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
교과서 밖으로 나온 투표함, ZEP에서 열리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는 초등 사회 교육과정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고 멀게 느껴지기 쉽다. 단순히 교과서 속 그림으로 배우는 선거를 넘어,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경험해 볼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 해답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ZEP’에서 찾았다. 5학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계된 가상 세계 속 선거 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1단계: 유권자의 길 – 화려한 공약 속 ‘진실’을 찾는 눈
첫 번째 코스인 ‘유권자의 길’에서 아이들은 가상의 회장 후보들이 내건 공약들과 마주한다. “매일 마시는 우유를 딸기 우유로 변경” 등 자극적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공약과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발 벗고 나서겠다”, “화장실 냄새 제거를 위한 디퓨저 설치” 등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공약들이 섞여 있다.
학생들은 가상 아바타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며 각 공약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퀴즈를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공약 비판적으로 사고하기’를 배운다. 또한, 과거 투표권이 없던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권자의 역사를 훑으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한 표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진 권리인지를 몸소 깨닫는다.
2단계: 후보자의 길 - ‘리더’라는 이름의 무거운 책임감을 배우다
두 번째 코스인 ‘후보자의 길’은 단순히 권력을 쥐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리더가 가져야 할 ‘무거운 책임감’과 ‘공감의 자세’를 배우는 성찰의 공간이다.
학생들은 리더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올바른 태도에 대한 퀴즈를 풀며 미로를 통과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이는 ‘좋은 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는 핵심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실제로 한 학생은 “선생님, 처음에는 그냥 멋져 보여서 회장이 되고 싶었는데, 후보자의 길을 걷다 보니 제 한 마디가 친구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생각하게 됐어요. 리더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귀가 큰 사람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후보자의 고뇌를 간접 경험하며 타인을 대변하는 삶의 엄중함을 체득했다.
3단계: 투표 역사관 -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권리 뒤에 숨겨진 희생
세 번째 코스인 ‘투표 역사관’은 투표의 역사를 가상의 박물관으로 구성한 공간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인류가 투표권을 얻기 위해 싸워온 긴 투쟁의 역사를 관람한다. 특히 여성 참정권 운동이나 차별에 저항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아이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해졌다.
이와 더불어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 선거, 평등 선거, 직접 선거, 비밀 선거’를 왜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 이 원칙이 무너졌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위태로워지는지를 시각적 자료로 학습했다.
아이들은 5학년 2학기 사회 시간에 배운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리며 더욱 깊이 몰입했다.
벽면에 전시된 역사적 사진들을 클릭하던 한 아이는 놀란 듯 소리쳤다.
“우와, 예전에는 여자나 가난한 사람은 투표를 아예 못 했다는 게 정말 사실이에요? 지금 제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한 표가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로 만들어진 거였네요. 투표하러 갈 때 진짜 진지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4대 원칙은 더 이상 시험을 위해 외우는 단어가 아니라, 우리가 지켜내야 할 소중한 약속으로 다가왔다.
4단계: 가상 선거 - 손끝으로 느껴지는 생생한 민주주의의 현장
메타버스 활용 민주시민교육의 꽃인 ‘가상 선거’ 단계에서는 ZEP 맵 내에 정교하게 설계된 투표소로 이동한다. 실제 선거 절차를 그대로 이식한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조작해 선거인명부를 확인하고, 본인 인증을 거쳐 투표용지를 배부받는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교실에는 묘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이들의 화면에는 외부와 차단된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졌다.
비밀 투표의 원칙을 지키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투표함에 넣는 순간,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학생은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아바타가 기표소 안으로 쏙 들어갈 때 진짜 투표를 하는 것처럼 손에 땀이 났어요! 비밀 투표라 아무도 제가 누굴 뽑았는지 모르지만, 제 마음속에는 제가 뽑은 후보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나중에 커서 제가 선거를 할 수 있을 날이 기다려져요.”
메타버스에서의 실습은 아이들에게 선거 절차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 참여하는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5단계: 성찰과 약속 - 성장의 증거, 민주시민 인증서
긴 여정의 마무리는 배움의 정리이다. 성찰의 길을 걸으며 1단계부터 4단계까지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퀴즈를 풀며, 마지막 정답을 입력하면 ‘민주시민 인증서’가 나타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성장의 여정’이었음을 확인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민주시민교육은 차갑게 여겨지는 기술이 민주주의라는 따뜻한 가치를 전달하는 훌륭한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ZEP이라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학생들이 내딛은 아바타의 발걸음은 훗날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비출 성숙한 유권자의 당당한 발자국으로 이어질 것이다.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이 변화가 아이들의 삶 속에서 단단한 민주주의의 뿌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강유미 = 양청초등학교 5학년 담임이자 인성시민기획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인공지능융합교육 석사학위를 받았다.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해 교실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수업을 지향한다. 학생들이 AI를 주체적인 도구로 삼아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지닌 미래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