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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의 THE교육] 수학을 포기한 아이들, '공교육의 방기(放棄)'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수학은 머리 좋은 애들만 하는 과목이잖아요.”

 

지인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이 한마디에는 한국 교육의 민낯이 담겨 있다. 수학이 ‘선택’이 아니라 ‘포기’의 대상이 된 현실, 그 중심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있다.

 

2023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3학년 학생 가운데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3.2%로 영어(3.9%)나 국어(4.7%)에 비해 훨씬 높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그 수치는 더욱 심각해져, 2022년 고1 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률은 19.6%에 이른다. 이는 수십만 명의 학생이 이미 수학을 포기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포자’는 단순한 학업 부진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상위권 중심의 교과과정’, ‘사교육 의존 심화’,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라는 복합적 사회문제가 얽혀 있다.

 

‘노력하면 된다’라는 말은 교과서 속에서나 유효하다. 아이들은 “나는 원래 수학을 못해요”라며 체념한다.

 

과연, ‘이 현실을 만든 사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수포자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거울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며, 국어·수학·영어 과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최소 성취를 달성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이는 ‘수포자’를 공교육 안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적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 학생 간 성취 격차, 사교육 집중도, 양질의 공교육 기회에 대한 지역·계층 간 불균형은 여전하다.

 

수학은 단순한 점수 과목이 아니다.

 

논리력과 문제해결력, 구조적 사고 등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필수 과목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이 ‘나는 수학과 맞지 않다’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고 조용히 교실을 떠난다. 이는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교육 구조가 특정 학생들에게 학습 포기의 길을 허용한 결과다.

 

이제는 ‘수포자’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수학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입시·정답·선행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삶과 연계된 탐구와 토론이 살아 있는 수업,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저소득층, 비수도권, 다문화 가정 학생도 사교육 없이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공교육 내 체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셋째, 교사의 역량 강화와 자율성 보장이 필수적이다.

 

수학적 이해를 진단하고 유연하게 지도할 수 있는 교사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연수와 평가 개선, 협력적 수업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넷째,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수학은 일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배워야 하는 기반 과목임을 확산시키고, 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수학교육의 총체적 기능부전이다.

 

세계는 지금 ‘수학 르네상스’ 시대다.

 

일본은 2019년 ‘수리 자본주의 시대’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의 승자는 수학”이라고 주장하며, 수학을 국부의 원천으로 봤다.

 

영국은 ‘수학의 시대’ 보고서에서 “21세기 산업의 심장은 수학이다”라고 선언했고, 투자 대비 경제가치 창출 효과가 588배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으로 ‘수학’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역시 AI, 스마트 제조,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 과목으로 수학 교육과 연구에 국가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수포자’ 문제는 더 이상 한 과목의 성취도 지표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공교육이 아이들을 끝까지 붙잡아 주지 못하고, 사회가 미래 인재의 싹을 스스로 꺾어버리는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경고음이다.

 

‘뷔퐁’이 말한 ‘천재란 거대한 인내의 그릇’이라는 말처럼, 교육은 한 아이가 포기 직전까지 몰렸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품어주는 인내의 그릇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교실은 인내보다 선별과 배제에 익숙하다.

 

수학을 포기한 아이들을 끝까지 붙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수학 선진국에 종속된 산업구조에 갇혀, 독립적 변인이 아닌 종속적 변인으로서의 위치에 고착될 것이 자명하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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