 여정 ‘오늘의 교실’을 시작한다. 교실은 그때도, 지금도, 내일도 살아있다는 것만 기억하자.

 

 

“사회적 문제는 정말 교사가 ‘의지’가 없어서 해결되지 않는가. 아니면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구조가 따로 존재하는가.”

 

학교를 둘러싼 비판 중 가장 날카로운 것은 대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학교는 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가.”

“교사는 왜 사안을 축소하려 하는가.”

 

그러나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질문의 방향이 조금 달라집니다. 교사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이미 과도하게 무언가를 떠안고 있는 사람일까요.

 

다음은 ‘오늘의 교실 5화’를 관찰한 기준의 메모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교사 W. 20대 여.

학급 목표: 소중한 나, 더 소중한 우리

 

학급 상황

- 6학년이나, 기초 학습 결손 학생 다수(구구단·알파벳 미숙)

- 장기 결석생 1명, 반복 지각 학생 존재

- 학습 편차 극심(중학교 수준 영어 구사 학생 ↔ 알파벳 미해득 학생)

 

수업 운영

- 수학: 단원은 ‘분수의 곱셈’이나, 구구단 재지도 병행

- 영어: 수준 이원화 활동지 제공, 기초 보충 병행

- 방과 후: 기초학력 지도 지속

- 기타: 위생·의생활 지도(가정환경 격차 존재)

 

학급 운영 전략

- 의도된 ‘랜덤’ 자리 배치 → 실제로는 관계·갈등·학습 수준 분석표 기반 설계

- 학습 부진 학생 옆에 또래 조력자 배치

- 갈등 경험 학생 사이에 완충 역할 학생 배치

- 교사 모니터링이 가능한 자리 구조 설계

 

수업 외 현실

- 수업 시간 중 반복되는 학부모 전화

- 지각·결석 관련 책임 압박

- 보충학습에 대한 가정의 비협조

- 사소한 갈등을 ‘학폭’으로 확대하려는 요구

- 학폭 신고를 협상 카드처럼 사용하는 사례

 

◆ 오늘의 교실 스냅샷_작성 이기준.


기초 학습 결손은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다


6학년 교실에서 구구단과 알파벳을 다시 가르치는 장면은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학교 현장을 모를수록 정말 이럴 수 있는지 의구심을 클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오늘날 많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또 역설적으로 공교육 붕괴의 증거라기보다, 오히려 공교육이 마지막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이미 몇 년 전 결손된 학습을 지금이라도 복원하려 애쓰는 사람은 교사입니다. 수업 시간에 단원을 진도대로 나가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빈틈을 메우는 이중 구조를 운영합니다. 이는 단순한 수업 진행이 아니라 ‘회복 작업’입니다.

 

이 상황을 온전히 교사의 역량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방식입니다. 학습 결손은 가정 환경, 지역 격차, 돌봄 공백 등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기초 학습 부진의 원인이라는 건, 주어진 문제를 찾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한 명의 교육자의 헌신을 심각하게 평가절하하는 의견일 것입니다.


교실은 대개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자리 뽑기는 겉보기엔 ‘랜덤’입니다. 그러나 실제 교사용 화면에는 관계도와 학습 수준, 갈등 이력, 성향 분석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 학습이 서툰 학생 옆에 또래 조력자 배치

- 최근 갈등이 있었던 학생들 사이에 완충자 배치

- 교사가 즉시 개입 가능한 동선 확보

 

이렇듯 교실은 우연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되, 실제로는 교사의 계산과 고민이 촘촘히 깔려 있습니다.

 

우리는 교실을 너무 쉽게 평가합니다. “왜 저렇게 앉혔는가”라고 묻기 전에, 그 결정이 어떤 맥락에서 내려졌는지 살펴본 적은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업권은 생각보다 쉽게 침해된다


이 교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반복적으로 울리던 전화벨이었습니다. 수업 중, 쉬는 시간 중, 점심 시간 중. 교사는 계속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립니다.

 

“아이를 왜 혼냈느냐.”

“왜 바로 전화를 받지 않느냐.”

“아이를 더 신경 써야 하지 않느냐.”

 

아이 한 명의 상태를 이유로 교사에게 24시간 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태도는, 결국 수업권을 침해합니다. 그리고 이 침해는 매우 일상적으로 발생합니다. 제도를 악용하는 학폭 신고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고는 필요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신고를 ‘압박 수단’이나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순간, 교실은 협박의 공간이 됩니다. 이 문제를 단순히 ‘교사가 소극적이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교사는 사소한 갈등이 불필요한 학폭 사안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그리고 억울한 학생이 가해자로 몰리지 않도록, 매일매일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 완충 역할 때문에 역으로 공격당하기도 합니다.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로 만들어 버립니다.


가정 환경 격차는 교과서 속에서도 드러난다


실과 시간, ‘옷 개는 법’과 ‘위생 관리’ 수업에서 아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이건 당연하지.”

“처음 듣는 내용이에요.”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전혀 경험되지 않은 영역일 수 있습니다. 이 격차는 교실 안에서 교사가 마주해야 할 현실입니다.

 

학교는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의미를 넘어설 때 많습니다. 기본 생활 역량까지 다시 설명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안 해도 되지만, 아이들을 위해 합니다. 학교는 그래왔습니다. 가정이나 다른 곳에서 해야 할 일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맡아 왔습니다.

 

그럼에도 교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교사 W는 말했습니다.

 

“3월에는 사랑한다고 ‘뻥’을 치지만, 이별할 즈음에는 정말 사랑해 버리게 된다.”

 

이는 감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교실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입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버릇을 배우고, 행동을 모방하고, 태도를 흡수합니다. 교사는 그것을 알기에 자신의 말과 표정을 조정합니다. 싫은 음식도 먹어 보고, 부정적인 표현을 긍정형으로 바꾸려 애씁니다. 그렇습니다. 교실은 관계의 장입니다.


결론: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교실을 판단하는가


학교폭력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교육의 실패나 교사의 게으름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고 간단한 방법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하고, 하나의 기관 탓으로만 돌리는 명료한 정치적 기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교사는 오히려 제도의 빈틈과 과도한 요구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기초 학습 결손, 학부모 민원, 학폭 프레임, 반복 전화, 행정 업무. 그 모든 것 사이에서 수업은 계속됩니다.

 

교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왜 학교는 해결하지 않는가?”가 아니라, “교실이 이 구조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라고.

 

오늘의 교실 5화는 그 질문을 우리에게 남깁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은 W 선생님 교실의 자세한 상황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ggummongle/153


글: 이준기 / 교실과 학교 밖 공간을 잇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 그림책 『내 마음 네 마음』, 『민정이의 등굣길』 글 담당

- 장편소설 『학폭교사 위광조』 공저자

- 꿈몽글 팀 글작가

그림: 이예솔 / 따뜻한 시선으로 마음에 닿는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

- 꿈몽글 팀 그림작가



꿈몽글 = 글과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교사와 전문 작가들이 힘을 합쳐 학교와 교실 속의 따뜻한 이야기를 기억으로 엮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학폭교사 위광조’, ‘내 마음 네 마음’, ‘민정이의 등굣길’ 등이 있다. <더에듀> 연재 ‘오늘의 교실’에는 14인의 교사들이 함께 한다. 교실에서 교육을 실천한 앤솔로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사들이다.


 

이준기 광주교육청 소속 초등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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