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휴대전화 금지한 캐나다, 효과 물었더니…사용 감소 Vs. 꼼수 늘어

  • 등록 2025.09.03 21:26:29
  • 댓글 0
크게보기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지난달 27일 학생의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초등에 이어 중등에도 휴대 전화 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시행 1년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현지 언론 글로브앤메일은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간 독자를 대상으로 시행 후 효과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정리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표면적으로 줄었지만, '몰래' 하는 방법 찾아내


글로브앤메일 보도에 따르면, 휴대전화 금지의 효과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토론토 고교에 재학중인 오를리 케이는 휴대전화 금지 정책 이전에는 어디에서나 학생들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를 내려 놓으라는 교사들의 요구는 일이 일상이었으며, 그런 요청을 학생들은 대부분 무시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양은 줄어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할 방법을 찾을 뿐이었다”면서 “금지 정책 도입이 일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지만,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이 게속 기기를 사용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노트북 컴퓨터 화면 뒤에 휴대전화를 세워놓거나 무릎 사이에 숨겨놓았다. 학생들은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의 방화벽을 우회하기 위해 VPN을 설치했고, 그렇게 VPN을 설치한 휴대전화를 핫스팟으로 이용해 노트북으로도 금지된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는 “학생들은 휴대전화 사용이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분명히 수업 중에 사용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애들은 그냥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걸 당연시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국적으로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전환점이 됐다면서 학생들이 주의를 덜 뻇기고 수업 참여와 사회적 의사소통이 늘었다고 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스크린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관리자들이 규칙 준수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앨버타주 교사협회는 “효과적” 평가


최근 정책을 시행한 온타리오주는 아니지만, 앨버타주 엔드먼턴에서 근무하는 교사 티나 서머즈의 경우 이미 6년 전에 소속된 학교에서 결정한 휴대전화 금지 조치에 대한 경험담을 나눴다.

 

그는 원래 휴대전화를 금지하기보다는 장점을 수업에 활용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의였는데,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봤다.

 

그는 “그때부터 어느 학교로 옮기든, 수업에서 휴대전화 금지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루해진 학생들을 위한 손쉬운 탈출구인 휴대전화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라도 수업을 듣고 토의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학생들도 금지 규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관리자들이 규칙과 함께 처벌도 명확히 하고, 교사들이 지원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관리자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답이 없다”고 했다.

 

제이슨 실링 앨버타주 교사협회(Alberta Teachers’ Association) 회장은 회원들은 전반적으로 휴대전화 금지가 효과적이라고 평한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과 대화해보면 교실에서 예전만큼 휴대전화로 인해 주의를 뺏기는 일이 적어 좋아한다”면서 “이제는 모두가 이 정책을 이해하고 규칙을 적용할 때 학부모, 교육청, 관리자들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앨버타주 교사협회에서 지난 1월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74%가 수업 방해가 줄었다고 응답하고 66%가 휴대전화 금지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개선했다고 응답했다. 다만, 설문 결과 규칙의 적용과 시행에서 일관성이 없을 때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도 드러났다.


적용 방식에 일관성 없으면 효과도 없어


현재 캐나다의 휴대전화 금지 정책은 금지의 방법을 지역교육청 또는 학교에 맡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나 지역교육청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곳은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보관하도록 하고 있고, 어떤 곳은 가방에서 안 꺼내면 된다고 하고, 어떤 곳은 아예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규칙을 어겼을 때 조치도 다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압수를 하고, 어떤 곳은 학부모 통보, 어떤 곳에서는 퇴학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온타리오주 요크지역교육청의 한 고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 주디 소머는 학교 또는 지역교육청 내에 일관된 규칙이 금지 조치의 효과를 보장하는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머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규칙의 적용이 교사의 자율에 맡겨져 수업 시간마다 규칙에 차이가 있게 되면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교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꽤 많은 학생이 휴대전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책무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제프 마하라지 온타리오 교장협의회 회장은 규칙 적용의 일관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듣지 못했지만, 문제가 생긴다면 교사와 관리자가 협의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규범과 문제가 생겼을 때의 절차에 관해 관리자와 교사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뛰는 정책 위에 나는 학생들


금지 조치가 효과가 없자 일부 학교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잠금장치가 있는 휴대전화 보관 파우치를 쓰고 점심 시간이나 하교 시간 등에만 열리도록 통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을 이미 시도한 뉴욕 시에서는 잠금장치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반납용 전화기를 따로 두고 제출하는 등의 방법을 학생들이 금새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휴대전화 금지 조치가 충분히 효과적으로 시행된다고 해도, 휴대전화의 악영향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휴대전화 금지한다고 악영향 없어질까?


온타리오주 워털루지역교육청 중학교 교사인 라이언 웨트라우퍼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규칙에 따라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보관하지만, 소셜 미디어상에서 학생들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계속된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은 단체 채팅이나 인스타그램 DM과 관련된 문제 등 모든 종류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학교 밖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교실 안에까지 영햐을 미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이 최대 33명인 그가 가르치는 교실에서는 온라인에서 발생한 문제를 충분히 다룰 만한 시간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우리는 정서가 불안한 학생들, 속상한 학생들 등 (소셜 미디어의) 효과를 직접 보고 있지만, 아이들이 와서 있었던 일을 단순히 털어놓지 않기 때문에 뭐가 문제였는지 알아보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고 했다.

  

웨틀라우퍼 교사는 금지 정책이 공허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다고 했다. 그는 “이미 학교에서는 (휴대전화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무런 추가적 지원 없이 모두가 알아서 금지하라고 하는 것은 이미 하던 일을 잘할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서 하라는 소리”라고 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캐나다의 일부 대형 지역교육청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등을 운영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 대리인 던컨 엠버리 변호사는 “소셜 미디어와 연관된 중독 증가 때문에 더 많은 정신보건 상담사를 고용해야 한다면, 그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시키는 주체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수 객원기자 te@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