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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 이범희 교장 "배운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

연재를 마감하며..."교가(校歌)의 노랫말을 음미합니다"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배움’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배움’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장면으로는 교실에서 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모습이나 코로나 때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수업 듣는 모습,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 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며 배우는 모습, 새로 시작한 취미나 운동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모습,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배우는 모습 등 배움은 특별한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 전체가 배움을 경험하는 순간들입니다.

 

즉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며, 우리 내면에 숨겨진 가능성을 깨우는 일상의 순간순간들입니다.


# 배움 하나,


몰래 혼자만 / 김 재 수

 

공부 시간에

창 밖을 보다가

꾸중을 들었다.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었지만

아무도 모른다.

 

나팔꽃 고운 꽃술에

꿀벌 한 마리 몰래

입 맞추고 간 사실은.

 

교사의 설명을 집중해 듣고 있는 교실 분위기에서 유독 한 아이가 창밖의 나팔꽃 꽃술 주변을 맴돌다 살포시 입맞춤하는 꿀벌의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입을 가린 채 킥킥거리고 교사는 꾸중하려 다가서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꿀벌을 몰입해 바라보던 아이에게 교사는 꿀밤을 매깁니다.

 

교실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고 아이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지만 교실 속 누구도 모르는 본인만 목격한 나팔꽃과 꿀벌의 작은 비밀은 교사의 설명이나 교과서 속 지식에서 배울 수 없는 창밖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을 품게 되고 무한한 상상력과 풍부한 감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연 속 작은 순간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배움은 단지 교과서나 교실 속에만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순간과 상황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 배움 둘,


아주 오래전 비디오테이프로 보았던 ‘부시맨(The Gods Must Be Crazy)’이란 영화 기억하나요. 줄거리는 어느 날 부시맨 족속이 사는 마을에 비행가 조종사가 먹고 버린 빈 콜라병이 떨어지고 부시맨들은 콜라병이 큰 소리와 함께 떨어졌으니 신(神)이 보내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도를 모르는 부시맨들은 콜라병을 가지고 이리저리 굴리다가 차츰 그 콜라병으로 가죽에 무늬를 찍기도 하고, 사냥할 때 쓰는 돌을 이것으로 갈기도 하며 여러 가지 쓰임새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의 쓰임새가 많아질수록 부시맨들 사이에서는 이 병을 차지하려는 갈등이 많아지고 결국 신에게 돌려주기 위해 여정을 떠나 빅토리아 폭포의 장대함에 세상 끝이라 여기며 버리게 되는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부시맨들처럼 우리가 병의 용도를 콜라병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꽃병으로, 물병으로, 작은 화분으로, 병 내부에 작은 전구나 LED를 넣어 분위기 있는 조명으로, DIY 공예품 등의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을 확장해 가는 것이 배움의 전제입니다.

 

콜라병이 부시맨 부족에 떨어진 이후 그들은 물체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순간, 배움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외부 세계에서 던져진 콜라병은 부시맨들에게는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었을 겁니다. 낯선 현상을 이해하고 단순한 기술을 암기하여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 배움입니다.

 

콜라병을 둘러싸고 부족 내에서 갈등이 발생하지만, 이를 통해 그들은 협력과 공유의 중요성을 배우기도 합니다.

 

배움은 종종 혼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배움을 통해 더 나은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습니다.


# 배움 셋,


학업적 성취를 목적으로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계획적으로 배움을 형성해 가기도 하지만 종종 배움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과 관심들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형성되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캘리그래피 수업을 청강하며 서체나 글자와 글자 사이의 여백과 타이포그래피의 예술성을 배우게 되었고 이는 단순히 글자의 형태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전체적인 조화와 미적 감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회상하였습니다.

 

이러한 글꼴의 미학에 대한 이해가 비록 당시에는 단순한 호기심 내지 그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지만 후에 맥킨토시 컴퓨터의 글꼴 디자인과 사용자가 보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설령 계획적이지 않더라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은 일상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관심은 창의성과 혁신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요소임을 상기하게 됩니다.

 

스티븐 잡스는 ‘우리가 동기를 가지고 계속 노력한다면 우리의 다양한 경험들은 언젠가 하나의 일직선상에 놓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무작정 앞만 보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경험들을 연결할 수 없을 테지만 우리가 하는 경험들이 어떻게든 우리 미래에 연결될 것임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금산간디학교의 배움


생활관이 있는 숲속마을에서 새소리, 바람소리에 깨어 이부자리 정돈과 방 청소하고 삼삼오오 모여 구부러진 비탈길 따라 아이들이 내려옵니다.

 

민들레도 만나고 감자 심는 사람도 만나며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을 따라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들 곁에서 흙내음 맡으며 구불구불 스스로 구부러진 길이 되어 하루를 시작합니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당극을 배우고 김용옥 선생이 역해[譯解]하신 ‘논어’를 함께 읽고 필사한 뒤 소감을 나누는 낭독 수업을 하고 작은 텃밭에 모종을 심고 물을 주며 앞선다고 자만하지 않고 뒤처졌다고 시샘하지 않는 새 순들과 함께 봄흙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저녁이면 카페에 둘러앉아 씻기지 않은 아픔의 4.16의 의미를 나누고 유가족의 아픈 상처를 다독이며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살아남은 자의 몫인 실천적 평화를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선택지를 찾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합니다. 비록 실패하여도 좌절하지 않고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받는 공동체 문화에서, 하루하루의 일상이 배움이 되는 삶의 터전에서 아프지만 진정 나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힘을 기르고 그렇게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숨 쉴 틈, 여백, 지지, 선택, 자유, 경계, 적극적 개입, 몰입. 그렇게 친구들, 교사들과 함께 금산간디에서 배우고 나누며 보낸 성장의 3년의 이야기를 졸업작품(논문)으로 발표합니다.

 

흔들리면서도 건강하고 올곧게 성장한 아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다는 것은 작은 이야기도 흘려듣지 않겠다는 좋은 어른들의 아이들 대하는 방식이며 또 다른 지지와 격려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귀한 지면을 할애하여 주신 더에듀 관계자와 어설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따듯하게 격려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금산간디 식구들은 배운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교가(校歌)의 노랫말을 새기며 오늘도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하며 힘차게 살아가겠습니다.

 

덧붙임> 더에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고등학교 진학 시 출결점수 30% 감점이라는 인권침해적 입학전형요항을 가지고 있던 학교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등 지속해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금산간디학교와 함께 한 연재 '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을 마감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용기를 내어 준 금산간디학교 학생들과 연재에 협조해주신 이범희 교장선생님 또 애독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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