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 ⑲인공지능은 어떻게 인간처럼 답변할까?

  • 등록 2025.10.29 23: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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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커피에 대한 농담 좀 들려줘.”

 

같은 질문을 ChatGPT에게 다섯 번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거의 비슷한 농담이 반복된다.

 

“커피가 왜 경찰에 신고했을까요? 누군가 그걸 머그했거든요(mugged)!”

 

마치 녹음된 메시지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인공지능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답변을 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왜 비슷한 농담만 반복하는 걸까?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기계가 인간처럼 말하게 된 걸까?


기계가 언어를 배우는 방법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답변하는 비밀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있다. 이 모델들은 인터넷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며 언어의 패턴을 익힌다. 책, 기사, 대화, 심지어 댓글까지. 수억 개의 문장을 읽으며 AI는 ‘이런 맥락에서는 이런 단어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통계적 패턴을 학습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패턴만 학습한 AI는 문법적으로는 완벽하지만, 때로는 무례하거나 부적절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즉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이다.

 

수천 명의 사람이 AI의 답변을 평가하고, “이 답변은 좋아요”, “이 답변은 별로예요”라고 피드백을 준다. AI는 이를 통해 점차 인간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반응을 보며 말을 배우는 것처럼.


거울 효과: AI는 우리를 닮는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최근 노스이스턴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의 공동 연구에서 밝혀진 ‘전형성 편향(typicality bias)’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낯선 답변보다 익숙하고 전형적인 답변을 선호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들어본 적 있는’ 표현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그 결과 AI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답변보다는, 가장 흔하고 안전한 답변을 반복하도록 학습된다.

 

이것이 바로 ‘모드 붕괴(mode collapse)’ 현상이다. 비슷한 커피 농담을 다섯 번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AI는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너무 정확히 학습한 것뿐이다.

 

결국 AI가 인간처럼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AI는 거울이다. 우리의 언어 습관, 선호도, 심지어 편견까지도 반사한다.

 


질문이 답을 만든다


그렇다면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질문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커피 농담 좀 들려줘” 대신 “커피 농담 5개를 각각의 확률과 함께 생성해줘”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 경우 AI의 답변 다양성이 1.6~2.1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를 ‘언어화 샘플링(verbalized sampling)’이라고 한다. AI에게 확률을 명시적으로 고려하도록 요청하면, 숨어있던 다양한 답변 가능성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별도의 재학습이나 기술적 조정 없이, 단지 프롬프트만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교실에서 시작하는 AI 교육


이제 교실로 돌아와 보자. 초등학교 교사로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첫째,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숙제 대신 해줘”가 아니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단계로 생각해야 할까?”라고 물을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질문의 질이 답변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자. 같은 주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해 보고, 어떻게 답변이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둘째,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AI의 답변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거짓 정보를 그럴싸하게 말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AI가 이렇게 말했는데, 이게 정말 맞을까?”,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해 볼까?”라고 묻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AI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무조건 믿어야 할 신뢰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자.

 

셋째, 창의성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패턴을 학습한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AI가 줄 수 없는 답”을 찾아보는 활동을 해보자. 예를 들어 “만약 중력이 반대로 작동한다면?”같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질문이나,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활동이 좋다.

 

넷째, AI 윤리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초등학생 수준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다. “AI가 만든 그림을 내가 그렸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AI가 내 친구를 차별하는 말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정직성, 공정성,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결국 AI 교육의 핵심은 기술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갈 시대에 필요한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용기, 판단하는 지혜를 키워주는 것이다.

 

AI는 거울이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그 거울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게 될지는, 오늘 우리가 어떤 교육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실에서 시작하는 작은 대화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이지혜= 서울 유현초등학교 보건교사이자 생활부장으로서 ‘인공지능·인문 융합 교육 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건강과 성, 디지털 시민성의 교차점에서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돕는 교육을 고민하며, AI·에듀테크를 활용한 참여형 보건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메타버스 기반 성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인문·예술 보건교육과 성교육 등 다양한 미래형 수업을 설계하며 교육현장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지혜 서울 유현초 보건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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