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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인공지능과 입시 경쟁이 한꺼번에 뒤엉킨 시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진로 앞에서 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좁은 기준을 넘어 아이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은 이유, 성적과 적성 사이의 간극, 문해력과 진로의 관계, 오래가는 능력과 직업 선택의 현실 등을 차분하게 짚어나간다. |
“우리 아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해요. 큰일이죠?”
많은 학부모가 하는 말이다. 또래 친구들은 다 진로를 정한 것 같은데, 우리 아이만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호소이다. 교사들의 고민도 비슷하다. 진로 시간만 되면 멍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말을 더 해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 당장 꿈이 없는 게 그렇게 큰일일까.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괜찮다. 그것도 충분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못 찾은’ 것이다
먼저 표현부터 바로잡자. 아이들에게 “꿈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을 결핍된 존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꿈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이다.
꿈은 머릿속에서 설계되기도 하지만, 삶의 어느 길목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더 정확히는 ‘경험할 시간’이 필요하다. 책으로, 영상으로, 그리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시간 말이다.
내가 진로 특강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이 적성과 체질에 맞는지는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다.”
머리로 짐작한 적성과 손과 발로 부딪쳐 본 적성은 다르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을 두고 “이건 내 길이 아니야”라고 단정 짓는 건, 가보지도 않은 길을 두고 막다른 길이라 결론 내리는 것과 같다.
점들이 어느 순간 별이 된다
박웅현 작가는 ‘여덟 단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아이가 좋아서 한 번 해본 일, 학교 동아리에서 어쩌다 맡은 역할,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한 편. 이 모든 것이 ‘점’이다. 당장은 무의미해 보이는 점들이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선이 되고, 그 선이 다시 별의 윤곽을 그린다. 점을 찍을 때는 그것이 어떤 별이 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가 다양한 점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다. “그게 진로에 무슨 도움이 되니”라는 말로 점을 찍는 손목을 붙잡지 말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한참 뒤에야 보인다.
지금은 다르다
부모 세대에는 한 번 정한 직업으로 평생을 가는 게 정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사람이 평생 여러 직업을 거치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오늘 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늦은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런 시대에 위험한 건 너무 빨리 정한 것에 갇혀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일이다.
어쩌면 지금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가, 평생 자기 길을 한 번도 진지하게 의심해 보지 않은 아이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일찍 진로를 정한 아이도 멋지다. 다만 늦게 찾는 아이도 그만큼 멋지다는 사실을 함께 인정해 주자.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고2 때 수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비교적 일찍 진로를 정한 편이다. 그러나 작가라는 두 번째 직업은 마흔이 넘어서야 발견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서른 살 때 “당신은 곧 작가가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면 나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글쓰기라곤 진료 차트가 전부이던 사람이 무슨 작가냐고.
그런데 지금 나는 책을 쓰고 칼럼을 쓰고 강연을 다닌다. 마흔 즈음 시작한 독서와 글쓰기라는 작은 점들이 이렇게 작가라는 근사한 별이 되어 나를 비추고 있다.
류시화 작가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에서 이렇게 말한다.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아이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기대한 그 길이 아니라, 아이가 살아가다 우연히 발견할 그 길이 진짜 그 아이의 길일 가능성이 더 높다.
어른의 역할
꿈이 없는 아이를 둔 어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세 가지를 권하고 싶다.
우선 조급함을 내려놓자. 아이의 시계는 어른의 시계와 다르다. 다그칠수록 아이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를 잃는다.
또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열어주자. 책 한 권, 강연 한 번, 아르바이트 한 번, 인턴십 한 번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지금 찍는 그 점이 훗날 별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아이의 작은 호기심을 함부로 깎아내리지 말자. “그게 무슨 직업이 되겠니”라는 한마디가 별이 될 점 하나를 영영 지워버리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아직 꿈이 없어요.”
그 말 속에는 사실 이런 말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우리 아이는 아직 자기 별을 발견하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그것은 큰일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성장의 한 장면이다.
박근필 = 임상 수의사로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키며 생명과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해왔다. 마흔에 글쓰기를 시작해 저서 4권을 펴냈다. 강연가·커리어 스토리텔러로서 진로·커리어·독서를 주제로 청소년과 학부모, 직장인을 만나고 있다. 칼럼니스트로 여러 교육·독서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박근필성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