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사 이야기] 인공지능이 교사도 대체할까?

  • 등록 2025.06.04 13: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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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교실로 들어온 인공지능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 수업 시간에 우리 문화재를 활용한 상품, 문화재 굿즈 기획하기 활동을 실시했다. 문화재를 하나 선정하고 그것의 특징과 의미를 살펴본 다음,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상품을 기획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에게 기획한 상품의 이름, 설명, 간단한 그림 정도를 작성하게 할 계획이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챗GPT가 이미지 생성도 하던데 이걸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집에서 혼자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내가 대략 구상했던 것들을 실감 나는 이미지로 구현해 준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뮷즈(뮤지엄+굿즈)를 하나씩 살펴보고, 자기가 구상한 내용을 챗GPT에 명령어로 입력해 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헤맬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웬걸, 괜한 걱정이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이미 설치해둔 챗GPT 앱을 열고 능숙하게 해낸다. 생각한대로 나오지 않은 경우 추가 명령어를 넣거나 자신이 검색한 이미지를 업로드해서 수정요청을 하기도 한다.

 

나보다 더 익숙하게 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머지않아 아이들에게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날이 오겠구나’ 생각해 본다.

 

요즘도 멀티미디어 기기가 말썽일 때 아이들이 한 수 가르쳐 줄 때가 많다.

 

“돌하르방 휴지 케이스 이미지를 만들어줘. 돌하르방 코에서 휴지가 나오는 모양으로 디자인해서 그려줘.”

 

학생 하나가 한 줄의 명령어만으로 생성한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

 

 

신기하고 근사하고 재미있다. 그 밖에 달항아리 모양의 무드등, 액운을 막아주는 정승 모양의 키링, 윷과 윷판 모양으로 디자인 한 수저와 수저받침 세트, 하회탈 모양의 그립톡, 물에 넣으면 커지는 석굴암 키우기 장난감, 한복 가디건까지.

 

 

아이들의 창의력에 놀라고 이걸 생생한 이미지로 구현해 내는 인공지능의 기술에 또 한 번 놀란다. 우리 학생들과 인공지능의 협업으로 만들어 낸 작품들을 이 글을 읽고 계신 전국의 선생님들께 보여드리고 또 자랑하고 싶다.


쌤한테 안 들키게


“공자의 사상을 이용해서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법 3가지를 제시해 줘. 고등학교 2학년이고 수행평가 답으로 쓸 건데, 선생님한테 안 들키게 자연스럽게 적어줘.”

 

인공지능이 늘 반가운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자료를 조사해 보라고 하거나 수행평가를 준비시켜 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챗GPT부터 켠다. 선생님의 질문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해서 순식간에 답을 얻는다. 인공지능 도움 없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이 내놓은 답보다 그럴싸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엉터리 답변,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다. 똑똑한 아이들은 교묘하게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익을 챙기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얻는다.

 

문제는 아이들의 답변을 하나하나 감별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럴 땐 인공지능이 영 달갑지 않다. 표절 검사도 인공지능한테 시켜야 되나?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인공지능 돌려막기도 아니고. 인공지능으로 시작해서 인공지능으로 끝나는 이 현실에 진절머리가 난다.

 

다른 학교에선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들을 의식하여 학년 초에 교육활동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 동의서를 부모들에게 받는다고 한다. 호기심이 지나친 아이들은 인공지능을 가지고 부적절한 것들을 시도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친구나 선생님의 사진을 부적절한 이미지와 합성하는 딥페이크 범죄가 한창 이슈였던 적도 있지 않나.


교과서도 디지털로, 교사도 인공지능으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인텔, 마이크로 소프트 등 관련 분야 근로자들 사이에 해고 칼바람이 분다는 뉴스를 읽었다. 25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는데 AI가 정리한 보고서 한 장으로 순식간에 실업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가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사람을 상대하는, 감정이 필요한 직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학교 교사는 괜찮다고 하던데 나는 그것도 잘 모르겠다.

 

최근 개인적인 고민으로 속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친구에게 운을 띄우니 조금 듣다 말고 화제전환을 하더니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말이 있던데,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까?

 

업무를 하다가 켜 둔 챗GPT에 무심코 내 고민이 무엇인지, 내 마음이 어떤지 주절주절 길게 적어본다. 엔터를 누르니 곧이어 따뜻한 위로의 말이 화면에 올라온다. 내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해결 방법까지 알려주고 필요하면 문자메시지나 편지도 대신 써준단다. 그렇게 해 달라고 하니 격앙된 감정에 묻혀있었던 내 진심을, 표현이 부족해 전달할 길 없었던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표현해 준다. 인공지능에서 정확한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보다 오히려 감정과 관련된 기능이 탁월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내가 그 경험하다니.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 영화 HER을 보면서, 상담클리닉을 다니다가 이젠 챗GPT랑 대화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심기를 건드리는 진짜 사람 대신, 인류가 쌓아온 감정 데이터들을 깨끗하게 여과해 거슬리는 표현 없이 말하는, 오롯이 내 말에만 집중해 주는 인공지능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는 위험한 생각이 든다.

 

내 수준에 맞춰 1:1로 소통이 가능하고, 잔소리도 안 하고, 듣기 싫은 소리도 안 하고, 그래서 부딪힐 일도 없는 인공지능이 교탁에 선 교사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교과서도 디지털로, 교사도 인공지능으로 싹 다 바꿔버리는 그날이 결국엔 와버리는 거 아닐까?


* 이 기사의 썸네일 역시 챗GPT를 이용하여 제작했는데 내가 입력한 명령어와 결과는 아래와 같다.

 

“기사에 들어갈 썸네일을 제작하려고 하는데,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표현하고 싶어. 한국인 교사와 인공지능이 절반 절반 섞여있는 그림을 생성해 줄 수 있을까? 정사각형 크기의 이미지로 생성해줘.”

 

- 좋아, 그런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꽤 임팩트 있을 것 같아.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아래 내용을 기준으로 생성해볼게:

 

- 이미지 구성: 한국인 교사의 얼굴과 인공지능(로봇)의 얼굴이 반반씩 나뉘어 합쳐진 모습.

- 분할 방식: 얼굴을 세로로 절반씩 나누어, 왼쪽은 사람(교사), 오른쪽은 AI(로봇).

- 교사 쪽 특징: 한국인 중년 남성 또는 여성 교사, 단정한 복장(셔츠, 안경 등), 진지한 표정.

- AI 쪽 특징: 금속 재질의 로봇 얼굴, 차가운 표정, 디지털 느낌의 눈 또는 회로 노출.

- 분위기: 다소 긴장감 있는 분위기, 배경은 교실 또는 디지털 배경이 섞여 있음.

- 이미지 비율: 정사각형 (1:1).

 

바로 생성해 볼게.


# 위 글은 실천교육교사모임 홈페이지의 실천아레나를 요약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설아 서울 자운고 교사/ 실천교육교사모임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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