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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
“선생님, 크롬북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응, 그런데 연체된 크롬북이 있다고 뜨네?”
“아마 오류일 거예요. 다 반납했어요.”
“그래, 일단은 필요하니까 빌려 가렴. 계정 찾게 성 좀 알려줄래?”
“김이에요.”
“응, 여기 있네. 김주희 맞지? 스캔하게 잠깐 크롬북 줘 봐.”
지난주에는 하루 사서교사 보결을 할 때 있었던 상황이다. 교실이나 체육관에서 수업이나 감독을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하루였다.
소강당 역할을 하는 도서관
출근해서 도서관 화이트보드에 하루의 도서관 장소 대여 일정을 적어놨다. 오늘은 로보틱스 수업을 하는 이 선생님과 두 번 과학 필기시험을 치르는 서 선생님 학급의 예약이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학생회에서 간식과 함께 영화를 보는 행사를 할 계획이었다.
일정을 적고 나서 수족관 램프를 켰다. 이 가짜 수족관을 도서관에 둔 이유도, 매일의 일정에 굳이 명시해 놓은 이유를 처음에는 몰랐는데, 하루 종일 있어 보니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고 있는 고기능 뇌신경 발달장애 학생들이 초등학교처럼 감각 교실이 따로 없다 보니 도서관에 휴식처 삼아 오는 일이 많았다.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그 학생들을 위한 장치였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보결 교사 업무용 바인더를 꺼내서 보니, 대출용 컴퓨터 접속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대출 프로그램은 보결 교사용 임시 계정이 있지만, 컴퓨터 접속 자체는 회암교육청 계정으로 해야 하는데 계정이 삭제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시 계정을 만들려면 인사과와 보결 다니는 학교와 전산과에서 업무를 주고받으며 몇 주가 걸리다 보니, 다시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교육청 계정이 없으면 복사기를 쓸 때도 다른 선생님이 카드로 로그인해 줘야 하고, 가끔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모듈이나 영상에 접속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니까 놔뒀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도서 대출이야 당장에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은 도서 외에도 개인용 크롬북을 대여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어 난감했다. 수업 시간에 학급 전체가 크롬북을 쓸 때는 과별 크롬북 보관함에 있는 크롬북을 쓰지만, 하루 종일 크롬북을 쓰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등은 개인용 크롬북을 도서관에서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난감할 때 뜻밖에 만난 도움의 손길
수업 시작 전 크롬북을 빌리러 학생들은 오는데, 도서관 옆 학습지도실이나 도서관 복사기를 쓰러 오는 선생님이나 개인정보 때문인지 아무도 대신 접속해 주는 교사가 없었다. 결국 행정실에 전화를 걸었고, 행정실은 교감에게 도움을 청한다고 했다.
이미 학생 서넛을 돌려보낸 후에야 사서 선생님의 점심시간에 도서관을 관리하는 특수교육 보조인 조 선생님이 올라와 자기 아이디로 접속해 줬다.
사실 평소에는 조 선생님이 수업 시간 중 학생들에게 “난 여기 애 보러 안 게 아니다”라고 하시면서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 사실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자신이 도서관에 올라올 시간이 아닌데도 와서는 친절하게도 필요하면 모든 절차를 직접 다 알려주시겠다고 해 다시 보게 됐다.
굳이 모든 과정을 알려달라고 할 필요는 없었지만,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그만큼 누가 시키지 않은 일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태도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한 면만 봐서는 안 되는 법이다
연체료는 있지만 받지 않는다
겨우 크롬북을 빌려줄 수 있게 됐지만, 또 첫 학생인 주희부터 난감했다. 앞선 대화처럼 1월부터 반납이 연체된 크롬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희는 프로그램상 오류라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 사실이든 아니든 오늘 학습을 위해 필요하니 대여해줬다.
그런데 이어 오는 학생 대부분 뭔가 연체나 연체료가 남아 있었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대부분 다 반납했다고 하거나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 선생님께 물어보니 학생들에게 연체료를 실제로 받는 일은 없다고 했다. 궁금해 이날 대체한 박 선생님께 일과 후 메일로 물어봤더니 일부는 진짜 오류고 일부는 반납을 안 한 경우인데, 어차피 대부분 필요가 있는 학생들이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몇 개의 크롬북을 빌려주고 받고, 책을 돌려받고 빌려줬다. 일부 도서는 도서관에 등록된 책이 아니라 사서교사가 개인적으로 구해준 도서로 보였다. 도서관 책은 내줄 때 대출 카드에 도장을 찍고, 반납 카드를 넣고, 받은 책은 다시 도서 카드를 넣고, 책을 제자리에 꽂으면 됐다.
고교 때부터 있는 ‘공강’ 시간
크롬북과 도서 대여, 도서 정리, 장소 대여 외에 또 다른 업무는 도서관 이용 학생들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온타리오주는 고교 졸업을 위해 30학점을 취득하는데, 이 중 2학점은 온라인으로 수강한다. 결국 28학점만 들으면 되는데, 매일 수업 4시간, 즉 4학점을 고교 기간인 8학기로 곱하면 고교 생활 동안 4학점의 여유 시간이 발생한다.
일부 학생은 재수강을 하기도 하지만, 9~11학년 학점은 대입에 쓰지 않기 때문에 (조기 입학의 경우 11학년도 쓰기는 한다) 학점을 따지 못한 경우에만 보통 재수강한다.
이 외에는 미처 몰랐던 선수과목을 듣거나 지난 회차에 이야기한 또래 보조교사를 하거나 실습 연계 학점을 위해 현장 실습으로 그 시간을 쓰기도 하지만, 공강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그 공강 시간에 공부, 과제, 또는 온라인 학점 수강을 하거나 그냥 조용한 곳에서 쉬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게 된다. 그냥 쉬는 학생들을 위해 퍼즐 테이블도 있고, 감각용 수조 옆에 편안한 소파도 준비돼 있다.
도서관을 다른 학급이나 행사를 위해 대여할 때도 가운데 큰 열람 공간만 대여하고, 나머지 공간은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교적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사서교사 업무도 할 만했다. 방과 후에도 로보틱스 동아리 활동이 있었지만, 방과 후는 보결 교사의 몫은 아니었다.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드니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사서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실 이날 대체한 박 선생님은 지난해 역사, 사회학 등을 가르쳤는데, 올해는 사서교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궁금증이 더 들었다.
확인해 보니 박 선생님은 진짜로 재작년 말에 사서교사 자격증을 땄었고, 온타리오주 교사협회에서 사서교사는 전공 교과를 위한 대학 학점 없이 연수만으로 취득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물론 특수교사처럼 초급 이후에는 경력이 있어야 취득할 수 있는 세 단계의 자격 구조지만, 그래도 대학에서 도서관학 관련 과목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교과, 비교과 교사들의 하루를 경험해 보고 또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긴급 보결 교사의 어려운 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