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

최근 한 건축가 교수가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서울의 모습을 분석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외국인의 시각에 투영된 서울의 좁은 골목길, 한옥 지붕 그리고 성곽길은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신선한 통찰을 안겨준다. 압축 성장의 산물인 이 도시의 불규칙함과 다양성이 이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문득, 우리의 교육 현실이 오버랩되었다. 지난 70년간 대한민국 교육은 도시의 성장처럼 ‘압축 성장’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교과 과정과 일률적인 평가를 통해 ‘모범생’이라는 거대한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덕분에 우리는 문맹률을 낮추고 산업 역군을 양성하는 데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바로 그 고속도로 위에, 애니메이션 속 서울의 좁은 골목길과 같은 우리만의 독특한 잠재력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획일화된 ‘고속도로’ 교육의 역설
미래 교육정책의 방향을 논할 때 우리는 늘 ‘창의성’과 ‘경쟁력’을 외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교육은 정답을 찾아내는 데 익숙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외국인이 한글 간판에서 단순한 정보가 아닌 아름다운 장식적 요소를 발견했듯, 미래 인재는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이 ‘가성비’ 좋은 인재를 만들어 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그 시스템의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이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팝은 우리 교육 시스템이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권 교육의 울타리 밖에서 길러진 ‘괴짜’들의 힘이 컸다.
이들은 획일화된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좁은 골목길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 세계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정작 K팝의 본고장인 서울에는 제대로 된 대형 아레나 공연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우리 교육이 문화적 성과를 담아낼 그릇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증거이다. 이미 세계를 매혹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을 온전히 키워내고 품어줄 교육 인프라와 정책적 철학은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남산타워’를 넘어 ‘자유의 언덕’으로
미래 인재 양성은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을 통한 ‘정답 맞히기’가 될 수 없다. 이는 마치 남산타워가 상징하는 권위와 중앙집권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대신, 우리는 개개인이 지닌 고유한 ‘좁은 골목’과 ‘한옥 지붕’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적 제안은 과감하고 철학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교과목을 추가하거나 평가 방식을 바꾸는 미시적 접근을 넘어,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획일화된 입시 경쟁의 굴레를 깨고,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케데헌의 목욕탕 문화’를 발견하고 존중받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건축가 교수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아레나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처럼, 우리 교육 역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해야 한다.
미래 교육정책의 핵심은 더 이상 정해진 길을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 길은 험난하고 불확실할 것이다. 그러나 좁은 골목과 한옥 지붕의 미학이 세계를 사로잡았듯, 우리 교육 또한 획일화의 틀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담대한 화두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