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학교는 법인격이 없는 교육시설의 명칭에 불과하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기반으로 ‘학교’는 행정기관과 다른, 교육청 산하의 ‘교육기관’이라는 반론이 제시하였습니다.(관련 기사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7098)
“교육은 행정행위가 아니므로,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인 민원은 교원이 처리할 업무가 아니다. 학교는 행정기관이 아니고, 교육은 행정행위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저와 많이 다릅니다.
저는 ‘교육’이란 ‘행정’이라는 기본 위에 추가되는, ‘교원만이 할 수 있는 고유행정’이라고 주장하며 반론 근거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판례는 공립학교의 장을 행정처분권과 법적 책임을 지는 기관장으로 본다!
송미나 소장은 학교가 행정기관이 아니고, 교장이 기관장이 아니라는 근거로 대법원 2016마5908(2019.3.25.)을 인용하지만, 학교가 민사소송의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이 판결은 외국인학교의 임시이사 선임에 대한 부분으로 ‘교육’과는 그 결이 다르며, ‘교장’이 기관장인지, ‘학교’가 행정기관인지를 판단하는 근거로는 부적절합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2두39185(2022.12.1.)에서 원고는 중학교 교장을 피고로 하여 선도위원회의 징계결정에 대해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행정절차법에 따른 재판을 청구하였고, 대법원은 행정절차법도 학교에 적용합니다. 서울고등법원 (춘천) 2020누706(2022.1.26.)에서도 원고는 중학교 교장을 피고로 하여 징계의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판결을 내리며 행정절차법을 적용합니다.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교장이 아닌 학교법인을 당사자 법인격으로 봅니다. 대구고법 2024나13730(2024.11.13.) 성적확인의 소는 피고가 학교장이 아닌 학교법인입니다.
학교의 교육 중에 성적과 생활기록부 기재 등은 법원에서 행정행위로 보고, 행정소송 등에서 학교장을 대외적 법적 책임을 지는 기관장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을 세분했을 때 어디까지를 행정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있습니다. 저는 교육의 최소단위인 ‘교수’행위까지 행정이라고 주장하지만, 교육에서 행정성격을 제외한 고유영역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법률적 합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관련법령의 입법 취지로 봐도 학교는 ‘행정기관’이 맞다
행정기본법 제2조 제2호에서는 행정청의 정의로 ‘법령 등에 따라 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그 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사인’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교육청의 산하기관인 위임위탁 관계로 해석하건, 고유사무를 보는 독립기관이던지와 상관없이 학교장이 전결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학교도 행정청입니다.
또한, 제4호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행하는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에서도 구체적 사실(최저 성취수준 보장, 생활태도 등)에 대해 강제로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듣게 하거나,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출석정지를 부과하는 등의 행정처분을 부과합니다. 출석정지가 행정처분이기에 학교장은 행정심판법과 행정소송법의 당사자가 됩니다.
행정기본법 제5조에서는 ‘행정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하고, 행정절차법 제3조 제1항에서도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판례에서 학교에 행정절차법을 적용하는 근거입니다.
교육 법체계는 행정을 기본법으로 하고, 행정과 다름을 추가로 제정합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도 ‘지방자치법’을 기반으로 같은 부분은 준용하고 다른 부분을 추가 정의합니다.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다른 부분을 추가 정의합니다.
물론 송미나 소장의 주장처럼 ‘학교’의 인격에 대해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에서 정의한 조항은 없습니다.
지방자치법 제3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는 법인으로 한다’처럼 명시적 조항이 있으면 더 확실하겠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민원처리법에서 정한 행정기관에 학교가 포함되는 것이 법 취지에 벗어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법과 판례 어디에서도 학교를 행정기관이 아니라고 봐야할 근거가 없습니다.
‘교육’의 세부내용을 일반업무와 고유업무로 구분해 살펴보자!
학교에서 교원이 교육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행위의 연속입니다. 저는 학교교육을 [(협의의) 교육], [교육 지원행정], [교육 일반행정]의 3가지로 구분합니다.
협의의 [교육]이란 교실에서 교원이 학생에게 수업을 하는 ‘교수’와 학생의 ‘학습’, 다양한 형태의 ‘평가’, 평가결과를 기록하는 ‘생활기록부 작성’이 가장 주된 업무이고, 학생이 정상교육에서 이탈할 때 발생하는 생활관리(선도), 학교폭력, 교육활동침해 등에 대해 징계 또는 조치, 처분 등을 통해 선도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교육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회의를 소집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며, 교과서를 선정하는 등은 [교육지원행정]이고, 생기부 등의 문서를 발급하거나 학교발전기금을 회계처리하는 것은 [교육일반행정]입니다.
교육은 분명 교원의 업무이고, 교육일반행정은 직원의 업무이지만 교육지원행정은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최근 충남에서 방송장비와 정보화기기 관리업무를 담당하던 교원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이 업무를 [교육 지원행정]으로 분류합니다.
방송장비와 정보화기기는 물론 [교육]에 사용되는 기자재이므로 교육과 분명 관련이 있지만, 컴퓨터 고장을 교원이 고쳐야할까요? 방송장비 AS 신청과 처리과정을 교원이 담당해야할까요? 확실한 것은 [교육지원행정]과 [교육일반행정]은 분명 행정에 포함되고 민원의 대상입니다. 그러면 [교육]도 행정이고 민원의 대상일까요?
협의의 ‘교육’도 다름이 있을지언정 민원의 대상인 행정행위이다!
앞서 학교가 행정기관임은 충분히 설명하였으므로, 학부모가 아동의 교육(협의의 교육)에 관해 의견을 내는 행위가 민원처리법 상의 민원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교육기본법 제5조 제3호에 따라 학부모 또는 지역주민 등은 법령으로 정하는 방에 따라 학교운영에 참여합니다. 제13조 제2항에 따라 학부모는 아동의 교육에 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제14조에 따라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 권한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됩니다.
민원처리법 제2조에서는 민원이란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학부모의 의견제시는 특정한 행위를 요구합니다. 때로는 성적과 관련한 질의민원이고, 때로는 급식과 관련한 건의민원입니다. 민원인(학부모)의 요구사항이 법령에 따른 절차(민원처리법)과 판단기준(교육기본법, 학교급식법 등)으로 보는 것에 어떤 문제도 없습니다.
단, 교육은 교육기본법에 따라 다른 행정법과 달리 민원인의 요구사항(의견제시)에 대해 ‘해야 한다(강행규정)’과 ‘할 수 있다(임의규정)’ 보다 훨씬 넓은 표현으로 ‘존중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민원인이 아무리 학교에 민원을 강하게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교원의 교육권은 합법 내에서 재량권을 크게 보장받습니다.
대법원 2021도13926(2024.10.8.) 아동학대 판결에서도 “교사로서 가지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이므로”라며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의 3가지 업무 중 협의의 ‘“교육’까지도 민원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단지 다른 일반행정과 달리, 교원의 합법한 교육에 대하여 학부모의 의견제시 또한 합법적인 내용이라도 수용 여부는 교원의 재량이며, 합법적인 내용의 민원도 반복한다면 절차는 불법이 됩니다. 따라서 절차를 정의한 민원처리법에 따라 서면접수와 반복횟수, 강제종료를 적용하는 것이 교원에게 불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교육 또는 학교를 불가침의 성역으로 만들기보다 절차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법체계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10은 학교의 인력구조 개편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번에 신설된 학교민원처리계획의 수립/시행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의 장이 학교민원을 처리하는 주체임을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교원들은 교육부에서 만들 세부 계획에 학교에서 누가 민원처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적시될 것인가를 불안해 하는데, 이는 민원처리 담당자에 대한 걱정보다는 잘못된 업무분장을 해결하는 것으로 풀어야 합니다. 10년 동안 교육지원행정이 부지기수로 늘어나며 교원에게 부과됐으며, 정작 [교육] 업무는 점점 축소되어 왔습니다.
사실 기관장이 누구일지 보다는 그 업무를 누가 담당으로 기안하고, 결재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교원이 [교육지원행정]의 담당자로 업무분장이 남아있는 한 민원처리 담당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늘리고 하나라도 더 민원처리 담당이 되어야 하지만, [교육지원행정]은 교원에게서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합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교육’ 본질조차 소홀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어드림은 명확하게 민원처리와 교육상담을 구분하여 설계하고 있습니다. 시군구청의 일반행정도 상담을 하고, 청소년복지지원법 상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위클래스도 상담을 합니다. 일반행정의 상담은 기록을 전제로 하지 않고 상담이 끝난 후 문서로 필요하면 민원을 접수하여 서면을 받습니다. 이에 비해 위클래스 상담사와 청소년상담사는 상담기록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학교의 교원은 나이스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까요?
교원들은 1대 30의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성과를 평가한 후 평가결과와 상담 등을 나이스에 저장합니다. 이중 교육상담은 년중 공식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수 있고, 1년에 한 번 생활기록부에만 정확히 기록하면 됩니다.
청소년상담사와 위클래스 상담사가 1대1, 많아야 하루 3~4건을 상담하며 일지를 의무로 쓰는 업무량과 비교해 볼 때, 하루 5~8시간씩 30명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교원들에게는 상담일지를 위한 절대적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육의 가장 기본은 ‘교수’와 ‘학습’입니다. ‘교수’는 교원이 가르치는 행위이고 ‘학습’은 학생이 익히는 행위입니다. 현재 학교는 소위 진도만 뽑는 교수행위만 하고, 학생의 학습을 확인해서 교수에 환원시키는 것은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학교가 학원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원인입니다.
완전한 학교. 교원이 그 일을 안 한다고 주장하지 말고, 그 일을 제대로 할 방법을 주장하기를
이제 교원, 교육공무직, 학생의 사망 기사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기사들은 학교구성원 중 상대방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인력/예산 부족에는 익숙해져 버리고 약자 간의 책임 공방만 반복됩니다.
학교에 부여된 기능과 역할은 변했고, 기존의 교직원이 업무를 추가 분담하며 발생하는 짜증이 분노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학부모는 말로만 하는 것에 불신이 쌓여있습니다. 공무직 또한 숨겨진 존재 취급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학교구성원들이 각개격파 당하지 말고, 학교구성원 간에 파이 나눠 먹기식의 비난과 책임 공방도 그만하고, 완전한 학교라는 새로운 목표에 대해 학교구성원의 합의가 선행되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강하게 요구해야 할 때입니다.
학교생태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교원단체/교원노조에게 바라는 희망은 교원이 안 할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안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