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진로] ②직업은 한 번이 아니다

  • 등록 2026.04.08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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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인공지능과 입시 경쟁이 한꺼번에 뒤엉킨 시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진로 앞에서 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좁은 기준을 넘어 아이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은 이유, 성적과 적성 사이의 간극, 문해력과 진로의 관계, 오래가는 능력과 직업 선택의 현실 등을 차분하게 짚어나간다.

 

 

“한 우물만 파라.”

 

우리는 이 말을 너무 오래 들어왔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하나를 정하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믿음. 도중에 바꾸면 실패자라는 인식. 하지만 이 말이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한 번쯤 되물어야 한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부모 세대에겐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정상적인 삶의 궤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구본형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아무도 평생직장을 꿈꾸지 않는다.”

 

적당한 시기에 새로운 일을 찾게 되리라는 것, 갑작스러운 실업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는 뜻이다.

 

100세 시대라는 말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생애 동안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살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직업으로 60년, 70년을 버티는 삶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산업 구조는 끊임없이 재편된다. 오늘 존재하는 직업이 10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고, 지금은 이름도 없는 직업이 10년 뒤에는 주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 번에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변화에 맞춰 직업을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이다.


한 우물을 파되, 여러 우물을 연결하라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한 우물을 파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한 우물을 깊이 판 다음에 거기서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는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직업을 가지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N잡러가 기본값이 되는 거다.


방향 전환은 실패가 아니다


직업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특히 아이들에겐 더 그렇다. 한 번 정한 진로를 바꾸면 실패한 것 같고,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모와 교사도 은연중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생겼다”는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방향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 중에 군인에서 IT 개발자, 유럽 주재원을 거쳐 작가이자 상담가가 된 분이 있다. 그는 48세에 심리 상담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분의 삶이 말해준다. 직업은 한 번 선택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마흔에 새로운 시작


나 역시 마흔이 넘어 생애 두 번째 직업을 갖게 되었다. 수의사로서 현장에 오래 몸담으며 나름 세파를 겪었다. 그것이 오히려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수의사로 일하며 얻은 경험과 통찰을 토대로 작가와 강연가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연결시켰다. 일종의 커리어 전환이다.


진로는 ‘점’이 아니라 ‘선’이다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다. 직업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하나의 선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결되고 이어지고 때로는 방향을 틀면서 그려지는 긴 여정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찾으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선택한 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 경험이 다음 선택의 자양분이 된다. 세상에 무의미한 시간,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

 

직업은 한 번이 아니다. 두 번이 될 수도, 세 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다양한 경험을 해두자. 결국 경험 부자가 자기 진로를 찾는 데 유리하다.


박근필 = 임상 수의사로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키며 생명과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해왔다. 마흔에 글쓰기를 시작해 저서 4권을 펴냈다. 강연가·커리어 스토리텔러로서 진로·커리어·독서를 주제로 청소년과 학부모, 직장인을 만나고 있다. 칼럼니스트로 여러 교육·독서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박근필성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근필 칼럼니스트/ 박근필성장연구소 대표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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