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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 원동연 학생, '몰입'의 의미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저는 무언가에 몰입해 본 경험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내 힘을 굳이 다 쓰며 살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거나, 혹은 더 잘 살 수 있었거든요.

 

저는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그저 평탄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 내가 평소에 의욕 없이 행동하긴 했지’라며 인정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 그래도 나 그 정도는 아닌데, 나도 한다면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데’라는 억울함도 살짝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무엇이든 도전하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저도 한 가지에 몰입해 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최근 배우기 시작한 ‘일렉기타’가 생각났어요.

 

일렉기타는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던 내가, 처음 접해보는 일렉기타에 몰입한다면 어느 깊이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어요.

 

사실 저는 일렉기타를 논문주제로 정했을 때 두려움이 많았어요. 제 주변에는 이미 기타 치는 친구들이 많아서 ‘내가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은 아닌가?’, ‘친구들과 비교당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고, 또 ‘논문으로 일렉기타를 정하고 한참 진행하다가 이런저런 사유로 중간에 기타가 재미없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죠.

 

 

저의 자신감은 조금씩 떨어져 갔지만, 그래도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일렉기타에 빠지다


일렉기타를 논문주제로 정한 후, 우리 학교 감성교과 중 하나였던 종혁쌤의 기타수업을 들으며 기본 지식을 쌓았어요. 내가 일렉기타에 몰입하기로 한 이상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배우는 것들은 장소가 어디든 연습하고 또 연습하였으며, 부족한 기초는 종혁쌤을 좇아 다니며 조르기도 하며 채워 나갔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교실에서, 기숙사에서, 밴드실에서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되지 않을 학교의 빈공간이면 어디든 일렉기타를 연습했어요. 일렉기타가 재미있었기 때문이죠.

 

‘단순히 논문이라서’가 아니라, 기타가 재미 있다 보니 연습량이 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실력도 따라서 빨리 늘게 되었어요. 특히 어려웠던 부분을 연습으로 만족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전해지는 쾌감은 정말 뿌듯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행복하게 되었어요.


처음 연습한 곡 'smells like teen sprit'


이 곡은 일렉기타 수업에서 제가 처음으로 연주한 곡입니다. 원래는 기초를 배우며 시작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타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어 이 곡부터 시작했어요.

 

smells like teen sprit은 평소에 들어본 적이 있어서 금방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어요. 파워코드, 뮤트 등 처음 치는 곡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익숙해지는 데에는 1주일이면 충분했어요. 연습하다 보니 손도 빠르게 내가 원하는 곳에 가기 시작하고 피크 사용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일렉기타가 재밌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날 때 마다 일렉기타를 치게 되고 실력도 빠르게 늘게 된 것 같아요.

 

곡을 다 칠 수 있게 된 후, 저를 일렉기타로 인도한 멘토 종혁쌤과 둘이서 합주를 한 적이 있어다. 쌤이 치는 드럼 박자에 맞춰 기타를 쳤는데 합주가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재밌었어요. 혼자 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죠. 다른 사람과 합주를 한다는 것이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일렉기타를 치는 이유가 결국엔 밴드를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느꼈고 내가 꼭 주변 사람들과 밴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밴드의 재미


저는 이미 악기를 조금씩 다루고 있던 친구들에게 밴드를 하자고 요청했고, 고맙게도 친구들이 흔쾌히 수락해 밴드가 결성됐어요. 밴드가 결성된 이후에는 곡을 정해야 했지요. 초보자였던 우리의 수준을 고려해 곡을 정해야 했기에 어려운 곡은 할 수 없었습니다. 고민을 하던 중 최근에 친구들이 자주 듣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가사도 좋고 리듬도 좋다고 생각되어 밴드 곡으로 정하게 되었다.

 

 

밴드곡이 정해지자마자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곡을 처음 결정헸을 때 굉장히 어렵다고 느꼈어요. 이제 일렉기타를 시작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던 시기여서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했던 시기였기 때문이지요.

 

뮤트도 까다로웠고 손을 빨리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많았기에 연습량을 더욱 늘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전에 연습하던 곡과는 다르게 이번 곡은 밴드에서 합주를 하는 것이므로 나 하나가 실수한다면 밴드 자체가 엉망이 되므로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하였지요.

 

분명 연습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알았어요. 이 곡도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감을 잡기 시작했어요. 뮤트와 파워코드도 익숙해졌고 손에 굳은살도 생기기 시작했죠. 굳은살은 연주하는 사람이 기타를 그 만큼 열심히 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에요. 굳은살이 없다면 기타를 치고 싶어도 손가락이 아파 치기 어려워요.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밴드 합주를 시작했지만 잘 될 리가 없었지요. 나도 미숙하고 다른 친구들도 미숙한 점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음악 실력은 많이 부족했지만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가는 느낌이 좋았고 합을 맞추며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묘한 기분이 좋았어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친구들과 같이 밴드를 할 수 있어 좋았고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았어요. 예전부터 나는 무엇을 해도 혼자 하는 것 보다 같이 하는 것을 선호했고 그렇기에 밴드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몰입하는 나


이번 논문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일렉기타를 쳤습니다. 일렉기타를 칠 때는 몰입이 되어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스트레스나 고민들을 날려버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직 일렉기타에만 몰입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계속 일렉기타로 논문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이 되었고 ‘금세 흥미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또 나에게 실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기타 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기타를 치고 있었고, 틈만 나면 기타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렉기타를 치면 지루할 때도, 힘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엔 그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내고 기타와 내가 하나 되어 물아일체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논문 활동을 하며 ‘내가 이 정도로 무언가에 몰입해 본 적이 있나’. ‘앞으로 살면서 무언가를 몰입해 볼 경험이 올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100%의 에너지를 쏟으며 한 적이 없던 나는 논문을 하며 내 에너지의 100%를 다 쏟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100%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논문을 하며 제 마음에 드는 완벽한 100%에 근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100%를 경험하기 위해 70%, 80%, 90% 에너지 점점 높여 나가는 법을 배웠고,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쏟으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살 것입니다.

 

한 가지에 몰입해 보는 경험을 통해 다른 것에도 몰입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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