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지난해에 이어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 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
저는 고민과 생각을 주로 시를 통해 표현했어요. 시는 때로는 저보다 저를 더 잘 표현할 때가 많았어요.
- 나무는 부럽다 -
나무는 부럽다
가고 싶은 데로 뻗어 나가고
가고 싶은 데가 많으면 여러 갈래로 나눠 가는데
나는 어디로 뻗어 나갈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혹시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스스로에 대해 알고 싶어했어요. 어릴 적 꿈이 없는 저에게 어른들은 늘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물어보셨지요. 물론 꿈이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꿈이 뭐냐’는 질문은 저에게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으로 들렸어요. 그런데 질문받을 때 대답하지 못했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 것인지 정리하기 어려웠어요. 나무는 가지와 뿌리를 원하는 대로 뻗어 나가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기에 부러웠죠.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어요. 실패를 인정하기 싫었고 때로는 외면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잘 하고 싶은 욕심도 많았어요. 외발자전거를 좋아하고, 외발자전거에 대한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억이 있어 다시 시도하고 싶었어요. 어찌 보면 새로운 도전이라기보단, 잘하고 싶은 마음과 멋진 성과를 이루고 싶어 선택한 안전한 방법이었죠.
하지만 외발자전거로 저를 찾는 것은 어려웠어요. 연결점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될 거란 생각으로 계속해 왔는데, 날이 지날수록 점점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느낌이 왔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어요. 그렇게 한 학기를 허무하게 보냈어요.
- 잠이 안 온다 -
나의 잘못을 알지만
고치지 아니하고
고치지 않는 나를 알지만
자신을 회피하고
이런 나 자신이 원망스럽지만
바꾸지 못해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워
잠에 들지 못한다.
연결점을 찾지 못해 방학 때 다시 시도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포기하고 싶었는지 계속해서 헤매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제 문제점이 보이는데, 외면하고 있는 제 모습을 봤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 지난날이 후회되고, 저에 대한 실망으로 잠이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고, 시간은 계속 흘러 결국 방학도 허무하게 보냈어요.
- 하늘은 맑건만 -
하늘은 맑건만
내 마음엔 먹구름이 껴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고 싶지만
먹구름이 폭우가 되어 나를 덮칠 생각을 하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네
하지만 그러고 있어도
내게 보이는 것은 먹구름뿐
하늘만 맑다.
모든 게 싫어졌어요.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저를 돌아봤는데, 논문에 대한 압박과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저 혼자 죄책감에 시달리며 무기력해지고 있었어요.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악순환을 끊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극복하기로 했어요. 체력을 소모해서 이런 생각들을 비우기로 했어요.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계획했는데 바로 무너졌어요. 자전거를 못 빌렸거든요. 이 상황 속에서 너무나 힘들었는데 하늘은 너무나 맑더라고요.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낼 수 없었어요. 뭐라도 해야 했어요.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좋은 건 그때뿐이었어요.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나를 찾는 여행은 끝났어요.
시간이 지나 추석 가정학습 기간이 돌아왔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외부 노작을 한 번쯤은 가고 싶었어요. 혼자 생각하며 돌아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느꼈거든요. 그래서 가정학습 때 홍대 선원을 갔어요. 그곳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여러 조언을 받을 수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하기 싫은 것도 좋게 해보라’는 것이었어요.
저에게 가장 와닿는 말이었고, 이 말을 듣자 뭔가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바로 이어서 붓다 선원으로 갔어요.
붓다 선원에서는 제가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열심히 일을 했더니 칭찬받았고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같이 일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소속감을 느껴 너무나 좋았죠.
하지만 글은 자꾸만 안 나오고 되돌아가기를 반복했어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왔어요. 분명히 좋은 경험을 했는데 왜 글이 안 써질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실패를 두려워해요.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편이라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고 싶었죠. 그게 청소든 제가 맡은 일이든 이런 발표든 다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이 틀어지면 그때부터 하기 싫어지고 외면했어요.
물론 그저 외면하고 포기한다고 해서 해결될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하지만 아는 것과 무관하게 그렇게 하고 있었어요. 때문에 홍대 선원에서 들었던, ‘하기 싫은 것도 좋게 해보라’는 그 말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요. 차라리 실패하면 나름대로 경험과 성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두려웠어요. 그저 성공만 하고 싶은 철부지로 살고 싶었죠. 계속 발전해 나가고 싶었어요. 전보다 성장하지 않으면 스스로 용서하지 못했어요.
이제는 이런 미숙한 저를 받아들이려고 해요. 계속 회피하는 것이 아닌 나중을 기약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생각하려고 해요.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어요. 나는 왜 그랬을까로 시작해 왜 칭찬받고 싶었을까? 쓸모를 인정받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니면 사랑받기 위해? 이런 식으로 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쭉 늘어났어요.
끝에 와보니 제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또다시 왜일까? 고민하며 돌아보게 되었어요.
- 친구 자판기 -
배우는 공간에 오면 날마다 가끔 친구 자판기를 준다.
자판기 내용물은 올 때마다 다르다.
안에는
나를 화나게 하는 친구와
나를 짜증 나게 만드는 친구는 무조건 있고
나를 재밌게 만드는 친구와
나랑 통하는 친구는 종종 있다.
가끔 친구 자판기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버틴다.
1학년 1학기 때 친구 관계가 힘들었어요. 처음이라 적응하기가 어려웠고 서로 안 맞는 부분도 있었어요. 혼자 자는 것이 익숙한데 기숙사는 같이 자야 하니까 불편했어요. 또 자는 방식이 맞지 않아 많이 다퉜죠. 당시 시화 수업을 들었는데, 이런 힘듦을 시로 털어놓았어요.
2학기 때는 앞서 말했다시피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외발자전거를 주제로 정해 끈기를 키우는 것이 목표였어요. 한 가지를 오랫동안 붙잡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점심시간만 되면 운동장으로 나와 매일 외발자전거를 연습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귀찮아질 때도 있었어요. 밖은 더웠고, 혼자 타는 것은 외로웠어요. 그래서 중간에 찾아오는 친구들은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타다 보니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 꾸준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했어요. 제가 이룬 성과가 남에게 인정받는 게 너무나 기뻤거든요. 칭찬이 저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어요.
2학년 때는 필리핀에서 손의 움직임만으로 연주하는 전자식 악기인 ‘테레민’으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때 저는 특이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을 보고 느꼈죠.
특별한 것을 해서 친구들의 관심을 얻으면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외발자전거도 똑같았어요. 저는 이 방법을 매체만 다르게 해서 한 것이죠.
테레민은 처음에 친구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금방 사라졌어요. 이제는 더 이상 특이한 것으로 관심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관심받지 못하더라도 제 프로젝트이니 꿋꿋이 연습해서 잘 마무리했어요.
귀국해서 학교로 돌아와서 프로젝트를 발표해야 했어요. 필리핀에서는 테레민 연주만 했는데 학교에서는 저의 성장과 배움까지 포함해야 했어요. 하지만 막상 발표하려고 하니 너무나 두려웠어요.
에세이가 만족스럽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 제가 관심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말할 용기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모두가 발표를 하다 보니 어떻게든 해냈어요.
- 하얀 거짓말 -
거짓말은 나쁘지만은 않다.
하얀 거짓말도 있다.
남이 슬프지 않게
거짓말을 하거나
걱정을 끼치지 않게 거짓말을 한다.
나는 지금
착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괜찮다고
2학년 2학기에 저는 총기숙사장에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선출직을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저 대신 서준이가 총기로 당선됐고, 개표가 끝나고 저의 선거 운동을 돌아봤어요. 저는 서준이가 부러웠거든요. 서준이는 선배들한테 도움을 잘 청하고 잘 받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낙선이 힘들었지만, 출마한 것 자체에 저에게는 큰 배움이 있다고 생각해서 발표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울컥한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참아왔던 제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이었어요.
왜 이런 감정이 들까? 고민하다 제가 알게 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솔직히 선거에서 진 것이 슬픈데 남들한테 들키기 싫었고 걱정 끼치기 싫어 애써 눈물을 참고 숨기려 했어요.
이런 저의 모습을 ‘깨진 비이커’로 표현했어요. 그 비이커 안에 감정이라는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저는 물이 새지 못하게 테이프로 막았어요. 감정을 숨겨봤자 더 안 좋아질 뿐인데 풀어낼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발표하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어요. 솔직하게 말한 것이 처음이라 새로웠고, 편안했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었어요.
- 도래지 -
나는 도래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사람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시끄럽지 않겠어?
사람이 많으면 상처 안 받을 자신 있어?
아니
하지만 고독한 것보단 나으니
3학년이 되고 다들 바빴지만, 유독 저는 친구들 사이에 못 끼고 있었어요. 평범한 하굣길이라든지 기숙사 안에서 하는 일상적인 대화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다른 애들은 다 같이 놀 때 저는 방식을 지켜야 한다면서 제 방에 혼자 있었죠.
제가 그은 선에 스스로 고립되어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죠. 그런데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그 선은 계속 유지하고 있었어요. 친구들은 당연히 저를 선 잘 지키는 친구로 생각했죠. 친구들은 제가 선이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저는 항상 말할 때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고민하며 자기검열을 해요. 그 양이 너무 많아요. 별의별 이유로 검열하는 데 분위기에 맞지 않다고 검열하고, 제 얘기가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아서 등등 검열이 심해요. 그러면서 말하지 않아요.
친해지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편해질 수 있을까 하고 고안한 것이 친구 설문지였어요.
먼저 친구들에게 제가 어떤 친구인지 물어봤어요. 그 답의 대부분은 늘 도움을 주려는 친구로 생각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도와주고 칭찬받는 것을 좋아했기도 하고 도와주는 행위 자체가 좋았어요. 도와주면 뿌듯하잖아요. 그래서 늘 도와줬죠.
또 도와주다 보면 관계가 편해질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번에 설문을 보며 꼭 도와준다고 해서 편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생각한 것이 맞지 않았다는 것에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 말이 맞기에 관계 맺기가 어려웠던 걸 이해할 수 있기도 했어요. 그래도 후회되지 않아요. 무언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한 일이라 괜찮았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다음 질문을 건넸어요.
어떻게 하면 친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물어봤어요. 친구들의 의견은 다채로웠어요.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편하게 대하라는 것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장난도 치고, 제 얘기를 나눠 달라고 했고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했어요.
친구들의 말은 너무나 고마웠어요. 이걸 왜 이제 했나라는 아쉬움도 남았어요. 친구들의 조언에 힘입어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노력할 거예요. 16기와 보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차렸으니 다행이죠.
내가 가장
내가 즐겁다고 생각하면
가장 즐거운 것이고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가장 행복한 것이고
내가 나답다고 생각하면
가장 나다워진 것이다
저는 스스로를 찾는 것만큼 저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저에게 필요한 것은 저의 미숙한 면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와도 외면하지 않고 저 자신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