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교육공약에 시민의식 관련 두 가지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교육계의 오랜 열망이 담긴 이것은 ‘민주시민교육’과 ‘교원의 참정권 보장’이다. 무엇보다도 12.3윤석열 내란사건이 이 두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의 시민성 권리보장과 관련하여 2025.5.22. 국회의원 회관에서 민주당 모경종 의원이 주최하고, 오세제 교수가 주재한 토론회가 있었다. 다룬 주제가 2가지로 '모병제'와 '민주시민교육'이었다. 모병제는 징병제가 청년들의 민주적 시민성의 발달을 심대하게 제약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모병제추진시민연대' 김민준 대표가 발제하고 최기일 상지대 교수가 토론했다. 시민교육에 대해서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김원태 연구위원이 맡았다. 이 모임에 토론자로 참여했던 필자가 시민성 교육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민주시민교육이 공교육의 틀 내에서 실종되었던 것일까? 첫째, 역대 독재정권의 방해 때문이다. 김원태 연구원이 헌법교육과 정치교육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었다고 언급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 헌법교육 관련, 이번 내란사건을 통해 우리는 헌법이 사문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세월을 보내며 학생, 동료 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 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3세대, 같은 집 다른 시간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보내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된다. 30년대 말에 태어나신 부모님, 60년대 중반생인 우리 부부, 그리고 90년대생인 두 자녀를 보면 딱 한세대씩 차이가 난다. 특히 우리나라의 급격한 압축 성장 때문인지 3세대는 너무나 이질적인 삶을 살아왔다. 몇 해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홀로 지내신다. 66년을 함께 살며 7녀 1남을 낳아 기른 인생의 반려자와 영원히 헤어지며, 아버지는 많이 슬퍼하셨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19살, 17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신 부모님은 딸
더에듀 | 드디어 대법원이 정치문제에 이어 교육 문제까지 판단을 내리는 심판자로 등장했다. 서울교육청 산하 초⸱중⸱고교에서 실시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조례안에 대해, 대법원은 적법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코로나 장기화로 심화한 학력 저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5월 기초학력 진단 결과 공개와 교육감 지원 의무를 명시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감은 과열 경쟁과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라 시행되며, 학생들의 학습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이 균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기초학력 데이터가 ‘안갯속’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다. 이명박 정부는 학부모와 교육계의 여론을 바탕으로, 일부 학생 표집 방식이었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全數) 방식으로 전환하고, 시·도 및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공개했다. 그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
더에듀 | 디지털 시대, 우리 청소년들은 전례 없이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해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할 틈 없이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자극 속에서 정작 자신의 생각을 길러내는 힘은 약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과거 선조들의 삶의 태도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록하고, 사유하며 생각을 축적하는 습관은 지금의 교육이 절실히 회복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조선 후기, 대표 학자 다산 정약용은 ‘독례통고’라는 책의 여백에 빼곡하게 메모를 남기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병중에도, 우중(雨中)에도, 매 순간, 생각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메모들이 쌓여 그의 방대한 저작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다산은 ‘수사차록(隨思箚錄)’, 즉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적는 습관’을 평생 실천했다고 한다. 주자 또한 “묘계질서(妙契疾書)”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을 재빨리 메모지에 기록하여 아이디어를 붙잡으라는 뜻이다. 선조들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도록 그냥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선조들은 중요한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떠오르는 순간 기록하는 습관으로 좋은 정책과 저서를 남긴 것이다. 오늘날 청
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교육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핀란드가 숙제와 시험이 없으면서도 학업 성취도가 세계 최상위권이 되는 공교육 낙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핀란드의 학업성취도가 하락세를 보인 지도 오래됐고, 영국의 교육기업 피어슨이 고학력 고임금 교사의 효과라는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교육개혁에 오래 참여한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 교수가 직접 우리나라에 와서 강연하면서도 오해를 해명했고, 핀란드 교육부 홈페이지에도 미국의 정치 프로파간다 영화 때문에 생긴 세계적 오해를 풀기 위한 해명이 올라와 있기도 하니까. 핀란드에서 유학하고 온 교수나 학부모가 언론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전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의 이슈와 관련해 이범 교육평론가가 칼럼에서 언
더에듀 |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나온 교육부 실태조사는 씁쓸하다. 지난해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전국에서 4,234건 열렸다. 그중 93%는 ‘실제로 교육활동 침해가 있었다’고 판정됐다. 교사가 수업 중 욕설을 듣고, 생활지도를 하다 모욕당하고, 심지어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교사가 교사답게 행동하지 못하는 교실, 우리가 만든 현실이다. 특히 중학교의 교보위 개최 건수는 2,503건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아이들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시기에 가장 많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생은 교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배우고, 고등학생은 이미 감정적 거리감을 고착시킨다. 그리고 교사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오해받을까 봐’ 말조차 아끼게 된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가 화두가 되었지만, 교실의 변화는 느리다. 처벌 규정이 늘고, 절차는 복잡해졌지만, 본질은 여전히 흔들린다.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듯’,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는 한, 제도는 무기력하다. 지금의 교육 현장은 감정노동의 최전선이다. 교사 한 사람이 수업 외에도 민원 대응, 행정 보고, 심리 소진까지 감당해야 한다. 학부모의
더에듀 | 작년 한 해 동안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7446건으로,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심의 건수가 늘었고 특히, 일반고에서의 증가는 40.1%에 달한다. 언어폭력, 신체폭력, 사이버폭력, 성폭력 등 유형도 다양하며 특히 사이버폭력 증가는 무려 52.9%에 이른다. 이쯤 되면 단순한 ‘사고 건수 증가’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의 실패이다. 이 와중에 주요 대학들이 내년부터 학교폭력 처분 이력을 입시에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서울대는 정시와 수시 모두에서 모든 처분(1-9호)을 정성평가에 포함하고, 연세대·고려대 등은 감점 혹은 지원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도 비슷한 입장이다. 문제 학생에게 경고를 주고, 학교폭력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입시로 해결하려는 학교폭력, 왜 근본 대책이 안 되나 그러나 이 방식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글쎄’이다. 첫째, 입시 연계 처벌은 예방이 아니라 결과 통제이다. 폭력이 일어난 후에 처벌이 가능하며, 그 피해는 이미 발생한 이후이다. 입시 불이익은 가해자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피해자에게는 ‘너도 입시에 영향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세월을 보내며 학생, 동료 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 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신뢰와 존중의 교육 시스템 4월 말경 한 대학의 교육연구소에서 주최하는 교육포럼에서 발표하게 되어 다녀왔다. 그때 함께한 교수로부터 독일에서 자신이 경험한 학교 교육 이야기를 들었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학교 교사 의견을 들어 학생의 진로를 정하는데, 별다른 이견 없이 직업계, 실업계, 인문계 등으로 진학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만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고, 교사가 존중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놀랍기도 하고, 교육자로서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나라에서 판이한 상황이 나타나는 주요인은 사회구조의
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지난 회에 이어 스크린 타임에 대해 조금만 더 도발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언론과 장삿속으로 스크린 타임에 대한 공포가 과장된 부분은 있다고 해도 과도한 스크린 타임이 근시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태도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그런데, 악영향의 정도나 과도하다는 기준이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스크린 타임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우리 학부모들은 정작 자녀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한 수면 부족을 야기하는 밤늦은 공부는 독려하고 있다니 참 모순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다 알 텐데도 형설지공이니 주경야독이니 하면서 야밤의 공부를 미덕으로 삼은 우리 문화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밤늦게 공부시킨다면 자녀가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한 삶을
더에듀 | 올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한 학점을 기준으로 졸업하는 제도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 운영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교육 방향 자체를 뒤바꾸는 중대한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핀란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 선택 중심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은 우리 교육이 그 글로벌 흐름에 본격 합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고교학점제는 ‘고객 중심 경영’(Customer-Oriented Management)과 맥을 같이한다. 공급자 위주의 표준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라는 ‘최종 수요자’가 자신의 필요와 목표에 따라 교육을 선택하고 설계하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학생의 몰입도와 학습 만족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과 효율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이다. 실제로 기업 경영에서도 맞춤형 서비스와 선택권 확대는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철학을 교육에 적용한 제도이다. 1학년은 공통과목을 수강하고, 2·3학년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