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최근 친구 두 명의 자퇴를 지켜봤다. 이 학생은 “한 명은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또 한 명은 학원에서 ‘더 효율적인 시간 투자’를 권해서 학교를 떠났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이 더 이상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다. 공교육을 등지는 청소년들, 그늘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탈출’은 지금 한국 교육이 얼마나 균열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학생은 2만 5792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교생의 2%가 자퇴한 것으로 이는 최근 5년 새 최고치다. 전체 고등학생 100명 중 2명이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는 의미이다.
일반고 1학년 중 자퇴생 수는 올해 8050명으로 2년 사이 60%나 늘었다. 지난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1000명 중 24명꼴로 학교를 자퇴한 셈이다.
검정고시 응시율도 함께 급증...공교육 대체재로 떠오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검정고시 출신 대학 진학자 수이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검정고시 합격생은 9256명이다. 대학알리미에서 검정고시 합격생 중 대학 진학자를 공시하기 시작한 2013학년도 이래 대학 신입생 수가 가장 많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신입생 중 검정고시 합격생을 합치면 189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치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검정고시가 ‘대학 진학의 우회로’가 아닌 ‘목표로 향하는 정공법’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지난달 6일 실시됐던 올해 1회차 고졸 검정고시 응시 10대 청소년 수는 1만 6332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으며, 지난해 대비 최대 20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입시 현장의 목소리는 냉혹하다. 정시 확대, 교과 중심 평가, 내신 불리함을 극복하려는 전략적 선택 등으로 고교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일부 학생은 ‘차라리 학교를 포기하고 입시에 집중 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공교육”...교육 당국은 늦장 대처 중
본격적으로 검정고시 합격생의 대학 진학이 증가한 시점은 2020학년도다. 2018~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 전후로 정시 비율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교육부는 ‘검정고시 응시율 상승이 일률적인 공교육 불신을 의미하진 않는다’라고 밝혔지만 현실을 외면한 말이다. ‘정규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통계가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공교육이 외면받고 있을까.
첫째, 학교가 ‘입시에 불리한 시스템’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무의미한 수행평가, 진로와 무관한 비교과 활동, 성적 경쟁을 유도하는 내신 구조가 학생들을 지치게 만든다.
둘째, 대입 시스템의 불확실성이다.
2028학년도부터 사실상 ‘정시의 수시화’가 도입되며 검정 고시생의 상위권 대학 진입문이 좁아졌다. 수시와 정시가 매년 뒤바뀌고, 평가 방식의 모순된 체계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셋째, ‘나에게 맞는 교육’을 찾기 어려운 획일적 수업 방식이다.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6명은 고등학교 시기에 학교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6.4%는 반년 이상 은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전략적 선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세 가지 제언
우선 고교 학사 구조를 고교 선택과목 다양화와 학생 맞춤형 시간표 보장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히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마다 진로 특화형 모듈을 제공해야 한다. ‘개성과 진로를 키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둘째, 정시·수시 통합형 입시 시스템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불투명한 평가와 전형 구조는 공교육 불신의 핵심이다. 학교 성적과 입시 결과 간의 연결 고리를 명확히 하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검정고시 합격생은 검정고시 성적으로 비교 내신 등급을 적용받는다. ‘고교 재학 중 학교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이 비교 내신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셋째, 중도 이탈 예방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상담교사 확충, 대안학교와 연계한 융통성 있는 학업 설계, 검정고시와 연계된 학습권 보장 플랫폼 구축 등으로 학생의 학업 지속을 지원해야 한다. 이들의 69.5%는 학교를 그만둘 당시 검정고시 준비를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조사 대비 11.2%p 높아진 것이다.
교육의 마지막 경고음
한국 교육은 지금 ‘탈학교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외고·국제고에서 자퇴한 학생은 2022년 317명에서 2023년 366명으로 15.5%로 폭증, 내신이 불리한 외고와 국제고 학생들의 자퇴가 줄을 이은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가 더 이상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비효율의 상징’으로 전락한다면, 남는 건 불평등한 사교육과 심리적 불안뿐이다.
지금이 바로 공교육을 다시 세워야 할 시간이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왜 그들이 떠나야만 했는지를 묻고, 그 빈자리부터 다시 채워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공정한 교육,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