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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 김가현 학생, 적자 협동조합 카페를 목마름 달래는 우물로 변신시키다

나만의 색으로 디자인한 협동조합 카페?..."제일 중심에 둬야 했던 건 친구들 의견"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에게 빵과 쿠키를 구워 찾아가는 협동조합 이사장 김가현입니다.

 

밀가루와 효모와 소금을 물과 함께 반죽하여 오븐에 넣을 때의 순간은 정말 떨리는 순간이에요. 정성을 다한 내용물을 오븐에 넣어 완벽한 빵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과정이거든요. 반죽을 아무리 잘 만든다 해도 오븐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빵은 오븐에서 20여 분이면 만들어져요. 제가 만든 빵이나 쿠키를 친구들이 입에 넣을 때 어떤 반응들을 보여줄지 설레는 마음, 그 마음은 언제나 짜릿하죠. 그럼 지금부터 오븐에서 구워지는 저의 바삭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1. 부족함을 아는 시기

 

중학교 생활의 꽃은 3학년이라고 생각해요. 3학년이 됐다는 건 우리 모두가 최고의 학년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제가 지금껏 보아왔던 리더들은 말도 잘하고, 상황 대처 능력도 아주 멋지게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말도 어눌하고, 어휘력도 떨어지고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죠.

 

2-1. 작은 용기를 내는 시기 - 도전

 

2학년 2학기 기말, 3학년이 되기 몇 달 전 몇 명의 친구들은 학생자치회 선거에 나갈 준비를 하더라고요. 저도 나가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협동조합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본 협동조합 이사장들을 보면 다들 재밌어 보였어요. 물품을 구입하고 팔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협동조합 이사장이 되면 지금까지의 그 누구보다 10배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성과도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2. 작은 용기를 내는 시기 - 두려움

 

협동조합 이사장이 되려면 많은 절차가 필요했어요. 바로 학생 선거에 나가야 했죠. 제가 1학년 때부터 보던 치열했던 학생 선거를 말이에요.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것도, 말도 잘 못하는 저에게는 엄청난 일이었죠. 늘 그랬듯이 포기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두려움을 이겨내고 학생 선거에 나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어요.

 

다시 나를 되돌아봤어요. 협동조합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의욕은 차고 넘치는데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생각을 발표하고 뽑아달라고 설득하고, 이 선거가 뭐라고 포기를 하려고 하는지, 제 자신에게 실망을 하게 되었죠.

 

항상 뒤에서만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이제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죠.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의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큰 마음을 내 협동조합 이사장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2-3. 작은 용기를 내는 시기 - 협동조합을 알아가다

 

여러분은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아시나요? 저는 협동조합을 많이 이용해 보고, 또 임원으로 운영에도 일부 참여해 왔지만, 정작 협동조합의 진정한 의미를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협동조합에 대해서 더 몰랐을 수도 있어요. 그러기 때문이라도 남들보다 더 공부를 해야 하고, 노력해야 했죠.

 

일반적인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형태로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으로 운영되며 공정한 가격과 공동의 자원 활용, 지역사회 발전을 목표로 하는 단체였어요.

 

대표적인 협동조합은 농협이나 한살림이나 자연드림이 있죠. 특히 학교 협동조합은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이 함께 협력해 운영하는 교육공동체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경험을 통한 경제교육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활동, 친환경 활동 등을 추구하며 모든 학생이 주인이 되어 협동조합을 운영해 나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주식회사는 이익추구라면 우리 협동조합은 수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곳이에요. 건강한 식재료를 팔아 나온 수익은 조합원들에게 배분하거나 사회에 기부하기도 한다고 해요. 협동조합의 의미를 아니까 협동조합을 더욱 활성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의미가 너무 좋잖아요.

 

2-4. 작은 용기를 내는 시기 - 알아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저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근(건)’강한 간식! 이라는 슬로건으로 학생자치회 선거에 나갈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건강한 간식을 쉽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간식이라는 걸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거든요.

 

 

3. 조합장이 되다 - 문제점 인식

 

저는 조합원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으로 마침내 협동조합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게 되었어요. 벌써 어떻게 운영할지 다 생각해 놓고 구상까지 다 해놨어요. 큰 의욕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제 앞길을 막기 시작했어요. 애써 무시해 보고 다시 해보려 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제 앞길을 막더라고요.

 

제가 보는 협동조합에는 문제가 정말 많아 보였어요.

 

PROBLEM 1. 가격

학생들이 받는 용돈에 비해 협동조합에서 파는 간식들은 너무나 비싸게 느껴져요. 모두들, 그렇게 느낄 거예요.

 

또 협동조합에는 경쟁 상대가 있어요. 바로 보석사 앞에 있는 ‘참새와 방앗간’이라는 매점이에요. 매점에는 싸고 다양한 간식들이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죠. 매점이 있기에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사람은 적어졌고, 비싸다는 이유로 협동조합은 점점 썰렁해졌어요.

 

PROBLEM 2. 이어지는 적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으니, 물품이 순환되지 않았어요. 학생들이 북적이고 물건을 많이 팔아야 협동조합이 원활하게 운영되는데 순환이 안 되니 매달 적자가 이어졌죠. 활기차게 협동조합을 잘 운영하고 싶었지만 남아있는 건 적자 14만원이라는 큰돈이었어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어요.

 

PROBLEM 3. 똑같은 간식

협동조합은 **드림에서 물품을 구매해 되파는 일을 하는데, 한 곳으로부터 한정적인 물품을 조달하다 보니 다양함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죠. ‘매번 제한된 물품을 반복해 파니 학생들이 더 질릴 수 있는 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점들에 대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의견을 듣고 또 저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문제들이었어요. 여러 문제는 오히려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협동조합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지요.

 

4. 새로운 협동조합을 위한 고민

 

협동조합의 물품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에요. 아무리 건강한 간식이라고 해도 학생들 마음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해야, 학생들도 협동조합을 더 많이 이용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매점에서 먹을 수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팔아야 친구들이 많이 이용해 줄 거 같았어요. 내가 학교에서 생활할 때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을 생각했어요. 치킨, 피자, 라면 등 학교에서는 먹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음식들도 먹고 싶었지만, 그중에서도 달달한 음료가 생각났어요.

 

예전에 친구들하고 조금 남은 용돈으로 하루를 마치기 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두루미책방에서 맛있는 음료를 먹었던 기억이 났어요. 책방을 찾는 것은 하루의 낙이었고, 힘든 날에 두루미책방에 가서 달달한 음료를 먹으면 편안하고 행복해졌거든요.

 

제가 느낀 편안하고 행복했던 감정들을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친구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만의 개성으로 카페 메뉴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협동조합 메뉴 1. 음료

 

음료는 가장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이에요. 또 종류도 다양해서 골라서 먹는 맛도 있죠.

 

우리 협동조합에서는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료를 선보여야 했어요. 요즘 시중에는 인공색소나 맛을 위해 첨가물을 넣는 곳들이 많아졌어요. 또 사람들은 그런 맛에 적응을 하고 있죠. 우리 협동조합은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기에 그러고 싶지 않았거든요.

 

카페의 대표 메뉴인 에이드는 청을 직접 담가 팔고 싶었어요. 내가 직접 담가야 학생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팔아보니 솔직히 단점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리도 까다롭고, 비싸기까지 했으니.

 

하지만 제가 청을 담그고 싶었던 확실한 이유는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누가 봐도 건강해 보이는 청, 그리고 수제청으로만 맛볼 수 있는 그 신선한 맛이 굉장히 맛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협동조합 메뉴 2. 디저트

 

카페의 화룡점정은 당연히 디저트라고 생각했어요. 달달한 디저트를 먹으면 시원한 음료가 생각나고, 시원한 음료를 먹으면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나기 마련이거든요. 카페에는 꼭 필요한 메뉴라 생각했어요.

 

협동조합을 내 개성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고, 내 장점을 이용해 만들어 가고 싶었어요. 내가 잘하는 디저트를 만들어 팔면 그거야말로 내 개성이 들어간 카페가 아닐까 싶었죠.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제가 잘하는 베이킹을 통해 학교에 기여하고 싶었죠.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1학년 때 기말 발표로, 2학년 때 자주학으로, 저는 베이킹을 꾸준히 해오며 나를 드러냈어요. 이제 베이킹은 저의 장점이 되어 버렸죠. 이런 제 장점을 협동조합을 통해 보여주면 나만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처음 디저트를 만들 때는 그저 멋진 디저트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일 중심에 둬야 했던 건 친구들의 의견이었어요. 그때야 아차 싶었어요.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었어요. 다 같이 만들어 가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라고. 의견과 피드백을 받으며 소통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제가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드는 거니까요.

 

5. 우리들의 협동조합 - 친구들의 동참으로 완성

 

협동조합을 최대한 꾸준히 열고 싶었어요. 힘들 때나, 즐겁거나, 친구들과 대화하고 싶을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1학기 때 내가 여유 있고 시간이 있을 때만 협동조합을 열다 보니 학생들 발걸음이 띄엄띄엄해졌어요. 정해진 시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협동조합 문을 여는 규칙적이고 꾸준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2학기 때 이 꾸준함이 지속되니 협동조합도 더 안정적인 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어요. 또 열심인 협동조합원들과 역할을 나누어 함께 운영하니 힘도 덜 들고 협동조합의 취지에도 맞는 것 같았어요.

 

협동조합을 운영해 오며 크게 얻은 두 가지가 있어요. 처음에는 14만원 적자로 시작했지만 2학기 중반인 지금은 흑자를 달성했어요. 초반에는 상상도 못 할 숫자였지만 꾸준히 해온 결과라고 생각하니 뿌듯한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이 돈을 어떤 좋은 곳에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며 내가 베이킹을 좋아하는구나, 직업으로 가져간다 해도 좋겠다 등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어요. 난 그저 만들고, 판매하고 그냥 협동조합을 일으키고 싶었을 뿐인데 참 신기한 일이었죠.

 

 

협동조합은 결국 멋지게 운영되고 있어요. 학생들의 소통의 공간이며 허기를 채우는, 목마름을 달래는 우물 같은 곳이 되어갔죠.

 

우리 학교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협동조합 카페가 있고 그곳에는 늘 우리들의 건강한 먹거리와 더불어 더 건강한 우리들의 웃음이 있지요.

 

누구나 완벽하진 못해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부족한 모습을 자신의 색깔로 조금씩 채워가다 보면 더 다채로운 색깔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협동조합은 우리 모두의 것이에요. 우리 모두가 함께 한 시간이 있어 저의 협동조합도 디자인되었다고 생각해요.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서 말이죠.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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