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사 이야기] 오늘의 교육을 묻다

  • 등록 2025.10.14 19: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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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가르침과 배움, 공감의 확장이 필요한 이유

 

더에듀 | 격동의 코로나19 시기를 지나 2025년, 교육은 새로운 변곡점 앞에 서 있다.

 

팬데믹의 혼란은 잠잠해지고 일상 회복이 된지 오래이지만, 이제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혁신 등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교육 현장을 흔들고 있다.

 

교실에서는 교육의 변화를 모색하며 학생 중심의 다양한 활동이 시도되며 새로운 가능성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즐거움과 몰입이 단순한 ‘경험’에 머물지 않고 ‘앎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성찰’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의 위기는 단순히 기술적 변화나 활동 방식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교권 침해와 교사의 사기 저하, 학급이나 가정 중심의 좁은 이해에 매몰된 의사결정은 교육 본연의 목적을 약화하며, 학습 중심으로 치우친 교육은 학생이 세계와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고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존재로 서는 과정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와 공감이다.

 

사회정서학습(SEL)의 선구자인 제임스 코머(James Comer)는 “의미 있는 학습은 의미 있는 관계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하며, 좋은 관계 없이 좋은 가르침도 존재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좁은 범위에 공감이 머물 경우, 내가 속한 작은 집단 중심으로 작동하며 타 집단을 배제하거나 적대시하는 정서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교육은 학생과 교사 간 신뢰와 애착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와 경험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넓은 차원의 공감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러한 확장된 공감은 단순한 정서적 반응을 넘어 민주사회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의 기반이 된다.

 

오늘날 교육이라는 언어는 지난 수십여년 동안 ‘학습’으로 대체되어 왔다. 거트비에스타는 교육을 단순히 학습과 동일시한다면 세계에 대한 이해, 공동체적 성숙, 시민으로서의 성장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한나 아렌트는 교육의 본질을 ‘탄생성’과 ‘세계성’에서 찾으며, 교육을 ‘세상을 사랑하게 하는 일’로 정의했다.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새롭게 태어난 자들’로서 기존 세계에 들어오며, 교사는 이들에게 세계를 열어 보여줄 책임을 가진다고 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흥미 위주의 활동이 아니라, ‘깊이 있는 학습’과 ‘의미 있는 관계’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전수하는 행위이다.

 

그는 또 ‘전기가오리의 비유’를 들어 교사의 역할과 사유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전기가오리는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포식자나 주변 생물을 마비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기가오리가 스스로 마비되면서 주변에 영향을 미치듯, 교사도 자신의 사유와 당혹감, 고민을 학생들에게 드러내어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사고의 장으로 초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질문, 고민’을 학생 앞에서 보여주고 학생들은 교사가 제공한 사유의 장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의미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

 

 

학습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세계와 씨름하고 의미를 창조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깊이 있는 학습과 의미 있는 교육적 관계는 결국 교사의 사유와 자기 표현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단순한 학습과 달리, 학생들이 가치를 포함한 배움을 삶과 연결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중요한 행위이다. 그렇기에 교사가 어떤 태도로 학생 앞에 설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코 피할 수 없다.

 

결국 교육의 핵심은 깊이 있는 가르침과 배움, 관계 회복, 그리고 더 큰 공동체에 대한 공감을 통한 시민성 함양에 있다.

 

학생들이 자신을 더 큰 세계 속에서 발견하고, 지식을 삶 속에서 활용하며, 좁은 공동체를 넘어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가르침’이 회복될 때, 교육은 비로소 미래 세대를 세계와 연결하고, 새로운 시민으로 길러내는 힘을 갖게 된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 더 나아가 학교 공동체 전체가 함께 성장하며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힘을 키워나갈 때, 교육은 진정한 사회적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소희 인천서부교육지원청 초등교육과 장학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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