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 ㉙'윤리'를 생명기술 탐구 프로젝트로, 어떻게 실행했나

  • 등록 2026.01.08 13:36:50
  • 댓글 0
크게보기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생명기술 탐구 프로젝트, 그 시작의 질문


‘학생들에게 이 기술을 어디까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생명기술 단원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늘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영화나 SF 소설, 뉴스 기사 속에서 생명기술은 이미 익숙한 소재이다. 학생들 역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러한 기술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낀다.

 

유전자를 바꾸어 미래를 설계하고, 인공장기로 생명을 연장하며,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해 식탁의 모습을 바꾸는 이야기들. 유전자 편집, 인공장기, 배양육과 같은 생명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교실에서의 생명기술 수업은 종종 기술의 원리와 활용을 이해하는 데서 멈춘다. 기술이 어떤 선택을 요구하는지, 개인의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이어지는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번 생명기술 프로젝트 수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생명기술 교육, 그리고 ‘학습 파트너’로서의 AI


생명기술은 개념 이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영역이다. 기술의 작동 원리, 활용,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쟁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험과 실습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생명기술은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이 반드시 다뤄야 할 주제다.

 

이번 수업에서는 AI를 ‘대신 생각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의 사고를 단계별로 지원해 주는 ‘학습 파트너’로 활용하고자 했다. 도입–탐구–공유–성찰의 네 단계에 걸쳐,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구조화하며 성찰해 보는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했다.

 


생명기술을 ‘배워야 할 내용’에서 ‘탐구할 문제’로


도입 단계에서는 생명기술을 하나의 정답이나 지식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미래 사회에서 생명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함께 살펴보며,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생명기술을 ‘배워야 할 내용’이 아니라, 앞으로 탐구하고 고민해 봐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모둠별로 관심 있는 미래 바이오 기술을 선택하며, 본격적인 탐구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갔다.


AI와 함께 깊이 있는 학습을 하다: NotebookLM


탐구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단순히 정보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를 점검해 볼 수 있도록 자료 기반 탐구를 진행했다.

 

모둠별로 BioIN(국가 바이오 연구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미래 바이오 유망 기술을 한 가지씩 선정한 뒤, NotebookLM에 신뢰도 높은 기사와 보고서를 소스로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탐구를 이어 갔다.

 

이 과정에서 AI는 정답을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의 이해 과정을 옆에서 돕는 학습 파트너로 기능했다. 학생들은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개념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질문하며 사고를 점검해 나갔다.

 

한 학생은 탐구 중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용어나 모르는 개념을 비유로 설명해 주니까 이해가 잘 돼요. 또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도 질문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전문 용어와 추상적인 개념도 자료의 맥락 안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이해할 수 있었고, 모둠마다 탐구의 방향과 이해의 깊이는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이러한 경험은 생명기술을 표면적으로 아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설명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학습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발표와 윤리적 성찰 단계로 확장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정리하고 설명하며 이해를 완성하다: Napkin AI와 Canva


공유 단계에서는 Napkin AI와 Canva를 활용해 탐구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했다.

 

이 단계의 핵심은 단순한 정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구조화하는 데 있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보를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표현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었다.

 

 

Napkin AI는 텍스트를 시각화해 주는 도구로서, 학생들이 탐구 과정에서 수집한 정보와 개념을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데 활용되었다. 학생들은 무엇을 중심으로 설명할지 스스로 판단하며 내용을 재구성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설명의 흐름을 고민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원리를 시각화 자료로 보여주니까, 훨씬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이후 Canva로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며 발표를 준비했다.

 

“처음 듣는 친구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내용을 다듬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해는 한 번 더 깊어졌다. 발표는 탐구의 결과이자, 정리와 설명을 통해 이해하는 학습 과정이며, AI·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의사소통 역량을 기르는 경험으로 확장됐다.


기술-사회-윤리를 글로 쓰다: 자작자작


마지막 성찰 단계에서는 자작자작 플랫폼을 활용해 생명기술의 윤리적 쟁점을 글로 정리했다. 이때 AI 피드백은 교사가 사전에 설정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특정 입장을 제시하기보다는 문장의 흐름과 논리, 근거의 적절성을 점검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한 학생은 성찰 활동 후 이렇게 말했다.

 

“생명기술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로 제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학생들은 글을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판단을 다시 돌아보고, 근거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윤리적 사고는 단순히 찬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을 책임 있게 설명하고 성찰하는 과정으로 확장되었다.


미래를 여는 생명기술 교육, 그리고 교실의 역할


생명기술의 발전 속도는 교과서보다 빠르다. 그렇기에 학교의 역할은 최신 기술을 모두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 학교가 길러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 앞에서 멈추지 않고,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이다.

 

이번 생명기술 탐구 프로젝트는 AI를 학습 파트너로 삼아, 생명기술을 단순한 지식으로 남기지 않고 질문하고 이해를 점검하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성찰해 보는 경험으로 확장한 수업이었다.

 

교실은 기술의 정답을 제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안전하게 탐구하고 그 의미를 윤리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생명기술 교육에 윤리를 더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기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그 의미를 스스로 묻고 판단해 볼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백예슬 = 서울시교육청 AI·에듀테크 선도교사로 활동하며 역량 함양 프로젝트 수업 설계, AI 이해·개발·활용 교육, 에듀테크 기반 수업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찾아가는 수업·평가 혁신 직무연수 강사, 서울 에듀테크 소프트랩 실증교사, 교육부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 미래교실 수업실연 등을 수행하며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교육 석사과정에서 ‘AI 도구 활용 기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백예슬 서울 번동중 교사 te@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1명
100%
싫어요
0명
0%

총 1명 참여




2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25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