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신남호] 국가보안법 장벽 민주시민교육,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 등록 2026.01.05 13: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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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지금 세계는 가짜 뉴스에 맞서 시민교육을 학교교육에서 평생교육 차원으로 확대하는 추세이다.

 

12.3 비상계엄을 겪은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약속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제1역할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라고 했다. 최 장관은 2026년 신년사에서도 경쟁교육의 해소와 함께 시민교육이 국가의 역점사업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제한을 문제 삼으며 이렇게 말했다.

 

“(노동신문을) 국민이 못 보게 막는 것은 우리 국민을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요?”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정보 접근을 시민의 판단 능력의 문제로 환원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만일 대통령이 여론을 살핀 후에 노동신문 열람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면 찬반의견이 분분하다가 잊혔을 것이다. 노동신문 등 언론매체의 개방은 이미 오랫동안 남북 화해를 지지해 온 대다수 시민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여론을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북한 노동신문 개방: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부가 밝혔듯이 곧 누구나 웹에서도 노동신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교사들이 ‘북한 이해’라는 주제 하에,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상상이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신문을 발췌, 복사하여 토론 자료로 쓸 수 있을까? 과연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여기서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신문은 지금껏 이적표현물로 취급됐다. 따라서 무단 열람·소지·복사·배포는 수사기관의 해석에 따라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위반의 문제를 일으켰다. 즉, 이 조항은 이적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표현·자료 보관’만으로도 의도를 추정해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한국의 교사들에게 자기검열(Chilling effect)을 일으키는 대표적 조항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접근제한을 행정적으로 해제함으로써 노동신문을 ‘봐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내 ‘써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불확실하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국가보안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시민교육의 두 가지 필수조건으로 ‘교원의 정치기본권’과 더불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 입법부에서 변화의 움직임과 답보 상태


‘국가보안법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간 민간 차원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노력에 힘입어, 2025년 12월 2일, 범여권 국회의원 31명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한다.

 

국가보안법은 제정 이후 단심제와 사형제 도입(1949년), 보안법 파동(1958년), 반공법 통합(1980년)을 거치며 점차 강화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권은 이를 정치적 반대 세력과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했고, 인권침해와 사상 탄압이 반복되었습니다. (발의안 중에서).

 

문제는, 대통령이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여론에 맡기자고 하면서 뒤로 빠졌던 모습이 국가보안법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이 국회의 입법예고에 따라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의견이 다수 올라오면서 결과적으로 헌법적 권리 회복이라는 입법취지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 통제장치인가 아니면 안보의 상징인가 하는 갈등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외국과 비교: 외국은 반국가 행위를 촘촘히 특정, 한국은 포괄적으로 규제


사안이 중대한 만큼 관련 자료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폈다.

 

프랑스 법무부 공식관보(Bulletin Officiel du Ministére de la Justice), 독일형법 §86a, 미국의 Smith Act 핵심 조항으로 알려진 연방 조문 등을 본 결과, 요컨대 외국은 ① 테러 범죄, ② 폭력 전복, ③ 금지단체 지원 중 하나로 구체화될 때만 처벌한다. 그래서 사상·이념의 표현, 체제 비교, 역사적 비판 교육 등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사실상 분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가보안법 하나에 ‘반국가단체이적표현물·찬양·고무·회합·통신’ 등 표현·결사에 걸친 이슈가 집중돼 있다. 그리고 표현과 토론이 찬양·고무, 이적행위로 자의적인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국가보안법은 시민교육에 정면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배치된다.

 

이 법 7조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해외 비교가 보여주듯, 관건은 ‘적을 규정하는 방식’이다.

 

이 표는 한국의 권위주의적 통치 경험이 법제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이자 NGO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한국의 신분증 제도와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면서, 이 법이 권위주의 정권의 현실적·관념적 위기의식의 소산임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국민의 기본권,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상의 기본 가치로 삼는 국가가 ‘내부의 적’을 아예 재판도 없이 무한정 구금하거나, 국가의 공식 이데올로기를 회의 또는 비판하는 사람 모두에게 ‘불온’의 딱지를 붙인 다음에 불법 구금하거나, 공산주의 이념을 거의 터부로 여기면서 좌익수를 향한 강제 전향, 사상을 개조하려고 한 정책은 분명 전쟁, 혁명 등 국내외 권력의 장에서 국가 혹은 지배 세력이 처한 실질적·관념적 위기(의식)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김동춘, ‘권력과 사상통제’, 479쪽).


소크라테스에 대한 심각한 오독: 악법도 법이다?


게다가 한국 독재정권의 부역자들은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사실처럼 유포시켰다.

 

이에 2025년 5월에 작고한 서강대 강정인 명예교수는 1993년 한국정치학회 월례 학술발표회에서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필자도 다시금 플라톤의 ‘변명’, ‘국가론’ 등을 살폈으나 그런 언급은 없었다.

 

소크라테스는 친구 크리톤에게 독배를 마시며 죽음을 선택한 단적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개인이 법정의 판결을 무력화하고 파괴한다면, 그런 국가가 과연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Plato, Crito, 50a-50b).

 

소크라테스는 ‘부당한 법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대신 ‘탈옥까지 해서 국외로 도망치는 행위 자체’를 공동체 파괴행위로 본 것이다. 즉 그는 법질서 파괴에 응하지 않겠다는 윤리적 선택을 한 것이다.

 


시대적 필요에 따라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되는 행위: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 공식 제기


현 교육부 장관이 ‘민주시민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한 말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진보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부의 장관인데다, 문재인 정부 때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관은 정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보안법이 ‘민주시민교육의 헌법적 목표 달성에 구조적으로 제약이 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밝히고 교육부 공식 문서에 명시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요소인 토론·비판·자료 활용 교육이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위축될 소지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면, 이는 민주시민교육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국가 정책탐구의 시선은 바로 이 지점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는 것은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교육정책의 중대한 장애요인을 제거하여 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 법적 조건을 탐색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미 국가보안법은 여러 차례 UN 인권위원회로부터 폐지 또는 전면 개정을 권고받아 왔다. 국내에서도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 폐지를 권고한 적이 있었다. 더욱이 인권과 민주의 가치를 태생적 속성으로 갖는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방치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표현은, 교육부 장관이 시대적 필연에 따라 민주적으로 화답하는 것임과 동시에 대통령의 시민교육 의지에 길을 터주는 역사적 의미를 띤다.


정부 타 부처와 협조가 필요


물론 교육부 장관이 국가교육위원회를 완충지대 곧 공론화의 플랫폼으로 여겨 협업을 요청하거나 혹은 국교위가 국가정책기구로서 먼저 논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교위가 미래지향적이고 일치된 논의의 결과를 내지 못할 때는 교육부 장관 홀로 결단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교육부는 국보법의 직접적 관할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법무부와 통일부에 사전협의를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무부와는 이 법의 적용, 해석 범위가 시민성 함양을 제약하는 상황을 공유하고, 통일부와는 대북 접촉자료의 교육적 활용이 어려운 한계 요인 등을 공유한다. 중요한 것은 교육부가 정교한 논리와 설득력 높은 표현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논지를 빌리면, 말과 행위가 제거된 공간에서 인간은 더 이상 시민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될 뿐이다.

 

신남호 교육칼럼니스트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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