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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Ⅱ] 이범희 교장 "나를 향하는 배움의 화살표"

'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Ⅱ'를 마무리하며

금산간디학교가 내놓은 진정한 배움은?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지난해에 이어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 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금산간디학교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다. 대신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 흔들리고,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섰던 이야기, 친구나 부모, 선생님과의 관계 속에서 겪은 고민과 갈등,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에세이로 써 내려간다. 그 글을 친구들과 선·후배, 부모 앞에서 발표하고 함께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으로 평가를 대신한다.

 

지필평가라는 견고한 성벽이 사라진 자리에 아이들의 ‘흔들림’과 ‘넘어짐’의 기록이 들어선 풍경은, 효율과 성과 중심으로 굳어온 우리 교육에 작지 않은 균열을 낸다.

 

겉보기에는 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핵심적인 선순환 과정인 계획–수업–평가–환류가 생략된 듯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곳에서는 그 어떤 제도권 학교보다 치열하고 밀도 높은 ‘환류’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3년의 시간을 보내고 겨울의 길목에 다다를 즈음, 금산간디학교에서는 조금 특별한 ‘졸업 논문 발표회’가 열린다. 대학의 학위 논문처럼 방대한 선행연구나 복잡한 통계 수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의 최신 이론서를 뒤지는 대신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속 서재를 뒤지고, 스마트폰 검색창 대신 친구와 선생님의 눈빛에서 답을 찾는다. 이름은 ‘논문’이지만, 그 실체는 금산간디에서의 3년을 통과하며 깎이고 다듬어진 한 영혼의 ‘자기 성장 보고서’이다.

 


배움의 주어를 ‘나’로 돌려놓는 시간


제도권 교육에서 배움은 대개 ‘외부’에 존재한다. 교과서 속 지식, 검증된 이론, 정답으로 규정된 가치들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하느냐가 중요하다. 외부의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해진 아이들은 정작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일 앞에서는 혼란을 겪는다.

 

반면 금산간디학교에서 배움의 화살표는 늘 ‘나’를 향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아파하는가?’, ‘지난 3년 동안 내 곁의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이 질문들과 마주하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부 아이들은 이 시간 앞에서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며 힘겨워하기도 한다. 타인이 정해준 답을 외우는 것보다, 스스로 자신의 답을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통과한 아이들만이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게 된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만드는 축제


기존 제도권 교육에서 성취는 대개 ‘타인을 이긴 결과’로 증명된다. 석차가 매겨지는 시험 중심의 환경에서 친구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이기보다 넘어야 할 벽이 되기 쉽다. 입시를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금산간디학교에서 진행되는 졸업 논문 발표회는 배움이 결코 혼자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 발표회는 결코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마이크를 잡은 선배를 위해 후배들은 조명을 비추고, 음향을 조절하며, 무대를 꾸미며 피드백하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대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이런 장면은 지식이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체의 나눔임을 몸소 체득하는 과정이다.

 

교사와 부모는 평가자가 아니라 ‘증언자’로서 피드백을 건넨다. “네가 1학년 때 가졌던 그 불안이 어떻게 용기로 바뀌었는지 우리는 보았다”는 말은, 배움이 관계의 거울 속에서 비로소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는 고백, 그리고 그 성장을 함께 기뻐하며 흘리는 눈물은 배움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동체의 축제임을 보여준다. 타인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 금산간디학교 교육이 지닌 가장 강력한 진정성이다.

 


금산간디학교가 말하는 ‘진정한 배움’의 본질


제도권 학교에서 말하는 ‘미래역량’은 대체로 사회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술에 가깝다. 반면 금산간디학교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주체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정보가 넘쳐나는 AI 시대에 단순한 지식 전달은 더 이상 배움의 핵심이 될 수 없다. 졸업 논문 과정이 버거워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배움이 결코 가볍거나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배움은 즐거운 체험을 넘어 자기 해체와 재구성을 동반하는 통합적 실천이다. 자신의 취약함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그것을 배움의 동력으로 삼는 용기는 교과서 몇 권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값지다. 이러한 과정을 통과한 아이들은 세상이 정해준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삶의 좌표를 따라 걷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금산간디학교가 생각하는 진정한 배움이란, 외부의 소음 속에서도 자기 내면의 조용한 목소리를 듣는 자기 성찰의 힘이며, 나를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하고 타인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관계의 지혜이고, 생각과 감정을 글과 말, 그리고 무대라는 실천의 자리로 옮길 수 있는 통합적 용기다.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성장의 성장통이자 배움의 희열이다. 한 편의 졸업논문에 담긴 열여섯 살의 고민은 그 어떤 박사 학위 논문보다 무겁고 고귀하다고 믿는다.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정리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인생의 어떤 겨울이 닥쳐와도 다시 일어설 힘을 갖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교육이며, 금산간디학교가 증명하고 싶은 배움의 실체이다.

 

 

여전히 서툰 아이들 배움의 족적을 지면에 고스란히 담아주신 『더에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이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움을 향한 도전에 용기를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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