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의 THE교육] 학폭법 개정 방향 ①"피해학생 지원, 접수 직후부터 이뤄져야"

  • 등록 2026.01.10 11: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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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지난 7일 국회에서는 고민정 국회의원 주최로 강민정 국회의원을 좌장으로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 과장, 학교폭력 피해자와 변호사, 유관단체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가해자 엄벌주의로 정책이 변화하며 정작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필자는 참관하며 아래 3가지 정책 제안을 준비했습니다.

 

① 신고 직후 ‘접수증’, ‘피해자 권리안내문’, ‘분야별 지원기관 연락처’ 제공

② 진정한 사과문 작성을 위한 비밀누설금지 조항 법령 개정

③ 학교폭력 지원기관 업무매뉴얼 및 통계의 전면 공개

 

이중 첫 번째 제안은 현장에서 기회를 얻어 설명했고, 피해자 가족분들의 호응이 있어 교육부 및 국회의원의 제도개선 기대를 가져 봅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발언 기회를 드려야 했기에 나머지 두 가지는 제안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제안에 대해 기고를 하고, 나머지는 후속 기고를 통해 교육부와 국회의원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과 각 지원단체의 매뉴얼은 교육부와 이화여자대학교 학교폭력예방구소, 한국교육개발원 등에서 매년 개정판을 발행합니다. 이에 3가지 제안이 법과 매뉴얼에 반영되고, ‘학부모용’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이 별도로 만들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첫 번째 제안 – 사안신고 직후 접수증과 안내문 배포를 의무화하라!


현재 학교폭력은 신고서식이 없어 대부분 구두 또는 전화로 접수합니다. 따라서 접수증을 받지 못합니다.

 

서면으로는 학교 전담기구에 ‘학생확인서’ 제출하게 되지만 이때에도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합니다.

 

피해학생이 신고하면 학교는 48시간 안에 교육청에 최소한 유선보고, 원칙으로 서면보고를 하지만, 정작 피해자에게는 어떠한 내용도 안내할 의무가 없습니다.

 

학교폭력 신고는 민원처리법에 따라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학교폭력 성립여부를 판단하여 민원으로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이 ‘요구’했다는 행위만으로 이미 민원이며, 제9조(민원의 접수) 제2항에 따라 접수증을 발급해야 합니다. 현재 모든 학교는 민원처리법을 위반한 상태입니다.

 

 

또한 사안처리가이드북 133p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 안내’ 또한 당황스럽습니다. 수령인이 서명을 하도록 만든 이 안내문을 피/가해학생에게 제공하고 서명받아야 한다는 어떠한 언급도 가이드북에 없습니다. 이 사안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누구인지 연락처조차 안내받지 못합니다.

 

이에 비해 경찰서의 ‘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 권리안내’ 및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안내’, 법무부의 ‘범죄피해자 원스톱솔루션센터 소개 및 제공 서비스 안내’와 학교폭력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 안내’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참석 안내’를 비교하면 문서를 만든 목적이 명확하게 비교됩니다.

 

 

 

 

 

 

경찰과 법무부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안내문을 만들었지만, 정작 피해자를 위한다는 학교와 교육청은 공무원의 입장에서 업무와 절차를 기술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만 있을 뿐, 그 내용에는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어떤 기관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가장 신속해야할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을 심의위원회 보호조치 결정 후에 안내하라고?


접수와 동시에 피해자 지원을 시작해야 하는 유일한 ‘무상’ 지원기관인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은 192페이지에 달하는 가이드북에서 아래와 같이 단 2회만 언급됩니다.

 

그런데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의 안내시점이 당황스럽습니다. 접수와 동시가 아니라, 피해학생의 보호조치를 심의위원회로부터 결정받아 피해자임이 확인된 다음입니다. 피해자의 권리가 안내되지 않았으니, 보호조치를 심의위원회에 요청해야 한다는 것조차 피해자는 모르는데 말입니다.

 

현실에서는 심의위원회 보호조치 결정은 사안조사가 끝난 후 본심의 때 같이 올라갑니다. 결국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에 대한 안내는 사건 신고 후 약 3개월이 지나 조치결정문과 함께 나가는 구조입니다. 물론 그때에도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을 안내받았다는 피해자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즉, 피해학생과 보호자는 학교폭력 신고 접수부터 심의위원회 조치결정을 받게 되는 3~4개월간 학교와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어떠한 심리/치료, 행정, 법률 지원을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지 전혀 안내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서는 ‘행정/법률 지원’을 할 수 있는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을 마치 심리상담 및 조언기관으로만 소개합니다.

 

게다가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의 기능도 학교폭력 제로센터가 생기면서 모호해졌습니다.

 

2020년 ‘학교폭력 피해학생 지원길잡이’(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20년 12월)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전담지원기관의 기능을 ‘문제해결을 위한 의료, 법률, 보호 등 통합지원’이라고 명시했으나, 2025년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회복 지원 가이드라인’(교육부/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5년 2월)에서 그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학교폭력 제로센터로 법률지원 기능이 이관되었으나 결정적 하자가 있습니다. 피해학생은 심의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행정심판/소송을 진행하는데 이때 상대방은 제로센터가 됩니다. 즉, 피해학생은 법률분쟁 상대방으로부터 법률지원 받아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제로센터와 분리된 외부기관을 통해서 상담/치료, 행정/법률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을 위센터가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로센터와 위센터는 모두 교육지원청 소속입니다. 제로센터 공무원과 법률분쟁을 해야 하는데, 옆 방의 위센터 공무원이 피해자 입장에서 동료인 제로센터 공무원과의 분쟁을 공정하게 처리한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심의위원회 참석안내문은 전문가 의견청취를 뒤늦게 안내해 제출이 불가하다!


피해자가 사안 접수 후 2개월 넘어 처음 받은 안내문인 ‘심의위원회 참석안내문’도 당황스럽습니다.

 

통상 심의 2주 전후에 “전문가 의견 청취를 요청할 경우 아동심리전문가 의견청취 요청의사확인서를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안내됩니다.

 

아동심리전문가(상담사, 의사)의 소견을 받기 위해서는 통상 8주 전후의 상담/진료를 필요로 합니다. 이 권리는 신고 직후에 안내받아야 겨우 8주를 채울 수 있습니다. 불과 2주 전에 안내한다는 것은 제출하지 말라는 안내입니다.

 

 

 


학교폭력은 심의 확정될 때까지 최대 3년간 피해자 비용지원을 하지 않는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자 보호에 대한 초기비용까지도 가해자 부담 원칙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 제6항 ‘피해학생이 전문단체나 전문가로부터 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상담 등을 받는 데에 사용되는 비용은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다만, 피해학생의 신속한 치료를 위하여 학교의 장 또는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15조에 따른 학교안전공제회 또는 시ㆍ도교육청이 부담하고 이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동학대, 성폭력, 가정폭력은 다릅니다. 각 분야의 피해자보호법인 아동복지법, 성폭력방지법, 가정폭력방지법 어디에도 비용을 가해자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피해자보호법은 말 그대로 약간의 피해가 의심되어도 신속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모든 것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피해자의 회복부터 시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실확인을 위한 상담/치료, 행정/법률 지원부터 시작합니다.

 

각 분야의 가해자처벌법은 아동학대처벌법, 성폭력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입니다. 이들은 느리며 처벌을 위해 가해행위에 대한 증거주의로 동작합니다. 범죄사실이 법원에서 확정되면 이를 근거로 민사 구상권을 청구하는 개념입니다.

 

피해자보호법과 가해자처벌법이 다르게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피해자의 피해가 있더라도 가해자의 행위가 법으로 처벌할 정도는 아닌 경우도 발생하며, 오인신고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지자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지출한 비용을 피해자에게 청구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이 상담/치료와 행정/법률지원을 자부담으로 시작해야 하며, 학교안전공제회는 심의 종결 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제기 기한인 90일 (또는 180일), 느리면 사법절차가 끝나야 하는 약 3년간 지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피해 측이 모아온 영수증을 심사하여 비용을 지급하지만 이때에도 위자료와 이자는 제외되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해야 합니다.

 

아동학대나 성폭력, 가정폭력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달리 교육청과 학교안전공제회는 초기지원이 불가능한 것일까요? 피해자보호법이라고 하는 학교폭력예방법에서 비용을 가해자 부담으로 정하고 교육청과 학교가 모든 책임에서 회피하는 것이 법의 취지일까요?


가해자를 엄벌하면 피해자가 회복되나?


이때까지의 법 개정 방향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입니다. 올해부터 입시에도 반영되며 극에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조치가 강해질수록 법률적 반발도 강해집니다. 또한 입시 반영은 고등학교 학교폭력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엄벌주의가 피해학생의 회복에 어떠한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피해학생 지원 조력인’도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의3으로 신설되었습니다. 지원 조력인의 역할도 법률, 상담, 보호 등을 위한 서비스 및 지원기관을 연계하는 것입니다. 조력인이 직접 법률, 상담, 보호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리해 보면 이제 피해학생은 ①학교 전담기구에서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며 사건을 되새기고 ②제로센터 전담조사관이 와서 학생확인서를 또 작성하며 사건을 되새겨야 합니다. ③화해중재단을 신청하면 또 기억을 되새겨야 하고 ④피해학생 지원 조력인이 오면 또 기억을 되새겨야 하며 ⑤가/피해학생 조언상담기관을 가서도 ⑥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에 가서도 또 기억을 되새겨야 합니다. 만약 고소라도 한다면 ⑦경찰 앞에서도 기억을 되새겨야 합니다.

 

지금 교육부가 고민해야 할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방향은 더 많은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원시스템이 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지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종류의 지원기관이 아니라, 한 개의 지원기관이라도 초기부터 제대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신고와 동시에 ‘피해자 권리 안내’와 ‘분야별 지원기관 안내’는 필수입니다. 초기 지원이 제대로 되어야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ps. 다음 기고에서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용서를 가로막는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태현 상상교육포럼 공동대표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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