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환의 교사일기]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아야 할 시대

  • 등록 2026.01.23 13: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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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최근 국제 사회를 돌아보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와 정의, 대의명분이라는 오래된 가치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국가 간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개인의 삶 속에서도 깊숙이 스며들어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사람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오히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학생을 가르치고 학부모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교사들에게는 이 현실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예전의 교사는 모범을 보여주고 정답을 가르치는 존재였다. 사회가 공유하는 상식과 규범을 ‘선’이라 부르며 공동체가 이를 추앙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 더 나아가 AI 시대에 들어선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회 규범과 도덕, 예의와 배려, 소통과 공감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적대적인 관계로 살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공동체의 가치보다 개인의 삶과 가치관이 더 중요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공동체 규범으로 개인을 판단하거나 칭찬·비판·정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태도이다. 정직하게 말하는 것보다 때로는 눈을 감거나 상황에 맞는 거짓말이 필요한 시대다.

 

진실을 밝혀 승리하겠다는 집착은 오히려 어리석음이 될 수 있다. ‘내가 옳고 성실하면 결국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 부모·자식 관계나 진정한 사랑이 아닌 이상, 깊은 이해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만 보지 말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자. 남의 인생에 오지랖 넓게 간섭하지 말자. 부탁하지 않으면 가르치거나 조언하지 말자. 대신 마음이 통하고 삶이 맞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정답 없는 옳은 삶을 살라”가 아니라 “너의 삶을 살아라”이다. “다른 친구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내가 옳다 네가 틀렸다는 식의 판단과 지적을 삼가라”는 것이다.

 

학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설득하려 하지 말고, 억지로 이해시키려 하지 말라. 각자의 방식대로 흘러가도록 두되, 내 마음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하면 충분하다.

 

이 시대의 교사는 더 이상 모범을 강요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에게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는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고종환 전남광양제철남초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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