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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안] 공교육 신뢰 회복을 위해 바꿔야 할 교사의 4대 관행

 

더에듀 | 내가 생각하는 공교육 신뢰 회복 프로젝트는, 거대한 정책 한 줄이 아니라 교실에서 매일 반복되는 말과 관행을 교사 스스로 바로 세우는 데에서 출발한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거창하지 않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이건 결국 형식이구나’, ‘이건 결국 운이구나’, ‘이건 결국 정보 싸움이구나’라고 느끼는 작은 틈에서 신뢰는 빠르게 새어 나간다. 반대로 신뢰는 교사가 지키는 일관성과 책임에서 조용히 쌓인다.

 

나는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교사가 먼저 손대야 할 네 가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첫째, “세특 쓴다”라는 말이 학생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지 말자


물론 교사는 수행평가 자료 정리나 자기 평가서를 작성하라는 뜻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세특은 교사가 쓰는 기록이다.

 

학생이 세특을 쓰기 시작한다면 기록의 성격이 바뀐다. 수업에서의 관찰과 평가를 바탕으로 교사가 전문적으로 해석해 남겨야 할 문장이, 학생이 ‘좋게 보이기 위한 문장’으로 치환된다. 그러면 학생은 학습보다 ‘문장’을 관리하게 되고, 교사는 기록보다 문장을 검수하게 된다. 결국 교실에 남는 것은 배움이 아니라 포장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구조가 학생들 사이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는 점이다. “세특 써야 하니까 뭐라도 해야 해요”, “이 활동 세특에 들어가요?” 같은 말이 일상이 되는 순간, 세특은 성장의 기록이 아니라 ‘교실을 움직이는 화폐’가 된다. 공교육 신뢰는 이런 분위기에서 버티기 어렵다.

 

학생의 자기평가서나 기초 자료 작성을 배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은 동료평가서, 자기평가서, 수업산출물(수행평가 결과물), 소감문, 독후감처럼 ‘자기 언어로’ 자신이 지금까지 학습해 온 과정을 쓰면 된다. 그건 학생의 몫이다.

 

교사는 그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그 자료를 근거로 삼아, 수업 중 실제로 관찰한 태도와 참여 방식, 과제 수행 과정, 피드백을 반영해 성장한 지점, 산출물의 수준을 교사의 언어로 재구성해 기록하는 사람이다.

 

학생 자료는 세특의 원고가 아니라 참고 자료이며, 교사의 기록은 학생의 문장을 예쁘게 다듬어 주는 작업이 아니라 ‘교사의 판단이 담긴 해석, 질적 평가’여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질 때 학생은 ‘수업에서 성장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고, 교사는 기록의 주체로서 책임을 지게 된다.

 


둘째, 학생들에게 “오늘 어디 할 차례야?”라고 묻지 말자


겉보기엔 민주적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수업을 ‘누가 대신 굴릴지’ 찾는 말이 되기 쉽다.

 

학생주도형 수업이 중요하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학생주도형 수업이란 학생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말하고 선택하도록 설계하는 것이지, 수업의 흐름과 기준과 책임을 학생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어디 할 차례야?”라고 묻는 순간, 수업의 중심은 ‘오늘 뭘 배울까’에서 ‘누가 진행하지’로 옮겨간다. 그러면 발표는 학습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참여는 자발성이 아니라 눈치가 된다. 교실은 조용해지거나, 반대로 소란스러워진다. 그때 교사는 다시 통제로 돌아가거나, 방관으로 물러난다. 어느 쪽이든 학생은 수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교사는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니 교사가 먼저 말해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지금부터는 이 활동을 한다”, “이 순서로 진행한다”, “이 기준으로 서로의 말을 듣는다” 등에 대해 교사가 제시해야 한다.

 

참여의 장면도 교사가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10분 동안 모둠별로 핵심개념을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고, 2모둠부터 발표한다”, “발표는 주장-근거-예시 순서로 한다”처럼, 참여가 학습이 되도록 규칙과 목표와 시간을 교사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면 학생은 ‘교사가 사라진 교실’에서 떠밀려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교사가 설계한 학습 구조’ 안에서 주도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공교육 신뢰는 결국 ‘교사가 책임지고 수업을 이끈다’는 체감에서 시작된다.

 

“오늘 어디 할 차례야?”라고 묻지 말고, “오늘은 13쪽 2번째 문단부터 시작합니다!”라고 말해 보자. 학생들은 다 안다.


셋째, “이거 시험에 나온다”라고 말하지 말자


“중요하다”라고 강조하자. 수업에서 교사가 어떤 내용을 강조할 때, 그 이유는 출제 여부가 아니라 해당 교과의 핵심개념의 학습 목적이어야 한다.

 

“시험에 나온다”는 말은 학생을 즉각 움직이게 만들지만, 동시에 학생의 머릿속에 위험한 기준을 심는다. “안 나오면 안 해도 된다”는 기준이다. 그러면 교실 수업의 많은 내용이 무력해진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 사례를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 토론을 통해 관점을 정교화하는 경험, 글로 논리를 세우는 연습은 시험 한 문항으로 환원되지 않지만 학습의 중심이다. 그런데 “시험에 나온다”라는 말이 반복되면, 그런 배움은 가볍게 취급된다.

 

결국 수업은 시험에 맞춰 납작해지고, 교사는 스스로를 옥죈다. 수업이 아니라 출제 가능성이 교사를 지배하게 된다.

 

그래서 강조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이건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왜 중요한지까지 함께 말해야 한다. “이 개념은 단원의 뼈대라서 이후 내용을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이 관점이 있어야 자료를 읽을 때 오류를 줄인다”, “이 사고 과정이 서술형에서 논리를 세우는 기본 틀이 된다”처럼, 중요함의 근거를 수업 안에서 설명해야 한다.

 

교사가 “중요하다”고 말하거나, 혹여 “시험에 나온다”라고 말했다면, 그 내용은 반드시 출제해야 한다. 이건 출제 전략이 아니라 교실에서의 약속이다. 교사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 순간, 학생은 교사의 말을 ‘학습 안내’가 아니라 ‘동기 유발용 멘트’로 받아들이고, 그때 신뢰는 급격히 무너진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안 나왔잖아”라는 경험이 한 번 쌓이면, 이후 어떤 강조도 학생에게는 거래처럼 들린다. 그러니 교사는 평소에는 “중요하다”로 수업을 세우고, 불가피하게 “시험에 나온다”라고 했다면 반드시 책임지고 출제함으로써, 교실에서의 말이 가벼운 수사가 아니라 약속이 되게 해야 한다.

 


넷째, 기출 문제를 공개해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 문제는 이미 학원가에 다 있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만 내 예전 문제를 접하고 연습한다.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 그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은 그 기회를 갖지 못한다.

 

물론 교사는 예년과 같은 문제를 그대로 내지 않는다. 하지만 교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개념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문항의 유형과 사고 흐름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동형 문제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시험장에서 어떤 학생은 ‘아, 선생님 문제는 이런 방식이구나’를 이미 알고 들어오고, 어떤 학생은 그날 처음으로 그 스타일을 맞닥뜨린다.

 

이건 실력만의 차이가 아니라 정보 접근성의 차이다. 공정성의 문제다. 공교육은 최소한 ‘교사가 만든 평가를 준비할 수 있는 정보’만큼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제공해야 한다.기출 공개는 그래서 친절이 아니라 공정의 장치이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출발선을 주는 일이다.

 

기출을 공개할 때는 단순히 문제지만 던져서는 안 된다. 그래야 기출이 ‘족보’가 아니라 ‘학습의 나침반’이 된다. 학생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투명하게 이해하고, 교사는 ‘내 평가가 무엇을 보려는지’를 설명할 책임을 갖게 된다. 평가가 깜짝 시험이 아니라, 수업 목표에 근거한 확인으로 자리 잡는다.

 

학교마다 도서관을 비롯한 지정 장소에 기출 문제를 비치하고 있다. 다만,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풀어보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공교육 신뢰, 교사가 교실에서 지켜야 할 원칙에서 시작


정리하면, 공교육 신뢰 회복은 거창한 구호보다 교실에서 교사가 먼저 지켜야 할 원칙에서 시작된다.

 

세특을 학생이 쓰는 구조를 끊는 점, 수업의 진행 책임을 교사가 다시 잡는 점, ‘시험’이라는 말 대신 ‘중요함’으로 배움의 이유를 세우는 점 그리고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기출을 공개하는 점이 그 핵심이다.

 

결국 교사가 교실에서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수업과 평가를 투명하게 운영하며, 기록은 교사의 관찰과 판단으로 남겨야 한다는 점이 공교육 신뢰 회복의 출발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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