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사 이야기] 교원의 정치적 중립은 의무인가: 대선 이후 돌아보다

  • 등록 2025.06.24 17: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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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대선이 끝났다. 선거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교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선다.

 

헌법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라고 명시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규는 교원의 정치적 활동을 광범위하게 제한한다.

 

과연 ‘교원의 정치적 중립은 국가의 공정성 유지라는 ‘의무’일 뿐인가, 아니면 부당한 정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이기도 한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중립의 의미


우리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보장된다’라는 표현이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특정 정파나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외부의 부당한 정치적 압력이나 영향으로부터 그 신분을 지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권리’를 헌법이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공무원이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거나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도록 강요받았던 아픈 역사를 고려할 때, 이 조항은 공무원이 정치적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즉, 헌법상 정치적 중립성은 공무원 개인이 국가 권력이나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리’의 성격이 강하다.


법률에 따른 제한과 그 근거


그럼에도 많은 국민은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라고 인식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정치적 행위) 등 관련 법률이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률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 선거 운동, 특정 정치 세력 지지 또는 반대 의사 표시 등을 금지한다.

 

이러한 법적 제한의 근거는 무엇일까.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이 공직자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이중적 지위’에 주목한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 서비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책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일반 국민보다 기본권이 더 넓고 강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헌재 2012헌마705등).

 

교원의 경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교육의 중립성 확보라는 특수성이 더해져, 정치적 중립 의무가 더욱 강조된다.

 


과도한 제한은 기본권 침해인가


문제는 현행 법률이 규정하는 정치적 중립 의무의 범위가 헌법이 보장하려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의 자유’라는 권리의 측면을 넘어, 교원 개인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은 모든 국민이 누리는 기본권이며, ‘교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물론 교실에서 특정 정치 이념을 주입하거나 선거 운동을 하는 행위는 교육의 중립성을 해치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므로 엄격히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근무 시간 외 개인적인 공간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거나, 교육 정책과 관련된 합법적인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일 수 있다. 이는 마치 법정에서 판사가 엄격한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사석에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개인 의견조차 표현할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비견될 수 있다.

 

판사의 중립 의무는 직무 수행에 국한되어야 하며,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역시 교육 활동 및 직무 수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9년 ‘공무원, 교원에 대하여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므로 이에 반하는 관련 법률의 개정은 권고하여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당 가입이 선거 운동 금지 자체는 유지하더라도, 시민으로서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까지 막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인권위의 시각을 보여준다.


균형점 찾기


결론적으로, 교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상 부당한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인 동시에, 공교육의 신뢰와 중립성 유지를 위해 법률로 일부 제한되는 ‘의무’의 성격도 갖는다. 그러나 현행 법규는 의무의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약할 소지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중립의 본래 취지인 ‘정치적 압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살리면서도, 교육의 중립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교원이 직무와 무관하게 시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하고, 교육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만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방향으로 법률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교원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이며, 국가 정책과 교육의 발전에 대해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 위 글은 실천교육교사모임 홈페이지의 실천아레나를 요약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김현규 종촌고 교사/ 세종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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