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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 임승호 학생, '함께' '우리'가 되기 위해 '나'부터 꺼내야 했다

‘작품을 통해 진심을 묻다’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저는 어릴 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손으로 그리고 만들 때 가장 집중할 수 있었고, 제가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금산간디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그림에 대한 재미와 호기심을 느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접했어요.

 

그런데 3학년이 되어 논문 주제로 미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분야의 미술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몰라 막막했어요. 계속해서 더 많은 방식으로 제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저는 캔버스에 그림만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캔버스 위에서 저만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

 

현대미술은 조형예술, 퍼포먼스, 관계미술 등 여러 장르를 하나로 합쳐 놓았어요. ‘개인적 표현과 사회적 메시지, 관람객의 참여’가 핵심요소인데, 이것들이 저에게 잘 와닿았어요. 불안하고 두려웠던 저를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게 만들었죠.

 

 

저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간디학교에서 3년 동안 생활하며 ‘우리’, ‘함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정말 15기가 우리, 함께 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15기와 일상 속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15기와 서로 불편한 점들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고쳐가며 지내고 싶었어요. 원래 우리 나이대 아이들은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관계가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더 컸어요.

 

또, 고민이나 불편함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저와 대화하는 것을 꺼릴까 먼저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어요. 이대로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15기와 꼭 진짜 ‘우리’, 진짜 ‘함께’가 되고 싶었거든요.

 

저는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친구들의 진심은 무엇인지 궁금했던 저는 저의 학교생활을 돌아보고, 작품에 그동안 친구들에게 해보고 싶었던 질문을 담기로 했어요. 말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저에게는 현대 미술이 제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어요.

 

지금부터는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과 제 이야기입니다.

 


chapter 1. 우리가 3년을 같이 살았는데 솔직한 얘기 하나 못하나?


신뢰를 잃은 나와 우리의 관계

 

여러분들은 대화하고, 이야기 나누는 거 좋아하시나요? 저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하지만 가끔 즐거운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죠.

 

다른 사람을 험담했어요. 반복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나누니 언젠가부터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가끔 비밀을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들을 어느새 학교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던 적도 있었죠.

 

그런 대화는 재밌었지만, 친구들과 저를 가벼워 보이게 만들었고, 관계에서 신뢰를 잃게 만들었어요. 친구들과 저의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나누고 싶었던 불편한 것들과 진지한 이야기들을 점점 꺼내기 어려워졌거든요. 친구들에게 예민함으로 받아들여질까 두려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키게 되었어요.

 

그렇게 솔직하지 못하고, 가벼워진 제 자신과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

 

우리가 3년을 같이 살았는데 솔직한 얘기 하나 못 하나?”, “3년을 같이 지내면서 정말 불편했던 게 하나도 없어?”, “이제 그 정도는 터놓고 얘기할 수 있지 않아?”

 

처음 그림을 그리며 우리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이에요.

 

 

이 작품은 그런 질문들을 떠올리며 작업한 작품이에요. 그동안 저 자신에게도 숨겼던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를 잘랐고, 가운데에는 신뢰를 잃은 나와 우리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갈라진 하트를 그렸어요.

 

의식과 불안

 

작업을 이어가며 계속해서 저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그 상황 속에서 내가 미친 영향은 하나도 없었나?”, “이야기가 퍼지고도 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지난날의 저를 돌아보게 했어요.

 

계속해서 남을 험담하다 보니 누군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험담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저는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썼고, 제가 누군가를 험담했다는 이야기가 친구들 사이로 퍼질까 봐 걱정했어요.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지켜주기로 했던 친구들의 비밀을 함부로 퍼트렸던 것이 미안했고, 남을 험담하고도 ‘내 잘못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제 자신만 걱정했던 게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런 대화가 믿음과 신뢰를 점점 사라지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이런 생각을 친구들에게 털어놓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피하고, 숨긴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면을 쓰고 친구들을 마주했어요.

 

이 작품에서 사람은 저를 의미하고, 배경은 제가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저를 의미해요. 배경색과 사람의 색을 같은 검은색으로 칠해서 가면을 쓰고 지내며 점점 저를 잃어가는 것을 표현했어요. 작품 속에 그려진 저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가면을 쓴 내 모습’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요.

 


chapter 2. 넌 친구들이 힘들 때 먼저 다가가서 위로해 주고, 손을 내밀어줬어?


무관심, 무표정

 

두 작품에서 어떤 표정이 보이시나요? 이 두 그림은 ‘무표정과 무관심’이에요. 친구들에게 표정을 감추고, 무관심했던 저를 표현했어요.

 

 

저는 가면을 쓰고 친구들을 마주하는 게 편했어요. 특히 불안하거나 힘든 모습을 드러내는 게 어려웠어요. 표정을 감추면 얼굴에 마음속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요. 친구들은 저의 기분이나 감정을 알 수 없었죠.

 

숨기는 게 편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제가 친구들에게 감정표현을 했을 때 받아주지 않거나, 힘들 때 아무도 괜찮냐고 물어봐 주지 않을까 봐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표정을 감추면 저도, 친구들도 편안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두려움

 

저는 항상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주기를 바랐어요. 먼저 다가가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언젠가는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에게 ‘나는 그동안 친구들이 우울하거나 힘들어 보일 때 먼저 다가간 적이 있었나?’,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답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내가 친구들한테 관심이 없었나? 싶기도 했고, 후회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로 제가 썼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보고 싶었어요.

 

 

작품 속의 두 개의 손바닥은 제가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잠시나마 멀어졌던 시간들을 의미해요. 배경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손바닥을 회색으로 칠해 손 모양을 강조했어요.

 


chapter 3. 우리 이제라도 서로에게 솔직해져 보자


따뜻함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겠다는 다짐을 한 이후로 서로에게 솔직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어요.

 

한 번에 마음을 다 열 수는 없겠지만 친구들을 피해 숨지 말고, 많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어요. 남은 시간만큼은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고 싶은 제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이에요.

 

팔레트

 

저는 15기가 ‘우리’, ‘함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야기도 걱정과 불안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 편안함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편안해지려면,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15기는 힘들 때 서로에게 털어놓기보다 마음 속에 담아두기도 했었고, 그러면서도 서로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다렸을지 몰라요.

 

하지만 이젠 서로가 먼저 다가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친구들과 라이프 스토리를 통해서 3년 동안 생활하며 생겼던 오해를 풀고, 서로에게 불편했던 점과 앞으로 바라는 점을 나누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서 저도 평소에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불편함과 오해를 풀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말을 할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은 제가 친구들과 만들어 가고 싶은 관계를 녹여낸 그림이에요. 작품 속 색깔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 달라요. 파란색은 신뢰, 흰색은 평화, 갈색은 편안함, 주황색과 분홍색은 따뜻함, 보라색은 외로움, 초록이나 연두색은 아직 미숙한 저를 의미해요. 복잡한 저의 내면에 쌓여있는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표현했어요.

 


chapter 4. ‘함께’가 되는 방법


15기는 제가 가장 아끼는 친구들이에요. 저는 친구들에게 장난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용기 내서 먼저 주변 친구들의 걱정이나 고민을 물어보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어요. 걱정과 고민을 농담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함부로 퍼트리거나 이야기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해요.

 

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사람들에게 저를 드러내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있었어요. 논문 심사를 거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를 돌아봐라’였어요. 처음엔 방법을 몰라서 헤매기도 했지만, 작품을 완성해 가며 조금씩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때로는 저 자신을 속이기도 했어요. 늦게라도 잘못된 점을 깨닫고, 부끄러운 제 모습, 불편했던 제 마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제 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저의 솔직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함께’가 되는 방법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의 제 결심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여러분들이 지켜봐 주시고 격려와 질책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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