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매년 5월이면 스승의 날을 기점으로 교원과 학부모의 허니문이 끝나고, 정규수업에 대한 민원이 시작합니다. 새학년 부적응으로 보기에는 너무 길기에 학부모 간의 정보교환을 통해 선생님들에 대한 의심이 집단화가 시작됩니다.
최근 ‘수업시간에 자기방어권이 취약한 (특수)학생에게 녹음기를 설치한 웹툰 작가의 재판’이 떠들썩하고 ‘학부모의 민원 때문에 세상을 등진 선생님들’에게 감정이입합니다.
학교의 구성원들은 왜 서로를 공격하게 됐을까요?
교육기본법의 ‘교원의 전문성 존중’, 학부모에게는 “묻지 말고 믿으라” 한다
교육기본법 제13조(보호자)에서는 ‘②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보호자)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③부모 등 보호자는 교원과 학교가 전문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교육ㆍ지도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또 제14조(교원)에서는 ‘①학교교육에서 교원(敎員)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법 조항대로라면 학부모의 의견은 교원으로부터 존중받아야 하지만, ‘교실 안의 상황과 교육현실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기에 무시당하고, 교원의 전문성은 ‘교실 안을 모르니, 자녀의 말만 믿고 전문적이지 않다’고 의심합니다.
학부모 서너 명이 모이면 의심은 확증이 됩니다. 문제의 원인은 수업, 교육현실 등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알 방법이 없다’입니다.
학부모는 유사형태인 ‘방과후교실’을 통해 완전 다른 경험을 합니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자료 등을 통해 사전에는 년간/차시별 운영계획 등 제안서 평가까지 하고, 연중에는 일자별 프로그램 활동일지, 운영관리일지 등을 통해 관리하며, 사후에는 만족도 조사까지 하며 투명합니다. 조사결과를 통해 수업에 문제 제기하면 학운위 등의 확인과정을 거쳐 다음 학기에는 수업이 폐강 또는 강사교체가 되기도 합니다.
‘정규교과수업’은 어떨까요? 교원들도 방과후학교와 유사하게 계획을 세우지만, 학부모로서 정보공개를, 학운위원로서 심의자료를 청구해도 비공개하고, 사후평가(교원능력개발평가) 또한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방과후교실’과 ‘정규교과수업’의 차이를 학부모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단순히 교원 자격증의 차이일까요?

학부모 개인의견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학부모회를 만들었다!
다른 행정기관과는 구분된, 학교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특히 수업과 관련해서 큰 차이를 가집니다. 교실은 교원 1명과 학생 1명이 아니라 20~30명이므로 학생과 교원의 수업분쟁을 다루는 일은 일정범위 내에서의 공론화를 통해 학부모들의 정제된 입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이 2013년 전국 최초로 학부모회 조례를 만든 이후, 2025년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대구를 제외하고 모두 제정하였습니다. 특히 경기도(2013)와 전라북도(2015)는 제정 사유로 ‘「교육기본법」 제5조(교육의 자주성 등) 및 제13조(보호자)의 참여를 근거로 교육공공성을 부여하려는 것임’을 명시합니다.
즉 학부모회는 교육기본법 5조에서 언급한 ‘학부모가 법령에 따라 학교에 참여하는 방법’ 중의 한 가지이고, 13조에서 언급한 ‘학교가 존중해야 할 학부모의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 중 한가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정규교과수업이 학부모회의 학교교육 모니터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민원에 ‘상위법과 조례에 근거한 경기도교육청 학부모회 운영매뉴얼에 예시로 제시된 ‘학교교육 모니터링’ 활동은 정상적인 학교교육 수행과 교사의 전문성을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학부모회에게 정규교과수업에 대한 의견제시 기능이 있음을 답변합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 “학부모회는 정규교과수업에 의견낼 권한이 없다!”
학부모회 조례가 없는 대구를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은 정규교과수업에 대한 학부모회의 역할을 부정합니다. 교육기본법을 학부모회 조례의 모법으로 제정 이유에 명시한 경기도교육청조차 말입니다.
‘학부모회가 정규교과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견 설문과 취합한 의견제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경남교육청(가능하나 우려가 있음), 전북교육청(신중한 접근 필요), 전남교육청(가능하나 지양해야 함), 충북교육청(신중한 접근 필요)가 가능성을 인정했을 뿐, 12개 교육청은 ‘학부모회는 정규교과수업에 대한 의견수렴과 의견제시를 제시할 수 없다. 교권침해다’라고 합니다.
학부모 개인은 정규교과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①학부모회는 정규교과수업에 대한 사실확인 설문행위나 학부모의 의견을 취합할 수 없고, 의견을 낼 수 없다. ②학부모 개인 또는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모두 정규교과수업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①과 ② 모두 교권침해라고 말합니다.
“정규교과수업에 대한 학부모 개인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수업내용과 계획, 운영은 모두 비밀이다”라는 것이 교원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일까요?
완벽한 수업은 없다. 끊임없이 피드백 되는 ‘진정한 수업’이 필요하다
학부모가 제기하는 정규수업의 불합리는 여러 경우가 있습니다.
작은학교에서는 훌륭했던 수업방식이 과밀학교에서는 부적절하고, 초등 고학년에게는 훌륭했던 교원이 저학년에게는 학생에게 무관심한 나쁜 교원이 됩니다. 체육샘이 담임이면 책읽기를 좋아하는 학생은 담임이 싫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교원과 학부모가 의견교환과 조율을 통해 계속 수업에 반영되거나 합의로 제외되어야 합니다. 어려움은 학부모 측이 다수이기에 각 학부모와 교원의 20여개의 합의가 아니라, 학부모들의 정제된 의견 하나와 교원이 합의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학교장은 개별 민원접수 후 의견 정제의 수단으로 학부모회를 활용합니다. 민원인을 학부모 회장과 반대 표에게 보내고, 정보 공개와 함께 공론화를 거쳐 학생 또는 교원의 잘못, 때로는 누구도 잘못하지 않은 오해, 나이대에 겪어봐야 할 갈등과 교육, 발달과정 편차 속에서 학부모/교원의 과잉대응 등을 정리하고 대안을 만들도록 지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선을 서로 살피고 이미 발생한 학교구성원들의 상처는 치유하며 진행하도록 합니다. 훌륭한 교장과 학부모회장, 학교운영위원장은 교육철학이 훌륭하기 보다는 공정한 절차의 관리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교육청은 부작용을 걱정한다면서 지난 십수년간의 학부모회의 업무매뉴얼과 연수를 통해 학부모의 기본권리를 제한하고 교원의 상호 존중을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학부모들의 의식편차가 크다는 이유로 비밀과 거부, 무조건적인 신뢰를 요구하며, 교원 보호를 명분으로 비밀은 점점 늘려갑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로 교육과정 침해, 교권침해가 줄어들 수 없습니다. 학부모와 교원 합의의 상향 평준화에 대한 꾸준한 직무연수가 절실합니다.

2025년에서야 만들어지 의견을 묻고 답할 수 있는 ‘공식민원 접수창구’
학교는 행정기관 중 굉장히 독특합니다. 모든 행정기관의 민원 접수창구인 ‘국민신문고(www.epeope.go.kr)’에 학교가 없습니다. 정보공개를 접수 받는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에도 학교가 없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는 민원게시판 조차 없습니다.
많은 언론이 학부모들이 전화로 민원을 접수하는 것을 비난하지만 그 방법 말고는 민원을 제기할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의 문서24(docu.gdoc.go.kr)가 만들어졌지만, 지난 8년간 이를 안내하는 교육청과 학교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부는 민원처리와 상담예약이 가능한 ‘초중고 온라인 민원시스템 구축’을 발표했습니다. 2025년도 하반기 시범운영, 2026년도에는 보급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악성 특이민원의 근본원인은 민원접수 시스템의 부재가 아닙니다.
정보 투명성과 집단 합의, 이를 뒷받침하는 학교의 여유가 필요하다
학교민원은 일반행정 민원과 문법이 다릅니다. 일반행정이 주로 불법과 합법을 구분한다면, 학교행정은 합법 내의 다양한 선택 중 구성원의 합의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더 초점이 있습니다. 합의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인력이 투입되며 참여인력의 높은 의식수준과 분야별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는 학교구성원 상호에 대해 공격적이고 동시에 위축되어 있습니다. 교원들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부정적 분위기이고, 학부모는 본인의 의무는 회피한 채 요구사항만 던지며 교원의 비밀과 거부 속에 의심과 경계심만 많습니다.
분야별 전문성은 학부모와 교원 양쪽에 존재하지 않으니, 교육지원청 또는 각종 센터를 만들어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자원봉사와 비정규직 속에서 전문성과 노하우는 축적되지 않고 절차의 복잡성과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여유를 확보하려면, 사업은 보내고 인력은 보내지 않는 교육부의 변화가 필요하다
‘초중고 온라인 민원시스템’은 사업만 보내고 이를 운영할 인력은 보내지 않는다는 수십년된 방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학교별 민원대응팀’도 인력 증원 없이 기존의 교직원들이 업무를 나눠가졌으니, 행정절차법과 민원처리법을 숙지하지 못한 교육중심의 교원과 회계중심의 행정실 직원의 한계가 그대로 남습니다.
늘봄, 돌봄, 방과후, 체험학습, 분리교육, 고교학점제 등 학교에 추가된 신규 사업과 교과서/앨범/교복/체험학습/급식/물품 선정 등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인력은 지난 수십년간 증원되지 않았습니다.
신규사업의 필요인력은 교원에게 보직수당, 근무가산점을 준다며 시작하고, 교원 불만이 고조되면 최저인건비의 단기 계약직(실무사 등), 15시간 미만 근로자로 버틴 후, 다시 이들의 신분상 요구가 돌출되면 외부업체 위탁계약으로 돌리거나 사업을 축소한 후 다른 신규사업을 교원들의 가산점과 수당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뻔한 수법에 매번 당하면서도 일선의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서로 싸울 뿐입니다.
‘완전한 학교’라는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는 학교를 정규교과 수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늘봄, 돌봄, 방과후, 급식, 시설대여 등 종합 교육기관으로 인식합니다. 학교는 교원 이외의 인력이 절반에 가깝습니다.
교원은 수업과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사업은 그 업무를 전담할 안정적인 인력구조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좋은 학부모와 좋은 교직원(각종 공무직 등 포함)들이 늘어나고, 나쁜 학부모와 나쁜 교직원은 퇴출되거나 배제될 수 있는 제도와 직무연수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교원의 자격은 평생보증이 아니라 갱신제로 주기적인 보완이 필요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학부모회의 법제화는 학부모의 권리만큼이나,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전제로 학부모의 의무와 이를 위반할 때 친권 제한과 벌칙에도 더욱 과감해져야 합니다.
학교는 비밀일지라도 신뢰하는 곳이 아니라, 투명하게 잘 알기에 교원들의 말을 알고 따라가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존중’이란 몰라도 믿는 것이 아니라, 알기에 존경하는 것입니다.
학부모와 교직원, 학생까지도 서로 이해하고 교육부의 부당한 업무추진방식에 저항하며, ‘완전한 학교’에 대해 의견이 나누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른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배우거나, 바꿀 수 없다며 무기력한 사회에 길들여지거나,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것을 배우며 졸업하는 것을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