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Ⅱ] 엄세연 학생 “춤을 통해 두려움에서 발을 떼기까지”

  • 등록 2025.12.29 1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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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지난해에 이어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 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미움받기 싫은,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던 마음


저는 어릴 때부터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이었어요. 미움받고 싶지 않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항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지 고민했어요. 많은 사람이 저와 비슷하겠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유독 그랬던 것 같아요.

 

관계를 맺을 때도 미움받는 것이 두려웠어요. 상대가 저에게 실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저는 늘 이유와 변명을 만들어 상황에서 도망쳤어요. 분명 나의 잘못임에도 인정하지 않았고, 이유를 찾음으로써 타인과 저의 관계를 지키려고 했어요.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시작된 저의 행동은 오히려 서로 간의 신뢰를 깨트리는 행동이 되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항상 관계에서 저를 우선시했고, 약해 보이거나 상처받기 싫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행동을 통해 관계를 이어 나갔어요.

 

 

저는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뭐든지 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마음은 저를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으로 끌고 갔죠. 그래서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을 때,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빠르게 포기해 버리는 습관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습관은 제 모습으로 굳어졌고, 불안으로 커지기 시작했어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쌓여 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는 방향을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회피라는 단어에 계속 머물렀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타인의 인정으로 자존감을 채워갔어요. 특히 춤을 출 때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고, 못하는 모습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저에게 춤은 의미가 컸고, 완벽함에 집착하기 시작한 이유가 되었어요.

 


두려움, 그리고 춤


저는 즐거워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즐거움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를 평가하며 몇 차례 포기하려 했고, 춤이 저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한 적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항상 춤을 춰 왔어요. 마음이 지치고 무거웠지만 춤은 늘 제 곁에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춤에 대한 애정이 커서 지치면서도 붙잡고 있었던 거예요. 좋아하니까 더 잘하고 싶고, 잘하고 싶으니까 점점 더 불안해졌지만, 그 불안 속에서도 춤을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저는 뒤늦게야 깨달았어요.

 

하지만 어디에나 저보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많았어요. 그래서 춤 말고 잘하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 새롭게 저를 인정해 보려 했어요. 악기를 잘 다뤄보거나, 무대 꾸미기와 같은 미술작업, 그림 그리기, 글쓰기와 같은 것들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다른 것들은 춤만큼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고, 저는 돌고 돌아 다시 춤으로 돌아왔어요.

 


완벽하지 못할 때 피하려는 마음


하지만 춤에 대한 자신감과 마음의 방향을 정리하지 못한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맸어요.

 

논문을 쓸 때도 그 생각이 부정적인 마음으로 이어졌고, 발표에 대한 불안과 압박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무엇이라도 하려고 노력했지만, 불안은 그 마음마저도 묻히게 했죠.

 

상처가 나야 새살이 돋는 것처럼 힘든 경험을 해야 성장을 하는데, 저는 힘든 과정을 피하려고 했어요. 그런 마음가짐은 제가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큰 영향을 줬어요.

 

여름 방학에 개인 레슨을 받고 학원에 다니면서 춤을 배우고 그 바탕으로 안무를 창작하려 했지만, 처음 배우는 장르로 안무를 창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또, 기초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안무 창작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점이 없었어요. 그런 상황은 또다시 저에게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줬고, 안무를 창작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어요.

 

저는 항상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만 바라봤어요. 그래서 연습의 중요성을 놓쳤고, 조금이라도 흠이 나면 하지 못할 이유를 찾아 포기하고 미뤄버렸어요.

 

저는 스스로에 대한 한계점을 두었고, 그 이상으로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그저 이게 내 최선이라고 제 모습을 합리화할 뿐이었죠.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


돌아보니 저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서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춤을 즐기고,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완벽함에 대한 두려움을 인지하고, 엄격한 기준을 내려놓고 유연하게 대하려고 했어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믿음이 생겼고, 해야 할 일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며 차근히 해내기로 마음먹었어요.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상황이든 자기가 어떻게 마음먹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을 어떻게 먹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여전히 마음은 무겁지만, 피할 수 없다면 극복해 보려 해요.

 

물론 제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다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무대에서 스스로를 믿고 부딪쳐 보려 해요.

 


춤을 추며 - 잘 모르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나의 몸에 맞게


안무를 외우는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 커버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움직임을 변형하는 방법으로 연습했어요. 앞 30초는 변형시킨 움직임으로, 나머지 1분은 창작으로 구성했어요. 첫 창작이라 퀄리티에 대한 기대는 없었지만 스스로 창작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임했던 것 같아요. 안무가 생각만큼 쉽게 나오지 않았지만 놓지 않고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게 현실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아있는 시간을 촘촘하고 계획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어요.

 

저는 남들보다 안무 외우는 속도가 느려 안무를 외우거나 표현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매일 3시간 이상 연습실에 들어가서 안무를 숙지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이 절대 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시간은 항상 빨리 지나갔고, 제가 안무에 몰입했고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동작 하나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은 지금의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살면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다시 찾아오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불안 때문에 방황했던 시간이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아있지만, 이제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어요. 1년간 과정을 겪으면서 한계는 결국 스스로가 만든 벽이라는 점도 깨달았죠.

 

이제는 저를 묶어두던 생각들에서 천천히 벗어나 보려 해요. 실패하더라도 시도해 보고, 두렵더라도 한 발 내딛는 사람이 되어 지금보다 더 단단해지고 싶어요.

 

잠시 멈춰 서는 순간이 와도 다시 걸어가면 된다는 걸 이번 발표를 통해 모두에게 전달해 주고 싶어요. 두려움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밀어내지 않고, 비록 작은 걸음이라도 계속 나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그리고 지금의 마음가짐에 도달하게 된 건 이 모든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어요. 기다려 주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 시간을 잊지 않고, 앞으로의 삶도 더 진심으로, 더 깊이 있게 살아가려 해요.

 

 

엄세연 금산간디학교 학생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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